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상장사 인탑스의 교환사채(EB) 구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자사주와 메자닌, 공매도, 승계 이슈가 맞물린 '주가 누르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 사례를 넘어 관련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인탑스 EB 구조 도마 위…'주가 상승 제한' 논란 확산
이 대통령은 8일 X(옛 트위터)에 인탑스 EB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이런 것이 주가 조작 아닌가요"라고 적었다. 해당 보도는 인탑스가 지난해 10월 130억원 규모 EB를 발행하면서 주가 상승 시 회사가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넣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EB 조건에 있다. 인탑스가 발행한 EB는 이자율 0% 조건으로, 교환 대상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였다. 교환가액은 2만609원이다. 여기에 주가가 10거래일 동안 교환가액의 130%를 넘으면 회사가 투자자에게 0.1% 이자만 지급하고 EB를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됐다. 단순 계산상 기준 가격은 2만6792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가격을 넘어 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자의 추가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가 주가 급등보다 일정 가격대 유지를 선호할 유인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B 발행 이후 주가 흐름도 논란을 키웠다. 인탑스는 EB 발행 전까지 한국거래소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 동안 네 차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해당 메자닌 구조가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너 2세의 지분 확대도 의에 불을 지폈다. 인탑스 오너 2세인 김근하 대표가 가족회사 플라텔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주가가 눌린 구간에서 우호 지분을 늘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이 같은 정황만으로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 역시 EB 발행 당시 공시 적정성과 발행 이후 거래 양상, 공매도와의 연관성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인탑스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EB 발행 목적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콜옵션 역시 기관투자자와의 협의 과정에서 설정된 통상적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공매도와는 무관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다만 자사주 기반 EB와 콜옵션, 공매도 과열 지정,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기업 이슈 넘어 제도 논의로…주가 누르기 방지법 주목
인탑스 논란은 개별 기업의 EB 발행 조건을 넘어 저평가된 주가가 대주주 승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시장의 오랜 의구심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특히 오너 2세 지분 확대 이슈까지 겹치면서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기업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가 정책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상속·증여세 산정 방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평가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장기간 방치하는 기업을 두고 "승계를 위해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복돼 온 배경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상장주식 역시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액 하한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가격이 장부가치에 현저히 못 미칠 경우 낮은 주가를 그대로 과세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정책 논의는 이미 예열된 상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주가 누르기 방지법 필요성을 언급해 왔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법 개정 이후 자본시장 후속 과제로 관련 법안을 검토해 왔다. 시장에서는 오는 7월 정부 세제개편안에 유사한 내용이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탑스 사례가 대통령의 공개 지적으로 부각된 만큼 그동안 추상적 논의에 머물렀던 밸류업 정책이 실제 기업 사례와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과잉 규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PBR이 낮은 기업이 모두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황 부진이나 보유자산 평가 문제, 지주회사 할인, 성장성 둔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저PBR 상태가 이어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적용 대상과 예외 규정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최대주주 상속·증여 여부, 주주환원 정책, 자사주 보유·처분 방식, 특수관계인 거래 등을 함께 고려해야 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저평가 승계 유인을 줄인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지만, 단순히 PBR 수치만으로 기업을 판단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수 있다"며 "인탑스 사례처럼 거래 구조와 지배구조 이슈가 맞물린 경우를 선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