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씨네] '후궁', 벗는 영화 아니라더니…무엇을 기대했나
  • 김가연 기자
  • 입력: 2012.06.07 14:36 / 수정: 2012.06.07 14:36

배우 조여정의 파격 노출로 화제를 모은 영화 후궁: 제왕의 첩 스틸컷.
배우 조여정의 파격 노출로 화제를 모은 영화 '후궁: 제왕의 첩' 스틸컷.


[김가연 기자]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올해 상반기 주목받는 '19'금 영화 중 가장 마지막 주자다.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은교', '돈의 맛'에 이은 네 번째 작품. 후궁은 그 중 가장 파격적이면서 노출이 가장 심한 영화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고 전라 노출과 정사 장면은 영화의 주된 홍보 포인트였다.

6일 대중에게 공개된 '후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화제 몰이 덕분이었을까. 초반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관객들의 평점은 전체적으로 저조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6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초반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할 순 없지만, 앞으로 이어질 외화 대작들의 공세에 부딪힌다면 흥행을 장담하긴 어렵다.

스토리는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욕망과 광기를 다룬다. 왕(정찬)의 배다른 동생 성원대군(김동욱)은 대비(박지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다. 사냥을 갔던 성원대군은 우연히 신 참판(안석환)의 집에 들렀다가 딸 화연(조여정)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사랑하는 남자 권유(김민준)이 있다. 신분차이가 컸던 화연과 권유는 사랑의 도피를 시도하지만, 신 참판에게 붙잡혀 화연은 왕의 후궁으로 궁에 들어가고 권유는 거세를 당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시름시름 앓던 병약한 왕은 죽고 성원대군은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대비는 자기 멋대로 섭정을 하고 형수 화연을 사랑하는 성원대군과 대비, 화연, 그리고 내시로 궁궐로 들어온 권유와의 갈등이 심화되며 피비린내 나는 궁의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 후궁에서 화연 역을 맡은 조여정과 권유를 연기한 김민준(위)와 대비 박지영과 성원대군 김동욱.
영화 '후궁'에서 화연 역을 맡은 조여정과 권유를 연기한 김민준(위)와 대비 박지영과 성원대군 김동욱.

영화는 단순히 벗는 데만 집중하진 않는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충돌이 어떻게 광기를 만들어내며 파국으로 치닫는지에 집중한다. 화연을 가지고 싶었던 권유와 성원대군, 그리고 권력을 손에 쥔 대비의 욕망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절박하게 그려진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물어뜯고 헐뜯는 이들의 모습은 처참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정사 장면이 보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철저히 남성주의 시각으로 보이는 성원대군과 금옥(조은지)과의 정사 장면 등은 여성 관객이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폭력적이고 과격하게 그려진다. 성원대군의 애욕에 못 이겨 그에게 몸을 맡겨야 했던 금옥이 흘리는 눈물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분명 노출 영화는 아니라더니, 노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두 번째 노출 영화를 선택한 조여정으로 두 번째 홍보 포인트를 맞췄지만, 조여정의 과감한 노출신을 기대한 남성관객들이라면 오히려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관객들은 '방자전'에서 이미 파격적인 노출을 시도한 조여정에게 흥미를 잃었고 결국 그의 노출이 그만큼 홍보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반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김동욱은 철저한 내면 연기로 성원대군을 표현했다.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위에 오른 성원대군은 절대 군주로서 서지 못하고 철저하게 대비의 손에 놀아나게 된다. 김동욱은 감정 없이 살아야 하는 성원대군을 멍한 눈빛 하나로 다채롭게 연기했다. 자신이 소유할 수 없는 권력 앞에서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랑하는 여인 화연만 보이면 욕정에 불타오르는 인간의 두 얼굴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김동욱뿐만 아니라 빗나간 모정 때문에 표독스러워진 대비를 연기한 박지영의 연기도 눈에 띈다. 이렇듯 영화는 캐릭터를 200%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그나마 스토리의 헐거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조여정이 무엇 때문에 점점 변해가는지 그 이유와 과정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설득력을 잃고 극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욕망과 광기의 정사'라는 홍보 타이틀을 제대로 표현한 김동욱과 박지영의 호연으로 영화는 살았고, 그나마 힘을 얻었다. 하지만 화제 몰이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결과는 철저히 관객의 몫. 앞으로의 결과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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