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땐 혁신, 두 달 만에 긴급조치권…개미들 "레버리지 없애라"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8.03 10:37 / 수정: 2026.08.03 10:37
투자자 선택권 확대 내세워 5월 말 출시했지만
투자한도 이어 배율 낮출 권한까지…정책 일관성 도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내세워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 두 달 만에 잇단 규제 대상이 됐다. 현금 3000만원 예탁금 규제에 이어 투자한도와 배율 조정 권한까지 추진되면서 정책 실패의 부담을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 '혁신상품'이라더니 50일 만에 급제동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외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을 추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관련 상품 16종은 지난 5월 27일 상장됐다.

당국이 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것은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기초주식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만큼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주가가 등락을 반복할 경우 기초주식 가격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투자금은 줄어드는 음의 복리효과도 발생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2시간의 사전교육 의무를 적용했다. 투자자 선택권은 보장하되 교육과 진입 요건으로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커졌다. 관련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루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출시 50일 만인 7월 16일 보완책을 내놨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이벤트를 금지했다. 사전교육은 3시간으로 확대하고 괴리율 관리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진입 장벽도 크게 높였다. 개인 일반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면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현금과 주식·상장지수펀드(ETF)·채권 등 대용증권을 합쳐 1000만원만 충족하면 됐지만, 지난달 31일부터는 현금만 인정된다.

규제 효과는 시행 첫날부터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3조543억원으로 전날보다 75.5%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도 이날 관련 상품을 1조96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6.81%, 29.95% 급등해 관련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이 최고 60%에 육박했음에도 거래는 크게 위축됐다. 이에 현금 3000만원이라는 진입 장벽이 신규 투자와 단기 회전매매를 억제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시행 하루 만에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급등장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거나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물량을 내놓은 영향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거래대금 감소가 일시적인지, 순자산과 신규 매수 감소로까지 이어지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당국은 예탁금 규제에 더해 개인별 투자한도도 검토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액을 계좌 금융자산의 20% 수준으로 제한하고 일정 기간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한 투자자가 특정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을 집중하는 것까지 막겠다는 취지다.

◆ 거래 줄었는데 배율까지…"이럴 거면 없애야" 비난 봇물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시장 급변 시 상품 구조 자체에 개입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도 추진하고 있다. 예탁금과 투자한도가 신규 자금 유입과 집중투자를 억제하는 수요 규제라면, 긴급조치권은 운용 중인 상품의 배율이나 거래조건을 당국이 직접 조정하는 비상수단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과 파생상품 비중을 재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내리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다. 상품 규모가 커질수록 같은 폭의 주가 변동에도 리밸런싱 물량이 늘어나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당국은 예탁금 규제로 신규 거래가 줄더라도 이미 설정된 상품은 계속 2배 배율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급락장에서 대규모 리밸런싱 매도가 발생할 경우 배율 자체를 조정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장 불안이나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경우 별도의 상품 변경 절차 없이 현재 2배인 배율을 1.5배나 1배로 한시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설정 중단이나 단일가매매 전환 등 다른 시장안정 조치를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배율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배율이 바뀌면 투자자가 상품을 매수할 당시 기대한 수익과 위험구조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익자총회는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 과반수와 전체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해 급변장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수익자총회 등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배율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홍콩이 시장 상황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가변형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 개정을 통해 배율 조정 권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긴급조치권까지 거론되자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 선택권과 금융상품 다양성을 앞세워 출시를 허용한 뒤 자금이 몰리자 신규 상장과 광고를 막고, 예탁금과 투자한도에 이어 상품 배율까지 규제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비판의 핵심은 규제 자체보다 정책의 일관성에 있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가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위험한 상품이었다면 애초 도입하지 않았어야 하고, 위험성이 확인됐다면 기존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정상적인 금융상품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상품의 기본적인 수익구조는 유지한 채 예측 가능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은 상장된 상태로 둔 채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예탁금과 투자한도, 거래조건, 배율까지 바꾸는 방식은 투자자의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의 권리 문제도 남는다. 2배 수익을 기대하고 매수한 상품이 당국 결정으로 1.5배 상품으로 변경되면 투자자는 계약 당시와 다른 조건을 적용받게 된다. 배율 조정을 위해 운용사가 현물과 파생상품 포지션을 한꺼번에 축소하거나, 조치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먼저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안정 조치가 오히려 추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레버리지 상품이 최근 증시 변동성의 주범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 확대에는 글로벌 반도체주 움직임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분석 기간 역시 상품 출시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엄밀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조치권을 도입하려면 어떤 상황을 '긴급'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발동 기간과 배율의 하한선, 의사결정 절차, 기존 투자자에 대한 통지와 매도 기회도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정부가 허용한 상품의 조건을 사후적으로 바꾸는 권한인 만큼 기존 규제로는 막을 수 없는 위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입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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