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모펀드] '시장 냉담한데'…박병건 신임 PEF회장 앞 산적한 과제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5.10.25 00:00 / 수정: 2025.10.25 00:00
한국투자공사(KIC), PEF 출자 '눈길'
박병건 제9대 한국PEF협의회 신임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박병건 제9대 한국PEF협의회 신임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시장이 얼어붙었다. 투자심리는 식었고 자금은 돌지 않는다. 규제의 파고까지 높아졌다. 박병건 신임 PEF협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침체된 시장과 냉랭한 여론,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 MBK 후폭풍 거세…'박병건'에 쏠린 눈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인수 직후 2조원대 배당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배당 재원이 차입금에서 나왔다는 점이 알려지자 "기업에 빚을 남기고 투자자는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후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을 반복했고, 업계 전반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졌다.

사건은 정치권의 입법 논의로 이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PEF의 레버리지(차입)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에는 차입한도를 순자산 대비 400%에서 200%로 낮추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인수 후 일정 기간(5년) 배당과 지분매각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건전한 시장 질서 회복"으로 설명하지만, 업계는 "투자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고 우려한다.

고금리 환경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레버리지 매수(LBO)가 사실상 막히면서 신규 딜이 급감했다. 펀드 결성도 쉽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 불확실성을 이유로 출자를 미루고 있고, 일부 펀드는 해산 기한을 앞두고도 자금 회수(Exit)를 못 하는 상황이다.

박병건 제9대 한국PEF협의회 신임 회장이 마주한 현실은 이렇다. 업계의 신뢰는 흔들렸고, 투자 환경은 막혔다. 무엇보다 시장 안팎의 'PEF 불신'을 풀어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크다. 업계는 협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규제 반대가 아니라 대안 제시"라는 게 중론이다. 차입 한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산업 특성이나 투자 구조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절충안도 논의된다. 자율규제 강화와 내부통제 개선을 병행하는 방향도 거론된다.

박 회장은 과거 대형 운용사를 이끌며 실무와 정책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현장의 사정을 아는 만큼 현실적인 조율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PEF는 기업의 성장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투명성과 책임을 기반으로 시장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 KIC, 첫 국내 출자…IMM·어펄마 등 4곳 쇼트리스트

한국투자공사(KIC)가 처음으로 국내 사모펀드(PEF)에 출자한다. 해외 투자 중심이던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 KIC는 최근 IMM크레딧,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등 네 곳을 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두 곳을 최종 선정해 각각 2억 달러(약 2900억원)를 출자할 예정이다. 최종 운용사는 11월 중 확정된다.

이번 출자는 KIC 설립 이후 첫 국내 PEF 투자다. 그동안 글로벌 PEF와 벤처캐피털(VC)에 집중해왔지만, 국내 운용사의 해외 네트워크와 운용 역량이 커지면서 방향을 바꿨다.

IMM과 어펄마, 도미누스는 모두 국내외 투자를 병행하는 중견 운용사다. IMM은 항공기 리스사 크리안자에비에이션을 해외 자산운용사에 매각하며 글로벌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어펄마는 도레이첨단소재의 FCCL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KIC는 이번 출자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자금 운용을 넘어 ‘국내 자본의 해외 확장’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공적 자금이 민간 운용사와 손잡는 첫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결정이 일회성에 그칠지, 새로운 투자 루트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KIC의 행보가 향후 공적 자금의 투자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 우정사업본부, PEF 위탁운용사 7곳 선정…출자 2500억 규모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국내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7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출자 규모는 총 25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5배 확대됐다.

중형리그에는 △bnw인베스트먼트 △H&Q에쿼티파트너스 △KCGI △케이엘앤파트너스 △헬리오스PE가, 소형리그에는 △에이치PE △이상파트너스-IBK캐피탈 컨소시엄이 포함됐다.

우본은 내달 실사와 투자심의를 거쳐 최종 운용사를 확정한다. 선정된 운용사는 리그별 조건에 따라 자금을 배정받으며, 최종 선정 후 6개월 내 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이번 사업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성장투자와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운용사는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40% 이상을 AI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중형리그의 펀드 규모는 2500억원 이상, 소형리그는 1000억~2500억원 범위로 설정됐다.

정책형 자금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본의 출자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5배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명확해진 만큼 운용 자율성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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