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유안타증권이 동양생명 매각 손해배상금을 놓고 VIG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가 5월로 잡혔다. 표면상으로는 공동 매도인 간 구상금 분쟁이지만, 판결에 따라 사모펀드(PEF)가 투자 회수 국면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유안타증권이 VIG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낸 위법분배금 반환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기일을 5월 28일로 지정했다. 이번 소송은 2015년 동양생명 지분 매각과 관련해 2017년 제기된 국제중재의 후속전 성격이 짙다. 당시 중국 안방보험 측은 동양생명 지분 인수 과정에서 매도인들이 육류담보대출 관련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창고에 보관 중인 육류를 담보로 금융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당시 동양생명이 해당 대출에 노출돼 있었고, 관련 익스포저의 위험성과 고지 수준이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제중재법원은 2020년 유안타증권 등 매도인 측이 안방보험 측에 166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국내 법원의 중재판정 승인·집행 절차를 거치며 배상 책임이 현실화됐고, 유안타증권은 소송비용 등을 포함해 총 1911억원을 지급했다.
유안타증권은 해당 배상금이 자사에만 귀속되는 채무가 아니라 VIG파트너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 공동 매도인이 함께 나눠 부담해야 할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중재 과정에서 각 당사자에게 전부 책임이 인정된 만큼 유안타증권이 먼저 전액을 부담했다면 이후 내부적으로 다른 공동 매도인에게 분담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월 1350억원 규모의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 3월 5일 2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공동 매도인 구조에서 대외적 손해배상 책임과 내부 분담 책임을 어디까지 구분해 인정할지에 있다. 거래 당시에는 매도인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움직이며 가격 협상과 계약 체결의 성과를 공유했지만, 사후 분쟁 국면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달리 해석하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쟁점은 결국 공동 매도인 간 내부 구상관계 인정 여부와, 인정될 경우 분담 비율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로 압축된다. 단순 지분율을 기준으로 삼을지, 협상과 정보 제공, 계약 집행에 대한 관여 정도까지 반영할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PEF의 책임 비대칭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도 본다. 통상 PEF는 자신을 경영 주체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로 규정한다. 공동 매도인으로 참여하더라도 실사와 설명, 거래 집행은 증권사나 최대주주 측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FI는 "경영과 정보 형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제한하려 하고, 실무를 맡은 증권사나 전략적 투자자 측은 "딜 이익을 공유한 만큼 사후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맞서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 같은 책임 비대칭은 거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 왔다. 거래 성사 단계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이 하나의 매도인 그룹으로 묶여 성과를 공유하지만, 손해배상이나 진술·보장 위반 문제가 불거지면 각자의 역할을 근거로 책임 범위를 달리 주장하는 방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동 매각 구조에서는 계약 체결과 집행을 주도한 주체에 부담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PEF가 회수 거래의 당사자로서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법원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판결 결과는 향후 M&A 계약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공동 매도인 간 내부 분담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거나 진술·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배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PEF는 엑시트 국면에서 법적 리스크 관리 기준을 한층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증권사 역시 대표 매도인 역할을 맡을 경우 구상권 확보 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동 매도인 구조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 책임 분담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계약서 문구와 유보금, 에스크로 장치 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