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새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투기공화국 탈출"을 강조하며 집값 안정과 자산시장 구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를 넘어 국토균형발전 등 굵직한 정책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본지는 '李정부 부동산 2라운드' <상>·<하>편을 통해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1년 성과와 2년 차의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 2라운드의 또 다른 축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제·금융·주택 공급 확대가 부동산 시장을 직접 겨냥한 정책이라면 균형발전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 전략에 가깝다. 산업과 일자리·공공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서울로 향하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강조해 왔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는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이라며 "있는 지혜와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균형발전은 정말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전주시 타운홀미팅에서도 "균형발전은 시혜적인 배려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여러 문제 중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수도권 집중"이라며 "부동산 문제도 사실 거기서 엄청 격화되고 있다. 지방은 망가지고 서울은 미어터지고 있다. 폭발의 위험·소멸의 위험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이 더 이상 개별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의 한계를 결정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업계는 균형발전이 정부의 장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끄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수요 억제·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 지방에서도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교육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서울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5극 3특' 중심 혁신과 일자리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2차 공공기관 이전·지역교육 혁신·인재 양성·인구 유입 선순환 체계 구축 등도 국정 목표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지방에 기회를 주려고 한다. 다행히 조금씩 효과가 있다"며 "취임 이후 지방 신규 고용이 십몇 퍼센트가 늘었다. 지방 관광 수요가 상당히 늘고 있다. 3차 산업 분야에서 고용을 늘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경제 정책을 할 때도 지방에 집중하고 있고 재정 지원도 지방을 많이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 대학을 집중해서 키우기도 한다. 지방 거점 대학 육성 등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한다. 기업들이나 산업 정책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지방에다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며 "재정 정책·산업 경제 정책·인프라 투자·기반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지방에 가중치를 주고 있다. 아예 법으로 강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게 대한민국 사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자산 형성을 지원하든지 산업 경제 정책을 지방 중심으로 하든지 교육·문화·정주 여건 등을 강화하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지방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수도권보다 더 기회가 많게 만들려고 한다"며 "한두 해 사이 획기적으로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방향은 크게 틀고 있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균형발전 불평등도의 구조적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은 노동력 부족과 경제적 활력 저하·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방이 자립적 발전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양성·유치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역의 중장기 발전전략에 부합하면서 역내 주력산업과 연관성이 강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주거·문화·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청년층이 지방에서도 충분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 대학과의 협력도 강화해 지역 내 취업을 촉진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 새만금 띄우는 이유…균형발전 상징사업으로

정부는 새만금 프로젝트와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대규모 투자는 정부가 균형발전의 대표 사례로 내세우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투자협약을 맺고 새만금 일대 약 34만평 부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5조8000억원)를 비롯해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수전해 플랜트·태양광 발전단지·AI 수소시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투자 규모는 8조9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7만1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16조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는 균형발전"이라며 "이번 투자가 기업의 지역 진출을 이끄는 모범 사례가 되고 기업과 지역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번 투자는 국가균형성장으로 가는 거대한 신호탄"이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 사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첨단산업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유치해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균형발전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새만금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의지가 확고하다. 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분산을 시켜놓다 보니 집중 효과가 떨어져서 이번에는 몰아서 보낼 생각이다. 공기업 지방 이전은 현재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균형발전 기조는 이어가되 이전 대상 지역을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효과가 큰 곳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관 이전이나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양질의 일자리 창출·연구개발(R&D) 투자 확대·공기업 이전·지역 기업과의 연계 강화·지역 인재 정착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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