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당국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해 경고나 위험 표시가 된 종목에 대해서도 '외상 거래'를 허용할 전망이다. 기존 위험 종목을 살 때 자기 자산의 100%를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했으나, 이번 개정 움직인에 따라 신용 거래도 가능해지게 바뀌면서 투기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투자경고 위험 종목 지정 시 위탁증거금을 100% 징수하도록 한 의무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시행세칙 개정을 이르면 내달 중 예고했다. 그간 시장경보 종목은 신용거래와 미수거래가 원천적으로 금지됐으나, 규정 개정에 따라 위험 경보가 켜진 종목도 '빚투'가 가능해지는 형태다.
거래소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시장 자율권 보장과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자율성 등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량주가 일시적인 급등으로 경고 종목이 됐을 때 기관이나 외인의 매매가 지나치게 위축돼 시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작용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순기능은 감지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견디면서 역대 최초 6600선마저 돌파한 코스피 시장에 유동성이 더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어서다.
특히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대형주가 단기 과열로 인해 경고 종목이 된다면 매수세가 끊기며 시장 전체의 동력이 악화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 거래량 급등에 따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고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기도 했다.
아울러 증권사의 역시 일률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효과도 관측된다. 증권사 자율성 보장은 물론, 전반적인 시장 상승 분위기를 꺾는 요소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한다. 공교롭게도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는 시기에 증거금 징수 의무가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과열된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나 작전 세력이 개입할 수 있는 소형주까지 레버리티 투자가 허용된다면 시장 교란 행위도 우려된다는 해석이다.
또한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 하락 공포도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가 감지된다. 시장경보 종목은 하락세로 돌아설때 낙폭이 일반 종목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증거금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반대매매 위기에 직면할텐데, 강제 청산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변동성을 키우고 또 다른 반대매매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증권사 간 과도한 점유율 경쟁도 변수다. 고객 유치가 급한 일부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보다는 공격적으로 증거금률을 낮춰 외상 거래를 유도한다면 부작용은 시장 전체의 불안전성으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도 시행을 앞두고 증거금 징수 의무 폐지에 대한 부작용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정 종목에 신용 매수가 과도하게 몰린다면 별도의 매매 체결 제한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이번 조치가 시장 선진화를 위한 과정이라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다다른 예민한 시기인 만큼 자율화 명분이 빚투를 부추기고 투기를 방조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증권사나 당국은 예상치 못한 변동성에 대비한 브레이크 장치를 촘촘히 설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