'신품' 윤세아 "성에 개방적인 홍세라, 노출은 민망"(인터뷰)
- 박소영
기자
-
- 입력: 2012.08.23 14:09 / 수정: 2012.08.23 14:09
 |
| 배우 윤세아가 <더팩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영무 기자
[박소영 기자] "홍세라의 직설화법이 소심한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됐어요."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은 출연한 배우 거의 대부분을 인기스타로 띄우고 지난 12일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주연배우 장동건, 김하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은 물론이고 신인 윤진이까지 인기 반열에 올렸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재조명받은 배우가 있다. 새침데기, 여주인공의 연적 등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배우 윤세아(34)다.
22일 늦은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티카페에서 윤세아를 마주했다. 종일 계속된 릴레이 인터뷰에 지칠 법도 한데 드라마의 홍세라처럼 윤세아는 밝고 경쾌하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신품'의 파트너 김수로의 '파이팅' 넘치는 기운을 받아서인지 그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에너지가 넘쳤다. 레몬티처럼 톡톡 튀고 라임티처럼 세련된 그와의 인터뷰는 허브티처럼 개운한 시간이었다.
 |
| 윤세아는 SBS '신사의 품격'에서 홍세라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임영무 기자
◆'쿨한 척' 홍세라와 '소심한' 윤세아, "중간 어디쯤" 윤세아는 '신품'에서 미녀골퍼이자 임태산(김수로 분)의 연인 홍세라 역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도시적이고 세련되면서 매사에 당당한 홍세라이지만 임태산에게는 꼼짝 못하는 앙큼한 아가씨다. 그동안 새침데기 역을 많이 맡았던 윤세아는 잘못하면 밉상일 수도 있는 홍세라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덕분에 윤세아를 향한 대중들의 시선도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인기비결을 물으니 호탕하게 웃으며 "좋은 작품에 묻어갔죠"라고 겸손해했다.
"홍세라는 자신감이 불타는 캐릭터인데 저는 소심한 편이라서 작품을 하면서 부담감이 컸어요. 저는 좋은 작품에 묻어간 거죠. 여성 팬들이 홍세라에게 대리만족을 느껴서 더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과감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솔직한 화법 등요. 쿨한 게 아니라 사실은 쿨한 척하는 홍세라였지만요."
윤세아는 거듭 홍세라를 '쿨한 여자'가 아닌 '쿨한 척하는 여자'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세라는 겉으로는 세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지만 '절친' 서이수(김하늘 분)가 임태산을 짝사랑했다는 걸 알고 질투하고 속상해하는 복합 다면적인 인물이었다. 윤세아는 그런 홍세라와 자신이 닮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세아와 홍세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홍세라나 저나 '쿨'하지 못한 성격이에요. 그런가하면 저는 상처받으면 참는 스타일이었는데 홍세라의 직설화법이 도움되기도 했고요. 숨기지 않으니 더 명랑해 보이더라고요. 또 홍세라는 성에 있어서 개방적인 게 아니라 개방 그 자체였죠. 저도 물론 심하게 조신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스킨십은 남녀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면서 가장 중요한 애정표현이니까요. 그래도 홍세라는 좀…(웃음). 처음 본 백인 남자랑 클럽에서 키스했다는 대사는 저도 멘붕이었답니다."
 |
| 윤세아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임영무 기자
극중 홍세라는 국보급 S라인의 소유자인 미녀골퍼다. 윤세아 역시 홍세라를 연기하기 위해 골프와 필라테스를 배운 까닭에 날씬했던 몸매는 더욱 탄탄하게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거나 초미니 '한 뼘 원피스'를 즐겨 입는 캐릭터 때문에 윤세아는 본의 아니게 노출을 하게 됐다. 평소의 윤세아라면 어림없을 이야기지만 촬영 내내 홍세라로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니 윤세아는 다짜고짜 스타일리스트를 구박한 일화를 들려줬다. 괜한 트집 잡는 여배우가 아니라 묵직한 저음으로 "이놈 자식 언니한테 이런 옷을?"하는 청학동 훈장님 스타일이었다.
"초보라서 골프 연습을 무지 했어요. 근육통 때문에 물리치료도 받고 필라테스로 몸을 풀기도 하면서 체력을 단련했고 몸매를 탄탄하게 만들었죠. 저 원래 애프터스쿨 유이나 씨스타 효린, 비욘세 같은 몸매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평소엔 먹는 걸 무척 좋아해서 좋은 몸매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더 탄탄해졌죠."
