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두산 여자 5호', '삼성 남자 6호'…'짝', 언제부터 '대기업 홍보팀'이 되었나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2.06.21 10:19 / 수정: 2012.06.21 10:19
20일 방송된 SBS 짝-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이 대기업 홍보 특집이라는 쓴소리를듣고 있다. /SBS 짝 방송 캡처
20일 방송된 SBS '짝-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이 '대기업 홍보 특집'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SBS '짝' 방송 캡처


[박소영 기자] SBS 커플메이킹 프로그램 '짝'이 프로야구 흥행에 걸맞춰 20일 '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을 마련했다. 앞서 예고편을 통해 프로야구 8개구단 계열사의 선남선녀들이 모여 짝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렸고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이라기 보다는 대기업 홍보편이 되고 말았다.

20일 방송에 출연한 이들은 두산, SK, 기아, 한화, 넥센, LG, 롯데, 삼성 계열사에 다니는 남자 8명과 두산, 한화, SK, 롯데 계열사에 근무 중인 여자 6명이다. 이들은 자기소개 시간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부각시켰고 기업명은 수차례 강조됐다. 특히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크게 자랑하며 저마다 자랑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성우는 출연자들을 언급할 때마다 "이 남자는 SK에 다니고 있다", "두산 여자 5호는 남자 세 명에게 도시락 선택을 받았다" 등의 기업명을 잊지않았다. 예전에도 출연자들의 직업이나 회사가 수식어로 붙는 경우가 있었지만 20일 방송처럼 출연자들의 '호'인 마냥 늘 따라다니진 않았다. 덕분에 대기업은 앉은 자리에서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됐다.

'짝'은 수차례 홍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지난달 출연한 영어 강사 27기 남자 1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홍보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의도적인 홍보성 출연'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출연자 개인의 자질 문제였지 제작진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은 다르다. 야구 팬들 마저 방송을 보게끔 만든 낚시성 예고편은 차치하더라도 대기업 홍보가 불보듯 뻔한 특집을 기획한 제작진의 의도에 많은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짝에 세 번 출연하며 두산맨이라는 애칭을 얻은 10기 남자 4호. /SBS 짝 방송 캡처
'짝'에 세 번 출연하며 '두산맨'이라는 애칭을 얻은 10기 남자 4호. /SBS '짝' 방송 캡처

'짝'을 통한 기업 홍보의 시초는 방송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산맨', '두산 형아' 등으로 불리는 10기 남자 4호. 그는 지난 8월초 '짝'에 첫 출연해 "두산인프라코어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고 해운회사 외동딸 여자 5호를 좋아하는 수의사 남자 6호와 진한 우정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방송 이후 그의 착한 마음씨와 개성있는 언행 등은 화제를 모았고 '두산맨'은 곧바로 11기 '한번 더 특집1'과 지난 3월 전파를 탄 '한번 더 특집2' 등 무려 세번이나 '짝'에 출연했다. 특히 그는 세 번째 방송 출연 전 제작진을 통해 "'짝'에 출연한 이후 회장님(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과 저녁식사를 했다"고 알렸다. 이를 두고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두산 홍보 효과 제대로네", "두산은 좋은 회사인가봐. '짝' 세 번이나 나가라고 시간 빼주고" 등의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이번 특집을 본 네티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방송 직후 시청자게시판에 "예고편에 낚였다"며 "야구에 관련 있는 사람들만 나오는 줄 알았다. 이게 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인가요? 출연자들을 욕하는 게 아니다. 일반 회사다니는 사람들 섭외 해놓고 왜 프로야구 8개구단 특집이라고 하는 건지. 제작진의 낚시다. 내레이션만 '야구팀'에 출연한 사람처럼 말하고 자막에 팀 로고 넣고, 그렇게 해서 8개구단 특집이라고 하다니. 그냥 대기업 특집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걸. 실망이 크다"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도 "공감합니다. 예고편에 낚인 1인입니다. 더욱 화가 나더라구요. 재벌 모기업들의 반대로 10구단 창단이 물건너 갔기에", "내말이 그말입니다. 앞으로 대기업 '짝' 하세요", "대기업 특집이 맞네요", "프로야구 특집? 이젠 대놓고 재벌 홍보하네"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프로그램을 감싸는 글도 찾을 수 있다. "대기업 다니면 다 재벌인가요. 말에 모순이 있네요", "야구 팬들은 몰라도 '짝'을 즐겨보는 시청자로서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 '짝'에 대기업 다니는 출연자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뭘", "남자 출연자들은 야구 응원 열심히 하던데", "야구가 좋으면 야구 프로그램을 보면 되지 '짝'이 무슨 잘못?" 등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번 특집이 자아내는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의도치 않은 대기업 홍보라고 억울하다면 '두산 여자 5호', '삼성 남자 6호'가 아닌 '베어스 여자 5호', '라이온즈 남자 6호'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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