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리포트-②제작자 편] 큐브 홍승성 대표 "아직 멀었다, 케이팝!"
입력: 2012.01.23 09:00 / 수정: 2012.01.23 09:00

[심재걸 기자] 2년 전만 해도 놀랍기만한 일이었다. 파란 눈의 소녀팬들이 케이팝(K-POP)에 열광하고, 대한민국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붙는 것 자체를 신기해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미주·유럽을 넘어 지구 반대편 남미까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음악시장이자 가까운 이웃 일본은 이제 기본 코스로 자리잡았다. 한국 가요 역사상 초유의 부흥기가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더팩트>은 하루하루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 케이팝의 주역들, 그 중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아티스트·제작자·작곡가를 차례로 만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제작자편-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케이팝 신드롬을 두고 하루 아침에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한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케이팝 신드롬을 두고 "하루 아침에 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한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청담동. 거리와 도로엔 고향을 향해 움직이는 인파와 차량으로 붐볐지만 늦은 저녁에도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 층층엔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비스트의 월드투어, 포미닛의 새 앨범 막바지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 역시 최전방에 있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만큼 일정이 쌓여있었지만 얼굴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준비된 자의 여유였다. 그러면서도 정체와 안주를 경계하며 끊임 없는 도전 정신을 찬양했다.

# 아직 멀었다, 케이팝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케이팝 열기를 어떻게 바라보나.
지난해 케이팝은 다른해보다 얘기 거리가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미디어에서 굉장히 많이 다뤘다. 케이팝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전달됐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긴시간의 준비 과정이 조금씩 드러나는 단계다. 새로운 남미와 유럽 등은 아직 시작이다.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음악 시장도 지난해 개척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미래가 희망적이다. 이제 활력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해야될 게 너무 많다.

-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나.
한국 가요를 보면 세계 시장 어디에 내놔도 퍼포먼스 음악으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그 게 통하고 있고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를 잘 이용하면서 해외 분석 마케팅을 민첩하게 활용한 덕이다.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잘 보완해 완성시킨다면 희망적이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은 언제부터 예감했나.
과거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비를 매니지먼트 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드라마 '풀하우스'를 통해 아시아 투어, 월드 투어가 가능했다. 당시엔 드라마가 선두 역할을 했다면 이젠 음악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생겼다.

모든 일은 도전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10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들어갔고,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많은 시도와 역할을 했다. 그 게 축적되고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방송과 인터넷 등 속도전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며 해외 시장 활로가 촉진됐다.

# 시스템이 경쟁력이다

▲홍승성 대표와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 큐브엔터테인먼트 식구들.
▲홍승성 대표와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 큐브엔터테인먼트 식구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을 중점적으로 매진할 계획인가.
지금의 시스템을 잘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시스템이란 콘텐츠 생산 면에선 우리나라 밖에 없는 트레이닝 과정을 말한다. 매니지먼트는 아이들이 자유로움 속에서 생각하고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수로서, 연예인으로서 새로운 걸 창조하기 위해선 구속을 하면 절대 안된다. 아티스트의 재능, 연출자의 감각, 작곡가의 높은 수준 등 크게 3박자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시스템의 힘이다.

-좋은 환경이란.
음악 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하고 작곡·작사 등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외 연수를 장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지 문화와 시장을 몸소 체험하면서 창작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실제로 해외 공연을 할 때마다 연습생들을 직접 데리고 간다. 공연 관람 뿐만 아니라 거리 문화, 음반 시장 등을 체험시키면서 언어와 현지 정서의 습득력을 높이려고 한다. 무대에 올라가서 어떤 역할을 해야되는지 직접 경험만큼 좋은 가르침은 없다.

-큐브의 시스템을 소개하자면.
우리 모두 공동 투자자라는 의식이 중심이다. 대표와 아티스트 관계는 오랫동안 함께하는 가족, 파트너와 같다. 그래서 실력만큼 인성적인 면을 중요시한다. 봉사활동·성교육·가족 면담 등을 공식 프로그램에 넣어서 진행하고 있다.

