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열전-왕종근] "다섯번 사업 실패, 공처가 될 수 밖에…" ③
  • 심재걸 기자
  • 입력: 2012.04.03 08:42 / 수정: 2012.04.03 08:42
▲잇단 사업 실패로 공처가가 돼버렸다는 왕종근./노시훈 기자
▲잇단 사업 실패로 공처가가 돼버렸다는 왕종근./노시훈 기자

[심재걸 기자] 방송인 왕종근(58)의 꿈은 30년째 한결 같다. 다리가 지탱해주는 그 날까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다. '최고' 혹은 '수장'의 욕심은 일찌감치 접었다. 방송은 국민의 것이고, 자신은 그 틀 안에서 작은 부러스기에 불과하다는 게 왕종근의 철학이다.

그러한 자세가 바로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기와 30년 넘게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장수 비결이었다. <더팩트>이 만난 왕종근은 카메라 뒤에서 더 인간적이고 소박했다. 또 누구보다 방송을 사랑하고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는 베테랑이었다.

# 다섯번 사업 실패, 공처가 될 수 밖에…

-현재 소상공인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성공한 점주들을 많이 만나니 창업 욕구도 솟구치겠다.
3년째 하고 있다. 한 번 보면 마니아가 될 정도로 내용에 거품이 없다.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전달할 수 있어서 보람이 크고 소상공인들을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게 자부심이다. 몇년 진행하고 있으니 나도 창업 충동이 생겨서 몇 번 사업을 벌인 적있다. 참고로 다섯번 망했다.

-망한 사연을 듣고 싶다.
콩비지 사업으로 처음 망했다. 해외골프투어 사업을 동업하다가 또 망했다. 이후 벤처기업에 몇 번 투자했다가 쓴맛을 봤다. 수 억원을 잃고 억울했다. 한편으론 전 재산을 다 안 넣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패의 결과는 뭐가 남느냐, 공처가로 남는다. 아내는 당시 나를 보고 '당신 때문에 죽겠다'고 항상 말했고 나는 큰소리 한번 치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 사업을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왜 실패했다고 보나.
실패한 공통점은 전력 투구를 안한 점이였다. 직업이 있고 부업 형식으로 하다보니 아무래도 손이 덜간다. 남에게 맡기면서 잘 되길 바란 게 넌센스였다. '이 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해도 성공하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대여섯 평 공간에서 수제버거 가게를 하는 젊은이다. 창업비용 1500만원을 갖고 시작해 지금은 월 순수입이 500만원이다. 군대를 다녀온 뒤 야채 장사해서 밑천을 모은 것으로 햄버거를 팔아왔다. 티셔츠 뒤에 쓰인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스타벅스도 두평으로 시작했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내 가게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의미도 있는 것 아닌가. 그 패기가 아름다워 내 아들을 그 가게로 데려가서 '친형처럼 여기고 도움을 받아라'고 시켰다. 그 주인에게 '내 아들을 이끌어줘라'면서 서로 의형제를 맺게 했다.

▲왕종근(왼쪽)이 소상공인 방송 성공파트너의 스튜디오에서 동반 MC 이세진과 활짝 웃고 있다./노시훈 기자
▲왕종근(왼쪽)이 소상공인 방송 '성공파트너'의 스튜디오에서
동반 MC 이세진과 활짝 웃고 있다./노시훈 기자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겠다.
버릇 없고 기백 없는 20~30대라고 여겨왔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꿈을 갖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았고 만남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그들에게 젊어지는 약을 얻어먹는 기분이다. 내 나이 되면 기력도 없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많아지는데 자극을 주는 채찍질과 같았다. 젊은 시절 나도 열심히 했지만 그러한 젊은이가 많다는 점에서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보였다.

-성공인의 노하우 많이 들으면 활용할 일이 수두룩할 거 같은데….
더 조심스러워진다. 창업 욕구나 노하우가 많이 쌓여도 주위에서 창업하겠다고 나서면 내가 앞장서서 말린다.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그만큼 창업은 고시 합격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공부머리 이상으로 장사머리가 필요하다. 전재산을 걸고 하는데 망하면 끝이다. 조용히 까먹고 사는 게 억울해도 안전하다.

-소상공인 방송 3년차 MC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소상인들이 하는 말은 한결 같다. 직원은 나만큼 절박하지 않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 절박함은 나밖에 없다. 이 것 아니면 죽다는 생각을 해도 성공할까 말까다. 무조건 창업은 조심해서 해라. 대충해선 되는 일이 없다.

왕종근이 진행하는 소상공인 방송 '성공파트너'의 촬영 현장에선 언제나 웃음꽃이 피었다. NG도 거의 없이 한 번에 분량이 완성됐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진행자와 게스트의 대화는 계속됐다. 스스로를 2인자라고 칭했지만 대충하는 법이 없었고, 쉬는 시간에는 희한하게 그의 주위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마력을 지녔다. 사람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 1인자는 왕종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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