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비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일고 있다. 핵심 세제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50억원 유지를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10억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수 결손은 2000억~3000억원 정도이고, 야당도 굳이 요구하고 여당도 놔두면 좋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봐서는 50억원 기준을 10억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특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한 개 종목 50억원을 사는 사람은 없는데, 50억원까지 면세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주주 기준 논란이)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를 시험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껴진다. 국회의 논의에 맡기도록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대주주 양도세만큼이나 증시의 발목을 잡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관해서는 "세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상장사 주식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배당을 더 많이 늘리면서 세수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며 "이것도 시뮬레이션을 계속하는 중인데, 시뮬레이션이니까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7월 31일 기획재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현행 49.5%에서 35%(지방소득세 포함 38.5%)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기대하던 수준보다 높고,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종목 요건도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자회견에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기대했던 주식 투자자들은 "이도 저도 아니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세금 문제는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조차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정책이 분명해야 계획도 세우고 리스크도 관리하는데, 이렇게 말을 흐려버리면 결국 손해는 우리 몫"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시장 기대치인 25% 수준까지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기존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시장의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30% 이하로 결정될 시 증시에 긍정적 재료로 반영될 것이다. 이 경우 내년 1분기 배당 시즌까지 가치·배당주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25%로 하향하는 방안까지 논의된다면 본격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가 가능하다"면서 "랠리의 핵심은 주주환원 규모 증가와 분리과세 수혜로 인한 고배당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