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경영권 방어 일단 웃었지만…檢 유증 수사에 '역풍' 맞을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4.25 00:00 / 수정: 2025.04.25 00:00
주총 승리했으나 검찰 2.5조 유증 압색 착수
'피의자' 고려아연 '참고인' MBK
이사 수 상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진행 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 주주총회 승리를 통해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일차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예원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 주주총회 승리를 통해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일차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주주총회를 통해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이사진(11대 4) 결성을 완료하면서 일차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이 뒤늦게 고려아연의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데 따라 역풍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부터 이틀간 고려아연 사무실 6곳과 경영진 주거지 5곳 등을 포함해 MBK파트너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고려아연 측은 피의자, MBK파트너스는 참고인 신분이며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유상증자를 주관한 증권사로 압수수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10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지 일주일 만에 채무 상환 목적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를 수사하기 위함이다. 먼저 조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검찰에 사건을 넘긴 지 3달여만이다.

검찰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주가와 기업가치 변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매수해 소각한 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사전에 세워놓고도, 이를 공개매수 신고서에 명시하지 않은 것이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증권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발표 이전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는지 등을 검토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려아연 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 차 압수수색이 들어왔다"고 했고, KB증권 관계자는 "고려아연 유상증자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들어온 게 맞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나 정기 주주총회를 포함해, 8개월가량 이어진 영풍·MBK파트너스와 최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는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고려아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장 입구에 관계자들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표 대결에 승리했다. /남윤호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장 입구에 관계자들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표 대결에 승리했다. /남윤호 기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을 지휘하고 있는 최 회장은 실제로 고려아연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주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며 소수주주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주주들은 지난해 최 회장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취득하는 맞불 공개매수를 놓은 뒤, 67만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을 두고 주가 폭락은 물론 기업가치에 손실을 주는 행위라며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과거 이그니오홀딩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사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최 회장의 주요 투자 의혹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관심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늦은 감이 있지만 올 게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지난해 고려아연 유상증자 발표와 철회 등은 명백한 사실과 자료 등이 충분한 만큼 최윤범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될 여지가 높다.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더해 지인이나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단행한 과거 투자 의혹들도 다시 조명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서는 차원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여기에 매수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매수 마감 후 일주일 뒤인 같은 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유상증자 목적이 설비나 신사업 추진 등 사업 목적이 아닌 채무 상환인 탓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와 부정거래 가능성을 조사하면서 지난해 11월 6일 정정신고를 요구했고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철회를,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최 회장의 고려아연은 호주 법인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하는 상호주 출자 고리를 만들어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파트너스로부터 승리했으며, 이달 16일 첫 이사회를 열고 개별 이사 보수금액 및 지급 기준에 대한 안건을 처리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정기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이사 수 19명 상한제'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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