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구속 여부가 내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갈린다. 검찰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면서도 820억원 규모 매입채무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판매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고 본다. 핵심은 '등급 강등을 언제,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다.
12일 법조계 및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13일 오전 10시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김정환 MBK파트너스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연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김 회장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범죄 혐의 소명 여부와 함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전망이다.
◆ "언제 알았나"…등급 강등 인지 시점, 영장 판단 '출발점'
검찰이 내세우는 핵심 근거는 사건의 시간 간격이다. 홈플러스는 2025년 2월 25일 ABSTB를 발행했고, 단기 신용등급은 2월 28일 'A3'에서 'A3-'로 하향 공시됐다. 이어 3월 4일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발행과 강등, 회생 신청까지 이어진 과정이 촘촘했던 만큼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가 수사·입증의 핵심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ABSTB는 단기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 안전성이 좌우되는 상품인 만큼, 발행 직전 등급 하락 가능성 인지는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법정 공방은 단순히 날짜가 아니라 인지 시점의 구체성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신용평가가 예비평정→재심(또는 추가 소명)→최종 통보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리스크를 전달받았는지, 전달받은 내용이 '가능성' 수준이었는지 '확정적 경고'에 가까웠는지 등이 다퉈질 수 있다. 인지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고의성·기망 여부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무엇을 알렸나"…고지 의무와 발행·판매 관여 범위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예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특히 ABSTB 발행·판매 구조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주관 증권사가 별도 신용평가를 거쳐 독자적으로 발행·판매한 상품"이라는 논리를 펴며, 홈플러스나 MBK파트너스의 관여 범위를 좁히려는 모양새다.
영장심사에선 이 지점이 책임 분리 공방으로 확장될 수 있다. △홈플러스가 발행 과정에서 제공한 재무·영업 정보의 범위 △발행·판매 과정에서의 역할 분담 △투자자에게 전달된 위험 고지의 내용과 방식 △리스크 인지 가능성이 있었을 경우 추가 고지·중단 조치가 가능했는지 등이 함께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형식적 발행 주체와 무관하게, 대주주와 회사가 리스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면 실질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피의자 측은 발행·판매 주체의 책임과 당시 인지 한계를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 "누가 결정했나"…김병주 라인·회생 '사전 준비' 여부
또 하나의 핵심은 의사결정 라인이다. 영장 단계에서 검찰은 김 회장까지 보고·결재가 올라갔는지, 또는 핵심 판단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소명하려 할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로선 김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에 관여했거나 사전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을 제시해야 '책임자 구속'의 당위성을 설파할 수 있다.
반대로 MBK파트너스 측은 현장 경영진 판단 또는 사후 보고였다는 취지로 김 회장과의 연결 고리를 약화시키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광일 부회장,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인의 역할 분담과 보고 체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었는지도 함께 쟁점이 된다.
회생 신청이 '기습'이었는지, 아니면 '사전 준비'가 있었는지도 영장심사에서 변수로 거론될 수 있다. 회생 신청은 기업 의사결정의 최종 단계인 만큼, 내부 검토·협의 흔적이 제시되는지 여부에 따라 리스크 인지→자금조달→회생이 한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예컨대 회생 신청 이전 법무·재무 자문 접촉 기록이나 내부 시뮬레이션 자료의 존재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심사가 사실관계를 완결하는 절차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인지 시점과 고지·관여 범위, 결정 라인이 한 덩어리로 엮여 있다"며 "심문 과정에서 핵심 공방의 윤곽이 상당 부분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