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태htb에 베팅한 고도파트너스…3000억 인수자금 어떻게 짜나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9.30 01:00 / 수정: 2026.09.30 01:00
본입찰 앞둔 해태htb…엠지씨글로벌과 고도파트너스 2파전
1호 펀드 4000억 1차 클로징 추진…EBITDA 125억·계열매출이 변수
/고도파트너스 홈페이지 갈무리
/고도파트너스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윤정원 기자]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고도파트너스가 설립 후 첫 투자 후보로 적자 상태인 해태htb를 낙점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3000억원 안팎이다. 고도가 첫 블라인드펀드로 약 4000억원 규모의 1차 클로징을 추진하고 있어, 펀드 자금에 프로젝트펀드와 인수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 인수전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음료 자회사 해태htb 매각은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메가MGC커피 운영사 엠지씨글로벌과 고도파트너스가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올라 실사를 진행했다. 당초 이르면 9월 말 본입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매각 대상은 LG생활건강이 보유한 해태htb 지분 100%이며 삼정KPMG가 매각을 주관한다. 매각 측의 가격 눈높이는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 4000억 펀드 만드는 고도…첫 포트폴리오 후보로 해태htb

이번 거래는 고도파트너스의 첫 투자 성과를 가늠할 딜이 될 수 있다. 고도는 이진하 전 MBK파트너스 부사장과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한국 대표가 이끄는 독립계 PEF 운용사다. 출범 이후 1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고 해태htb를 첫 포트폴리오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고도는 최근 1호 블라인드펀드의 1차 클로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차 결성 규모는 약 4000억원이며 해외 연기금과 패밀리오피스, 재간접펀드(FoF) 등을 중심으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내외 추가 출자를 받아 최종 7000억~8000억원까지 규모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신생 운용사가 개별 딜을 위한 프로젝트펀드가 아닌 대형 블라인드펀드부터 조성한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1차 결성 규모만 놓고 보면 해태htb의 예상 매각가격을 웃돈다. 다만 블라인드펀드 자금만으로 인수대금을 모두 부담하는 것과는 별개다. 한 건에 펀드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이후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해태htb 인수가 가시화될 경우 별도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할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돼 왔다. 여기에 인수금융을 결합하면 블라인드펀드에서 실제 투입하는 에쿼티 규모도 달라진다.

자금조달에서 부담이 되는 부분은 해태htb의 현재 수익성이다. 지난해 매출은 3742억원으로 전년보다 9.6% 감소했고 영업손실 1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4년 278억원에서 지난해 125억원으로 55% 줄었다. 현금창출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일반적인 인수금융 구조에서는 3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격과 현재 수익력의 간극이 적지 않다.

다만 매각가격을 현재 실적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해태htb는 천안·평창·철원·익산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력인 천안공장에서는 갈아만든배와 코코팜, 봉봉 등 주스·탄산음료를 비롯해 차류와 에이드류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복합물류센터도 운영한다. 제조 인프라 자체가 인수자가 확보하는 자산 중 하나인 셈이다.

◆ 매출 절반 LG생건 계열과 거래…분리 후 현금흐름이 변수

인수금융 규모를 좌우할 또 다른 요소는 LG생활건강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기존 매출이 얼마나 유지되느냐다. 지난해 해태htb가 코카콜라음료를 상대로 올린 매출은 1719억원으로 전체의 45.9%였다. 특수관계자 전체와의 매출 거래액은 19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3.3%에 달한다. 회사 매출 절반가량이 LG생활건강 계열과 연결돼 있는 셈이다.

코카콜라음료 자체는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태htb가 맡아온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은 매각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기존 계약과 거래조건, 물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관련 매출이 줄어들 경우 인수 이후 EBITDA와 현금흐름이 달라져 금융기관이 인정하는 차입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매각을 통해 해태htb가 독립 음료회사로 사업 범위를 넓힐 여지도 있다. 매각 과정에서는 갈아만든배·봉봉·코코팜 등 주요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과 레시피, 국내외 판매권 등을 해태htb로 이전하는 방안이 전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생산 기능에 무게가 실렸던 해태htb가 브랜드 운영과 판매 기능까지 직접 가져갈 경우 인수 이후 손익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엠지씨글로벌과 고도의 인수 논리는 갈린다.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엠지씨글로벌은 해태htb의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이용해 프랜차이즈에서 음료 제조·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반면 재무적투자자인 고도는 해태htb의 수익성을 회복시키고 자체 브랜드 매출을 키워 기업가치를 높여야 투자수익을 만들 수 있다.

고도 공동대표인 이정우 대표의 과거 투자 이력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베인캐피탈 재직 당시 화장품 브랜드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 투자와 유니레버 매각을 이끈 경험이 있다. 고도가 첫 포트폴리오 후보로 해태htb를 택한 배경에도 소비재 브랜드의 가치를 키워 회수하는 기존 투자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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