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이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법' 세제개편안이 수많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상대평가와 6년이 넘는 장기 기준을 함께 적용해 실질적인 주주 권익 보호와 자본시장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포럼은 4일 논평을 통해 지난 3일 재정경제가 발표한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 평가방법 개선' 세제개편안을 두고 "지배주주가 법률·세무 기술을 활용해 세제개편안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체 시장이 아닌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11개 업종별로 하위 25%(코스피 기준) 기업을 선정하는 정부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포럼이 자체 추정한 결과, 해당 요건을 적용받는 코스피 상장사는 84~87개(평균 PBR 0.27배)에 불과했다.
포럼은 "한국 상장사의 약 70%가 PBR 1배 미만인 현실에서, 업종별 하위 25%만 타깃으로 삼는 방식은 대다수 저PBR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롯데지주, GS, DL, 태광산업, 이마트 등 다수의 기업이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6년6개월에 이르는 판정 기간 역시 규제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지배주주가 장기간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기에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면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라는 기준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일반주주 권익 침해 방지 효과는 극히 미미할 거란 주장이다.
PBR 1배 미만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도 지적했다. 포럼은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업종을 불문하고 주가가 회사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뜻"이라며 "주주의 요구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는 만큼 상장회사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균 PBR 5.1배인 미국 상장사 사례를 들며 "자본배치 최적화를 통해 시장가치를 순자산가치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이사회와 경영진의 핵심 업무"라며 "한국 상장사들의 자본효율성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의 꼼수와 탈세를 막기 위해서는 기교적인 제도 도입보다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부는 지배주주들의 조세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을 궁리할 것이 아니라, 상속증여세율 현실화 및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거시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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