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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홍보차 배우 박희순을 만났다./노시훈 기자 |
[김가연 기자] "배우 박희순(42)은 흥행에 집착한다?" '그렇다'와 '아니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야 한다면 박희순은 '그렇다'에 가깝다. 무엇보다 전작 '가비'가 생각보다 흥행이 저조해 박희순은 한동안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에게도 원칙은 있다. 바로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상업 영화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홍보차 만난 인터뷰에서도 박희순은 흥행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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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순은 영화 '간기남'에서 간통 전문 형사 선우 역을 맡았다. |
영화 '간기남'은 간통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려 용의자로 몰리게 된 형사 선우(박희순)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치정 수사극이다. 선우는 사건 현장에서 매력적인 여자 수진(박시연)을 만나게 되고, 선우가 사건을 풀면 풀수록 수진이 이 살인 사건에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묘한 관계를 형성해간다.
'간기남'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적당히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다. 영화 개봉 전, 여주인공 박시연의 노출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는 내용이 홍보가 돼서 눈길을 끌었다. 개봉 후에는 일명 '장례식 정사 장면'이 화제가 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간기남'은 단지 '19금' 영화로만 생각하면 기대한 만큼 야하지는 않다. 박희순에게 "생각보다 야하지 않다"고 말하자, 그는 농담섞인 말로 "야한 영화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되물으며 진지하게 영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죠? 생각보다 세지 않았죠?(웃음). 다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대를 안 하고 봤을 때에는 충격요법이 강하지만 이미 (박)시연이의 노출로 홍보해 놓은 상태라서…(웃음). 홍보가 그렇게 맞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장례식장 정사신이요? 사실 시나리오상에는 정확히 없었어요. '키스를 한다'라는 지문 정도만? '옷을 뜯는다, 키스를 이렇게 한다'라는 것까지는 없었죠. 저도 이렇게 셀 줄 몰랐어요."
많은 이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박시연 역시 이번 영화에 이렇게 파격적인 노출 장면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희순은 "콘티를 보고 감독님하고 시연이와 조율을 많이 했어요. 시연이가 큰 결정을 해 준 것이죠. 여배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정말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본 촬영 전에 리허설을 세세하게 갔어요. 동선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렇지 않으면 NG가 나잖아요. 오히려 슛 들어가서는 2, 3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영화는 초반 스릴러와 코믹을 섞어놓은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수진와 선우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선우가 수진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에 반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우와 수진은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이끌리는 강한 내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선우는 수진을 위해 그녀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이야기하지 못한다. 실제 박희순이라면 어떨까.
"저라면요? 아마 저는 선을 넘는 행동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에요. 수진을 만나고 간통을 하는 일도 하지 않았겠죠. 처음 사건 현장에서 시체를 발견했을 때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제가 이래 보여도 굉장히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거든요. 그렇게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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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내내, 박희순은 박시연이 고마운 결정을 해줘서 영화가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
정말 그랬다. 박희순은 인터뷰 내내 정적이면서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에 농담으로 받아치는 '센스'를 보였지만 질문이 끝나면 바로 적막이 흘렀다. 친한 사람 앞에서만 웃음이 넘친다는 박희순. 그래서 선우라는 캐릭터를 하고 싶기도, 그래서 선우를 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선우는 제가 지금까지 해 보지 못한 캐릭터예요. 밝고 유쾌하고 능글맞고…(웃음). 제가 영화에서는 이런 역할을 해보지 않았지만 연극무대에서는 주로 밝은 역할만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블랙 코미디고요.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슬랩스틱도 재밌어 하는데…. 연극은 움직임이 많이 있잖아요. 몸도 쓰고 대사도 하고 연기도 하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요? 하고 싶죠 정말(웃음). MBC '최고의 사랑' 속 차승원 씨 역할도 좋았고, (이)선균이의 영화 '쩨쩨한 로맨스'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본인은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정작 박희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르다. 진중하고 조용하고 무겁다. 성향은 그렇지 않지만 줄곧 이런 역할을 많이 맡았다. 대중이 박희순이란 배우에게 기대하는 면을 굳이 져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전작 '가비'에서 맡았던 고종 역할도 같은 맥락이었지만, 흥행에 참패해 씁쓸하다고 했다.
"고종은 정말 매력있는 역할이었어요. ('가비'자체가) 원작이 있기 때문에 책을 여러 편 찾아보니깐 역사 속에서 보여진 고종 외에 또 다른 고종의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매번 주연만 하면 부담도 있고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관객이 좋아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이제는 관객 편에 많이 선 것 같고요.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드릴까를 가장 먼저 생각하죠."
연극무대에서 선 것을 포함하면 박희순은 벌써 데뷔한 지 20여 년이 넘었다.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다.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그의 모습은 도통 볼 수가 없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예능 나들이도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박시연과, 김정태, 이한위는 '간기남' 홍보차 KBS2 '해피투게더' 시즌 3에 출연했지만 박희순만 쏙 빠졌다. 남자주인공이지만 그는 예외였다. 박희순은 예능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예능 폐쇄 공포증이 있어요(웃음). 갑자기 질문을 하면 얼굴에 막 경련이 일어나요. 토크쇼 같이 순서대로 제 이야기만 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니깐요. 혼자 적응을 못하면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떨 때는 예능에 나가는 것이 도살장에 나가는 것 같아요(웃음). 드라마요? 하고 싶긴 한데…. 첫 번째는 하고 싶은 작품과 하고 싶은 캐릭터를 못 만난 것이고요. 무엇보다 드라마는 현장이 중시되고 순발력이 중요한데 저는 천천히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적응을 못하면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작품을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고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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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순은 예능 울렁증이 심해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하기 꺼린다고 했다. |
"40대에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얼마나 많으신데요. 제가 그 분들과 동등한 조건에서는 경쟁을 못하죠. 그래서 저는 30대 후반을 노리면서 캐릭터를 고르고 있어요(웃음). 외모 관리요? 당연히 하죠(웃음). 경락마사지도 받고 식사 조절도 하고 운동도 하고, 가방에 미스트랑 목캔디도 가지고 다니죠."
실제로 박희순은 자신의 생활용품이 담긴 조그마한 가방을 가지고 다녔다. 여배우들이 개인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남자 배우들이 그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손에 스마트폰과 지갑정도만 들려있을 뿐…. 성격이 세심한 것 같다며 극중 선우가 수진의 향기에 강하게 끌리는 것처럼 박희순도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도 냄새인 것 같은데….(그의 말에 좋아하는 여자 향수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박희순은 향수가 아니라 냄새라고 꼬집었다). 제가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혼자 사는 집에서는 흡연 공간이 따로 있어요. 담배 냄새가 싫어서요. 베란다에서만 담배를 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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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순은 식단 조절, 체중 관리 등 자기관리 비법에 대해 설명했다. |
인터뷰 당일, 옷이 젖지 않을 듯 잔잔하게 내리는 봄비를 보고 "아, 오늘은 딱 막걸리가 생각나는 날이네요. 술친구요? 선균이랑 (그의 부인) 전혜진과 함께 마시고는 했지만 두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바람에 더는 그럴 수가 없어요(웃음). (하)정우랑도 가끔 마시는데 요새 정우가 너무 바빠서…. 오늘은 친한 감독님들과 한잔해야겠어요."라고 마무리하는 박희순. 소탈하면서 정이 넘치는 그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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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순은 절친 이선균의 작품 '쩨쩨한 로맨스'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