또 인재 발굴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한다. 매월 매주 아시아·미주 전역에서 오디션을 실시한다. 해외 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A&R, 마케팅 등 직원들의 역량을 분야별로 전문화 시켰다. 이제 엔터분야도 기업화가 돼야한다. 국내외 마케팅을 현지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 미션|비즈니스 인재를 수배하라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 중인 연습생들./노시훈 기자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 중인 연습생들./노시훈 기자

-결국 시스템이란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쪽과 관리·경영하는 분야로 크게 나뉜다. 아티스트와 더불어 비즈니스 인재에 대한 영입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겠다.
그렇다. 현지화 전략을 많이 생각해야 된다. 충분한 정보와 준비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결국 해외시장을 넓히기 위해 가수 뿐만 아니라 직원도 좋아져야 한다. 현지화의 핵심전략은 앉아서가 아니라 정보교환을 현지인과 계속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제 음반 업계도 좋은 인재가 많아져야 케이팝 비즈니스를 끌고 갈 수 있다.

-현실은 어떠한가.
조금씩 힘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비즈니스까지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엔 해외 공연 파트너를 현지에서 찾을 때 교포들을 주로 앞세웠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사기도 많고 전문성도 낮으면서 현지 업체와 신뢰를 쌓기 어려웠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과도기로 봐야한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현재는 비즈니스 인력 보완이 가장 시급한 부분인가. 콘텐츠 면에선 어느 정도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졌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에 몰두해야하고 사업은 사업이다. 경영과 음악이 분리돼 역할분담을 해야 수익 창출이 원활해진다. 음악 콘텐츠 생산 시스템은 녹음실, 사운, 장비 등 굉장히 뛰어나고 실력 면에서도 좋다. 한 군데서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제 비즈니스가 성패를 가린다. 좋은 인재들도 자본이 있어야 영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가 뒷받침 돼야한다. 점점 시장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구조로 흘러가리라고 내다본다.

# 시장 논리 모르면 참패

▲지난해 12월 브라질 상파울로 과룰류스 공항을 마비시킨 비스트와 포미닛./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12월 브라질 상파울로 과룰류스 공항을 마비시킨 비스트와 포미닛.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외시장 개척은 대의적인 위상도 중요하지만 뒤따라 오는 경제적 수익 창출도 중요하다. 현재 수익의 비율은 국내와 해외가 어느 정도이고 어느 만큼 늘려갈 생각인가.
지금은 거의 5대 5다. 해외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보니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활성화 되있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해외 시장은 성장할 것이다. 이제는 국내 시장은 입지적인 측면, 수익창출은 해외에서 많이 이뤄질 전망이다. 수익 규모는 100%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국내와 해외 비율은 크게 4대 6까지 변할 수 있다.

-해외 업체들과 협력은 어떤 방식인가. 접촉과 계약 성사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일본은 음반 기획사들과 손을 잡지 않으면 활동이 힘들다. 다행히 큐브는 유니버셜과 유통,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어 비교적 수월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기획사와 현지 회사간 계약은 우리나라에서 아티스트와 계약할 때와 똑같다. 그러나 계약 단계가 상당히 복잡하다. 우리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매니지먼트, 음반과 음원, 팬 관리 부분을 따로 계약한다. 일본만의 룰이 있기 때문에 파트너를 잘 찾아야되고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해야한다.

-수익 배분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기획사가 불리한 조건으로 할 때가 많다. 특히 일본으로 넘어갈 때 불리한 조건을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 가령 우리가 행사비로 1000만원을 받았다고 치자. 국내에서 회사와 아티스트 둘 만의 관계였다면 둘이 나누면 끝이다. 그런데 일본 회사가 있으면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모르는 상황에서 5대 5 계약을 했다고 치면 우리가 받은 5에서 아티스트와 또 나눠야한다.

이 단계에서 아티스트의 로열티를 뺀 다음 한일 기획사간 분배를 먼저 강조해야 하는데 지금껏 이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굉장히 많은 돈을 받아서 아티스트에게 적게 준다는 인식있는데 이러한 시행착오 때문이었다.

-무턱대고 진출했다간 빈털털이가 될 수 있겠다.
시장 논리를 모르면 참패 당한다. 계약은 항상 공정성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했을 때 무리가 따른다. 현지의 룰을 따르는 게 맞고 직접 투자를 피하는 게 안전할 수 있겠다. 대신 아티스트의 파이를 먼저 뺀 뒤에 수익 배분을 나누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건강한 케이팝 부흥을 위해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기획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무분별하게 진출한다면 금방 도태된다.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케이팝의 신뢰도 역시 하락될 가능성이 많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아이들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현지 업체와 계약에선 욕심을 부리면 신뢰가 깨지고, 일정 부분 돌려주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나 메이저 회사들이 지금 진출하는 새로운 회사에 정보 공유를 많이 허락하고 교환이 잘 이뤄진다면 케이팝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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