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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아이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심재걸 기자] 주저 앉고 싶었다. '유혹의 소나타'로 정점을 찍다가 갑자기 터진 스캔들. 아이비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수 생활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노래에 대한 욕망은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 됐다. 간신히 두 발을 펴고 무대를 찾아갔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지상파 방송국은 아이비에게 등을 돌렸고, 또 한 번 그는 주저 앉았다. 그리고 전 소속사와 길고 긴 소송은 아이비의 2년을 한 번 더 빼앗았다. 이제야 자유의 몸이 된 아이비는 새 둥지에서 새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6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난 아이비의 표정에는 설레임과 긴장감이 교차됐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꾸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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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주의를 벗고 편안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아이비. |
-신곡이 나오기까지 또 2년이나 걸렸다.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심적으로 더 단단하게 무장됐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두려움도 많이 없어지고 중심이 많이 잡힌 기분이다. 예전엔 사람을 두려워했는데 너무 의식하니깐 내가 무너지더라. 그런 마음을 가다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엽기 표정, 진흙 범벅 등 신비주의를 많이 깨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단점을 드러내기 싫어서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원래 이런 사람이야!'는 아닌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낯설 수있다. 내가 풀어갈 숙제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나쁜 이미지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 방법도 모른다.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고 싶다. 스타가 아니라 가수, 노래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길 원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진흙을 온 몸에 뒤집어 쓰고 나온다. 살짝 안쓰럽기까지 했는데….
마냥 슬프게 립싱크하는 장면은 식상할 것 같아서 의미를 담고 싶었다. 진흙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아이비를 그렸다. 가수 아이비로 따지면 어려움과 힘든 고난을 뚫고 나와서 다시 빛을 발한다는 의미다. 이틀간 꽃샘 추위 때문에 무척 힘들게 찍었다. 스태프는 다 마스크에 귀마개까지 했는데 나는 수영복만 걸치고 젖은 진흙을 발랐다. 다시 찍으라면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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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비가 30대에 접어들어도 변함없는 '명품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
-끊이지 않는 구설수, 연예계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주저 앉고 싶은 생각을 늘 했었다. 열애설까지 터지면서 진짜 포기하고 싶었다. 가수를 해서 얼마나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왜 힘들게 살고 있지?'라고 좌절했다. 그러나 무조건 사랑만 받았다면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7년 중 5년을 쉬어보니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계속된 악플은 참기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
보기 싫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나'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악플을 봐도 그렇게 상처는 아니다. 밤에 잠 못자는 등 그런 것 아니다. '유혹의 소나타' 이후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이 생겨났다. 악플 보고 처음엔 너무 충격이었다. 무대에 섰는데 두렵고 또 무슨 욕을 할까봐 눈앞이 깜깜했다. 지금은 많이 무뎌졌다.
-아픈 상처는 주로 어디에서 위로를 받았나.
신앙의 힘이 컸다. 5년 전부터 잃어버렸던 신앙을 되찾았다. 또 함께 믿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인 때 차량 밖으로 못 나가는 게 훈련돼서 혼자만의 세계에 살았다. 교회 합창단에서 이성미, 이무송, 노사연 등 선배들을 만난 뒤 달라졌다. 위로하고 감싸주니 무척 좋았다. 이제는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다시 명성 되찾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그런 생각 자체가 심한 무리고 욕심이다. 그저 호감가는 여가수였으면 좋겠다. 노래를 하든 말을 하든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호감을 얻지 못했다는 관념에 빠진 거 같다.
너무 차갑고 섹시한 모습, 도시적이고 도도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스캔들도 많았고, 공감이 가거나 친숙한 가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수에게 어떤 어려움들은 개인적으로 인생의 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고, 내 또래 여자나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싶다. 공감대를 얻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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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싶다는 아이비. |
-새 앨범 역시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졌나.
그렇다. 힘을 많이 뺐다. 예전엔 나를 드러내고 싶었다. '이런 거 잘할 수 있어', '보여줄 수 있어' 등의 마음가짐을 훌훌 털었다. 편안하게 준비한 앨범이다.
-자작곡도 수록돼있다.
예전부터 앨범에 많이 참여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이번 앨범은 내 입김이 많이 들어가도록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곡을 많이 써왔는데 이번에 한 곡이 처음으로 수록됐다.
-타이틀 곡이 발라드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섹시'는 버리는 건가.
원래 '섹시'를 좋아해서 몸이 따라주는 한 버리는 일은 없다. 스물 아홉 때는 '내년에 어떻하나' 근심이 가득했는데, 서른 한 살이 되니 나이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다. 지금 나이 때 누릴 수 있는 것을 많이 활용하고 싶다. 10월까지 뮤지컬 '시카고'에 매진하고 연말쯤에 섹시 버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첫 방송 무대로 KBS2 '스케치북' 녹화는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심환을 먹고 올라갔는데도 너무 떨렸다. 두 곡을 어떻게 부른지 몰랐다. 무대에서 내려 집에 안 가고 대기실에서 기절하며 잤다. 기가 다 빠져서 힘들었다.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안 떨렸는데 알면 알수록 더 떨린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이 것을 빨리 이겨내야 되는데 경험이 없다. 2005년 데뷔하고 7년 됐는데 활동을 2년도 안 했다. 어떻게 보면 아이돌 보다 내가 더 경험이 없다.
-갈수록 빨라지는 가요계에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고군분투 한다.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가수는 노래로 말해야 되는 거니깐음악으로 진심이 통했으면 좋겠다.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내 또래에선 공감을 많이 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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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