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예상 밖 전개를 보이며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인수가를 1조10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이다.
◆한화·흥국 제치고 힐하우스 선두…당국 인허가가 최종 변수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한 힐하우스는 본입찰 이후 진행된 가격 경쟁(프로그레시브 딜) 과정에서 인수 제안을 기존 9000억원대 중반에서 1조1000억원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본입찰 후 참여자 간에 인수가를 추가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본입찰 참여자인 한화생명은 9000억원대 중반, 흥국생명은 약 1조5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가격 경쟁에서는 힐하우스가 가장 앞서 있지만, 시장에서는 힐하우스가 '중국계 자본'이라는 점이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전직 직원의 쿠팡 해킹 사태 등으로 중국계 자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금융당국 인허가 과정에서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의 경영권을 중국계 자본이 확보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중국계 투자자 장레이가 2005년 설립한 글로벌 사모펀드로, 싱가포르 본사를 중심으로 홍콩·베이징·상하이·뉴욕·런던 등 주요 금융 중심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텐센트 초기 지분 투자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닷컴(JD닷컴), 글로벌 물류창고 운영업체 GLP, 일본 생활잡화 브랜드 미니소,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등 굵직한 글로벌 투자 성공 사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IMM인베·SK 투자펀드, 친데이터 중국사업 6조원에 매각
IMM인베스트먼트가 SK와 공동 조성한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친데이터(Chindata)의 중국 사업 부문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매각 금액은 약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로, 인수자는 중국 HEC그룹 컨소시엄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거래가 "중국 데이터센터 산업 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라고 설명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SK는 2019년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목표로 해외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를 출범시켰다.
해당 펀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확산에 따른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을 주목해, 중국·말레이시아·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친데이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친데이터는 높은 운영 효율성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복수의 글로벌 재무·전략적 투자자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그 결과 중국 HEC그룹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IMM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이번 회수 사례는 IMM인베스트먼트가 해외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운용 역량과 정교한 회수 전략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인프라 등 구조적 성장이 확실한 산업에서 해외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랜우드PE–무바달라, LG화학 워터솔루션 1조4000억 인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공동으로 LG화학 워터솔루션 사업 인수를 지난 3일 최종 마무리했다.
글랜우드PE와 무바달라가 인수한 사업은 2014년 LG화학 내 사업부로 출범한 수처리 필터 부문으로, 이번에 독립 법인으로 분할되며 사명을 '나노H2O(NanoH2O)'로 변경했다. 거래대금은 1조4000억원 규모다.
나노H2O의 핵심 제품은 역삼투(RO·Reverse Osmosis) 방식 분리막으로, 바닷물과 폐수 등을 담수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필터다.
RO 방식은 기존 열처리 방식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아 대규모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회사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특화 사업이다.
LG화학은 지난 6월 배터리·첨단소재 등 신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수처리 필터 사업 매각을 발표한 바 있으며, 약 5개월 만에 거래가 종결됐다.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는 "나노H2O 투자는 대기업에서 비핵심 또는 저핵심으로 분류된 우량 사업을 선별해 분리·독립시키는 '카브아웃(carve-out)' 전략을 통해 가치를 높여온 글랜우드의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글랜우드PE는 카브아웃 투자에 특화한 토종 PEF로, 설립 이후 총 33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SK·LG·GS그룹을 비롯해 라파즈홀심, 생고뱅, 아케마 등 국내외 대기업과 거래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