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67개 재개장·37개 폐점…MBK·메리츠 2000억 '압축 회생' 통할까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7.22 11:18 / 수정: 2026.07.22 11:18
상품대금·임대료 등 필수 운영비 우선 지급
1000평 단층·PB 중심 전환 뒤 매각 추진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막바지 구조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더팩트 DB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막바지 구조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에 나서는 가운데, 홈플러스의 '압축 회생'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67개 핵심 점포를 재개장하고 37개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작업이 영업 정상화와 매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 메리츠가 대고 MBK가 보증…2000억 어디부터 쓰나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은 이달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에 총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대출 전액을 연대보증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운영자금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MBK와 메리츠가 합의한 2000억원 규모의 DIP 조달 방안을 토대로 지난 20일 즉시항고를 제기하며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이튿날인 21일 이를 받아들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되면서 홈플러스는 영업 정상화와 매각을 추진할 시간을 다시 확보했다.

홈플러스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DIP 대출금이 들어오는 대로 상품대금과 연체된 임대료,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을 비롯한 매장 필수 운영비를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이 지연된 직원 급여와 소상공인 입점주의 미정산 대금도 병행해 지급할 방침이다.

이는 2000억원 전액을 매장 상품 확보에 투입해달라는 현장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장은 지난 21일 국회 간담회에서 점포 한 곳의 매대를 다시 채우는 데 25억~3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67개 점포에 적용하면 최대 201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상품대금뿐 아니라 임대료와 유틸리티 비용, 직원 급여, 입점주의 미정산금도 함께 지급해야 한다. 2000억원을 상품 확보에만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종전과 같은 상품 구색을 모두 복원하기보다 매출 규모가 크고 회전율이 빠른 생필품부터 들여오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된 자금을 식품과 자체브랜드(PB), 고회전 생필품에 집중해 점포를 먼저 재가동하고 판매대금을 다시 상품 매입에 투입하는 현금흐름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항목별 배분액과 기존 미지급금의 해소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 67개 열고 37개 닫는다…'트레이더조식' 압축 전략

홈플러스는 DIP 대출금이 입금되면 현재 임시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을 모두 다시 열 계획이다. 온라인 부문은 즉시 영업이 가능한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재개한 뒤 배송업체와 협의를 거쳐 영업 점포와 배송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임시휴업 중인 부실 점포 37곳은 남은 회생기간에 폐점한다. 본사와 매장의 근무 인원도 최소화하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지 않는 인원은 당분간 휴직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핵심 점포를 재가동하는 동시에 부실 점포와 인건비 부담을 줄여 현금 유출을 억제하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제시한 영업 정상화는 기존 점포와 인력을 모두 복원하는 전면 회생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에 가깝다.

재개장하는 점포의 영업 방식도 달라진다. 홈플러스는 복층 매장을 약 1000평 규모의 단층으로 줄이고 식품과 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넓은 매장에 다양한 상품을 채우는 기존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영업면적과 재고 부담을 함께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미국 유통기업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최적화한 매장에서 PB와 식품, 생필품 중심으로 상품군을 구성해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이다. 기존 입점상인 중심의 몰 영업과 온라인 영업도 함께 운영한다.

다만 홈플러스의 계획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PB 상품의 가격·품질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망, 핵심 점포의 고객 유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품대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지만 기존 미지급금의 해소 범위와 신규 상품 공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직원 급여와 입점주의 미정산 대금도 병행 지급 원칙만 제시된 상태다.

◆ 몸집 줄여 매각까지…2000억 이후 책임은 누가 질까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막바지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되살리는 한편 부실 점포와 인력을 줄여 인수 후보자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를 낮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2000억원은 홈플러스를 과거 규모로 복원하기 위한 자금이라기보다 상품 공급과 영업을 재개하고 매각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가교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핵심 점포의 매출이 회복되고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돼야 추가 자금 없이 매각 절차를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67개 점포의 영업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매각 일정이 다시 미뤄지는 경우다. 이번 자금은 메리츠가 실제로 대출하고 MBK와 김 회장이 원리금 전액을 보증하는 구조다. 홈플러스가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하면 MBK와 김 회장이 보증을 이행할 필요는 없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 책임이 현실화한다.

2000억원이 소진된 뒤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할 경우 MBK가 직접 자본 투입에 나설지, 메리츠가 다시 금융지원에 나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지원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갈 여건은 마련했지만 영업 정상화와 매각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자금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 측은 "DIP 대출금이 들어오는 대로 67개 핵심 점포를 모두 재개장하고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해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67개 점포의 상품 공급과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 주어진 기간 안에 새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지가 압축 회생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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