"홍세라의 노출 의상은 민망해서 혼났어요. 전 원래 스타일리스트가 시스루 의상을 갖고 오면 '너 어디 언니를 벗겨 놓겠다고! 떼끼 이놈 자식'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속옷이 살짝 비쳐도 그랬고요. 이번 작품 초반에도 참 부끄러웠는데 홍세라니까 자신감을 가져야겠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어요. 내가 부끄러워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오히려 더 자신있게 다녔죠. 현장에서도 짧은 치마 때문에 담요를 가져다주면 일부러 몸에 배려고 거부하는 노력을 했어요. 입는 버릇을 들이니 나아지더라고요."
 |
| 극중 임태산과 멋진 러브라인을 연기한 윤세아./임영무 기자
◆"세상 모든 여자는 임태산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해요."
윤세아는 '신품'을 찍으며 약 4개월간 김수로와 연인사이로 지냈다. 둘은 김도진(장동건 분)-서이수(김하늘 분) 커플보다 화끈하고 최윤(김민종 분)-임메아리(윤진이 분)커플보다 솔직하며 이정록(이종혁 분)-박민숙(김정난 분) 부부보다 쿵짝이 잘 맞는 커플 연기를 펼쳤다. 천생 남자 임태산과 천생 여자 홍세라는 40대의 농한 사랑을 그리며 안방을 핑크빛이 아닌 레드빛(?)으로 물들였다.
"저희 말고 다른 세 커플한테 부러운 건 많죠. 다들 알콩달콩 달콤했잖아요. 자전거 데이트나 커플 팔찌도 하고요. 대사 하나하나 주옥같아서 부러웠죠. 그래도 우리 커플은 스킨십이 많았잖아요. 또 불타오른 사랑은 남부럽지 않았고요(웃음). 그러고 보니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것도 잘했네요."
윤세아에게 파트너 김수로와 그의 캐릭터 임태산의 자랑을 해보라고 멍석을 깔아줬다. 그러자 그는 두 눈 가득 '하트'를 머금고 4개월 동안 사랑한 남자의 자랑을 신나게 늘어놨다. 김수로는 유부남이니 임태산 같은 남자가 실존한다면 당장에라도 품에 안길 듯 보였다. 대한민국 여심이 반한 임태산, 그를 연기한 김수로의 매력은 대단했다.
"마이산(극중 임태산의 애칭)은 '뿌리깊은 나무'였죠. 가진 것도 많고 잘생겼고 몸도 좋고 여유도 있고 제게 한결같았고요. 반짝이는 걸 안 사주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세상 모든 여자는 임태산 같은 여자를 만나야 해요!"
"김수로 오빠도 섬세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요. 주위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끌어 올리고 너무 파이팅을 외치긴 하지만요. 몇날을 밤새도 에너자이저처럼 '파이팅'하길래 '오빠, 너무 힘들어서 조증 걸린 거 아니야?'라고 말할 정도로요(웃음). 오빠 덕분에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네요."
 |
| 윤세아는 레몬처럼 톡쏘는 매력을 뽐냈다. /임영무 기자
한바탕 파트너 자랑을 늘어놓기에 "남자다운 김수로의 대사에 실제로 설렌 적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게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윤세아는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며 얼굴 가득 "나도 그런 남자 만나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홍세라에서 벗어났지만 윤세아는 여전히 임태산을 사랑했고 그에게 푹 빠져 있었다. 임태산이 골프장에서 홍세라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윤세아는 실제 프러포즈를 받은 것처럼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했다. 신우철 감독이 자제시킬 정도였다.
"임태산이 골프장에서 주먹 쥐고 손금 보여주면서 '내 인생에 여자는 딱 셋이야. 하나는 엄마, 하나는 메아리, 그리고 하나는 너야' 라는 대사요, 진짜 울컥했어요. 새벽에 촬영한 거라 진짜 졸렸는데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울컥하면서 참 좋더라고요.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니까 감독님이 감정 좀 죽이라고 할 정도였죠. '죽을래? 사랑해! 안겨!'라는 대사보다 더 확 와 닿더라고요. 그런데 웃긴 얘기 해 드릴까요? 실제로 수로 오빠는 손금이 너무 많더라고요. 여자가 많은가 봐요(웃음). 웃겨서 방송엔 어떡하느냐고 물었더니 감독님이 CG처리 하시겠다고 했죠. 암튼 그 장면 진짜 마음에 들어요."
