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인수 포석?…어피니티, SK렌터카 대표 교체 뒤 IT 조직 정비 조짐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3.11 14:00 / 수정: 2026.03.12 09:28
공정위 제동 이후 전략 수정 관측
엑시트 정비 속 조직 슬림화 움직임
사모펀드(PEF) DNSDYDTK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를 추진했던 롯데렌탈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렌터카 시장 재편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렌탈
사모펀드(PEF) DNSDYDTK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를 추진했던 롯데렌탈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렌터카 시장 재편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렌탈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SK렌터카 대표이사를 교체한 데 이어 비용 구조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렌터카 시장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로 인해 제동이 걸리자 투자 구조를 재정비해 SK렌터카 매각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이다. SK렌터카 내부에서는 IT 관련 비용 축소 움직임까지 거론되면서 이번 경영 변화에 어피니티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롯데렌탈 인수 막히자 전략 수정…SK렌터카 향후 거취 '주목'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8월 20일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했다. 거래 규모는 약 8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 이후 렌터카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차량 구매부터 유지·관리, 중고차 판매까지 아우르는 '차량 라이프사이클 관리' 사업을 강화하고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중심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실제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 직후 더 큰 거래를 추진했다. 같은 해 12월 6일 호텔롯데가 진행한 롯데렌탈 매각에서 어피니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이어 롯데렌탈은 2025년 2월 28일 어피니티 측 특수목적법인(SPC)을 대상으로 2119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같은 해 3월 1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17%를 1조5729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됐다. 이후 3월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가 제출됐다.

그러나 거래는 규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월 26일 유상증자 참여분을 포함해 어피니티 측이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계획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공정위는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두 회사의 2024년 말 합산 점유율이 내륙 29.3%, 제주 21.3% 수준이며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합산 점유율이 38.3%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동일 투자자가 양사를 동시에 보유할 경우 가격 인상이나 경쟁 약화 가능성이 커진다는 논리다.

공정위 결정 이후 시장의 관심은 어피니티가 어떤 자산을 유지하고 어떤 자산을 정리할지로 옮겨갔다. 업계에서는 렌터카 시장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을 확보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상당해 SK렌터카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어피니티 측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SK렌터카가 대표 교체 이후 비용 구조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SK렌터카 홈페이지 갈무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SK렌터카가 대표 교체 이후 비용 구조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SK렌터카 홈페이지 갈무리

◆ 대표 교체 이어 박상욱·신정호 공동대표 체제로

이런 흐름 속에서 SK렌터카 경영진 변화가 이어져 눈길을 끈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2024년 8월 21일 어피니티 인수 직후 새 대표로 선임됐지만, 지난 3월 3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퇴임 과정도 다소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의 퇴임 행사나 장문의 메시지 없이 사내 게시판에 두 줄 남짓한 짧은 글만 남긴 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쫓기듯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업계에서는 대표 교체 과정에 어피니티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경우 최고경영자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교체가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이미 경영 기조 변화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가 물러난 이후 회사는 박상욱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신정호 최고전략책임자(CSO)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재무와 전략 책임자가 경영 전면에 나선 구조다. IB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PEF에서 흔히 나타나는 매각 전 정비 단계와 닮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모펀드가 보유 기업을 매각할 때는 공격적 확장보다는 비용 통제와 손익 안정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 실적은 안정적…'몸값' 높이려 IT 비용 재점검 관측

공개된 재무자료만 보면 최근 SK렌터카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신용평가가 감사·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집계한 별도 기준 요약재무지표에 따르면 SK렌터카의 2024년 매출은 1조5574억원, 조정영업이익은 1728억원이었다. 2025년 9월 누적 조정영업이익도 1256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사업 구조도 일부 바꾸는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SK렌터카가 2024년 9월부터 기존 중고차 매각 중심 구조에서 중고차 장기렌탈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2025년 1분기 중고차 매각이익률은 7.1%로 낮아졌지만, 렌탈 수익성 개선과 감가상각비 감소를 바탕으로 전체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적과 별개로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SK렌터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평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선임 당시 온라인 사업 강화와 차량 생애주기 관리 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회사는 온라인 통합회원 체계 도입, 고객 데이터 일원화, 디지털 기반 모빌리티 상품 확대 등을 추진하며 IT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매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IT 관련 지출을 재점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관측이 인다. 특히 조직 내 인력 규모가 큰 IT 부문에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정규직보다는 외주·수행사 형태로 참여하는 개발·기획 인력 계약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재임 기간 저신용자 대상 중고차 렌탈 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PEF 투자에서는 향후 매각 시 기업의 수익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이느냐가 중요한 만큼 대표 교체 이후 IT 조직을 포함한 비용 구조 전반을 들여다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렌터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인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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