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들이 더 이상 집만 지으며 생존을 도모하긴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 건설사 CEO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에 <더팩트>는 각 건설사들이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편집자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상반기 도시정비 수주 5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상위권 성과를 거뒀지만,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로 조직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올해 임기 첫해를 보내고 있는 정희민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5조 돌파…신사업 확대도 적극적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에만 도시정비사업에서 5조302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역대급 수주 실적을 경신했다.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1조2972억원) △이수 극동·우성2·3단지(1조9796억원) △방배15구역 재건축(7553억원) 등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을 아우르는 고른 성과를 내며 상반기 수주 실적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리모델링 부문 성과가 뛰어나다. 누적 수주액 13조3000억 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 느티마을 3·4단지 리모델링 공사를 수행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한 수직증축 구조시스템, 고강성 보강파일, 모듈러형 난방 급탕시스템 등 리모델링 특화 기술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플랜트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미래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국에서 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Gulf MTP LNG 터미널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이앤씨는 20여 건 이상의 수행 이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LNG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와 협력해 울산 동쪽 70km 해역에 750MW 규모의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독점공급합의서(PSA) 체결에 이어, 2025년에는 기본설계(FEED) 계약을 완료하며 본계약 전환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원자력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HTGR 기반 독자 노형 개발, 기술이전, 실증사업, 수출 기반 구축 등 전 주기에 걸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 연이은 사망사고에 실적부진까지…李 대통령도 강한 비판
다만 최근 연이어 일어난 사망사고는 포스코이앤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서 총 네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에 이어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 이달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끼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 사장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 사장은 건설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현장통'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제33회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포스코이앤씨와 같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해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본사 및 최고경영자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마저 좋지 않다. 2025년 1분기 포스코이앤씨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140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26%, 영업이익은 2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반복적인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고액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예고해 향후 포스코이앤씨의 경영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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