"김도진, 임태산, 최윤, 이정록 네 남자 중 실제 이상형도 임태산이에요.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으니까 자상한 스타일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최윤도 멋있어요. 윤이의 대사는 대본만 읽어도 슬프더라고요. 그래도 최윤은 우유부단한 적도 있었으니 끌리는 건 마이산이에요."
 |
| 윤세아는 춤과 노래를 즐기는 센스만점 배우다. /임영무 기자
◆"다시 태어난다면 댄스가수를!"
윤세아는 '신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그중 하나가 빼어난 가창력과 춤 실력이다. 속옷가게에서 박지윤의 '성인식'과 엄정화의 '초대'를 불렀을 땐 의외의 노래 실력을 자랑했고 마지막회 도진의 플래시몹 프러포즈에선 코믹한 로봇 춤을 춰 시청자들을 배꼽빠지게 했다. 이 언니, 볼수록 매력쟁이다.
"원래 가무를 좋아해요. 다시 태어나면 댄스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죠. 춤을 추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매도 좋아지는 것 같으니까요. 도진의 프러포즈 때 춘 로봇 춤은 대본에도 없었던 거에요. 수로 오빠랑 즉석에서 짠 거죠. 처음 연습 땐 수로 오빠가 절 들어서 등 뒤로 돌리고 안는 걸 하려고 했는데 극중 홍세라가 임신 중인 설정이라 못했죠. 그래서 둘이 어려운 각기를 해보자고 해서 로봇 춤을 췄어요. 진지하게 춰서 더 웃겼나 봐요(웃음)."
'신품'이 종영되면서 임태산과 멀어진 그는 새로운 남편을 맞이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 줄리엔 강(28)과 가상 결혼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17일 첫 방송에서 둘은 연상연하 커플이자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안방에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작품에서 도회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를 맡았던 그는 '우결'을 통해 편안하고 친근한 윤세아를 보여 주려고 노력 중이다. "결혼하니 어떤가"라고 묻자 윤세아는 "에이"하면서 아직은 소개팅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소풍 가기 전날 밤 들뜬 아이처럼 '우결' 첫 촬영 전에 설레서 잠을 잘 못 잤어요. 운동도 하고 자서 촬영 때 지친 상태였죠. 그런데 제가 생각한 스타일이 아닌 분이 나온 거예요. 전 좀 웃긴 사람을 기대했는데 줄리엔 강은 연하남에 외국인이었죠. 키도 엄청나게 컸고요. 머리카락까지 아플 정도로 긴장했는데 줄리엔을 보고 일순간 마음이 풀어졌죠. 그리고 저보다 상대를 더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유난히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예쁘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싶은데 줄리엔이라서 더 안심이 돼요."
 |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줄리엔 강과 가상 결혼을 한 윤세아. /임영무 기자 불과 5분 전까지 '마이산'을 극찬하던 그가 '가상 남편' 자랑을 하니 짓궂은 질문이 떠올랐다. 솔직한 그이기에 주저하지 않고 "장르는 다르지만 줄리엔 강과 김수로를 비교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세아는 대뜸 "전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수로 씨, 울지 마세요!
"그래도 마이산이 좋고 편하죠. 줄리엔은 좀 더 겪어봐야 아는 거고요. 연하 남편이라서 자격지심이나 의기소침해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거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줄리엔을 보면 참 흐뭇해요. 여자 스태프들은 그저 흐뭇하게 웃고 저는 숨기면서 흐뭇해하고요. 줄리엔은 미소짓게 만드는 마력이 있답니다. 앞으로 안 싸우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어요. 소소한 일상도 함께 하면서요."
윤세아는 '신품'을 비롯해 '시티홀', '프라하의 연인' 등에서 신우철 감독-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특히 '프라하의 연인'은 그의 데뷔작이다. '흥행 보증수표'인 두 사람의 눈에 일찍 들어왔던 윤세아는 늦은 나이의 데뷔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비중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어떤 예쁜 짓을 한 거냐"고 묻자 윤세아는 '으하하' 웃으며 "사람을 마음으로 대해서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저를 발굴해주셨고 제가 두 분께 많이 의지했어요. 특히 작가님은 저는 데뷔 때부터 봐서 그런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신가 봐요(웃음). 무뚝뚝하고 아직 어려운 분이긴 하지만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스스럼 없이 대해주시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 또 출연요? 아유, 안 바라요. 욕심 안 부릴 거에요 헤헤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