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 2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를 약 5800억원 규모에 인수한 HDC자산운용이 인수하자마자 기존 임차인을 상대로 한 강제 명도(퇴거) 논란에 휩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차인에게 임대료나 관리비 등 청구를 고의로 알리지 않으면서, 연체를 이유로 계약 해지나 강제 퇴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반면, HDC자산운용 측은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기간인 5년이 지났고, 인수 전 소유자와 계약 연장을 거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강제 퇴거 의혹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14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남산스퀘어에서 6년가량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HDC자산운용이 남산스퀘어를 인수한 후 두 달 동안 임대료나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등 청구서나 납부해야 할 계좌를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남산스퀘어는 HDC자산운용이 소유자,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에이커트리가 건물관리 위탁사(PMC)를 맡고 있다. 올해 2월 26일 HDC자산운용이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RR)과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으로부터 남산스퀘어를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뀌었으며, 지난 5년가량 건물관리를 담당한 에이커트리에 임차인 관리 등을 맡긴 채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의문을 품게 된 계기는 HDC자산운용이 인수한 후부터다. A씨는 남산스퀘어 전 소유자 KRR-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보유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는 임대료 등을 단 한 번도 연체하지 않은 채 성실히 납부해 왔으나 HDC자산운용으로 주인이 바뀌자 납부 방법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씨는 "HDC자산운용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에이커트리에게 임대료 등 납부 의사를 여러 차례 서면이나 문자로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HDC자산운용과 에이커트리에 납부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임차인 은행계좌 캡처본과 납부고지를 요청하는 메일을 발송했어도 답장이 없었다"며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임대료 등을 납부하겠다고 하는데도 받질 않는 것은커녕 내는 방법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황당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남산스퀘어 2층에 위치한 에이커트리 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담당자는 소유 측의 방침 핑계 등을 대면서 앞으로도 영업 의사가 있는지만을 되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직접 찾아가 고지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매수인인 HDC자산운용으로부터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받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차인으로 하여금 연체 상태로 몰아 계약 해지 및 강제 퇴거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호소했다.
A씨는 HDC자산운용으로 남산스퀘어 주인이 바뀌지 전에도 임대료 등을 납부 의무를 수행해 왔고 3월부터 다섯 차례 넘게 납부고지서를 재차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임대 주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에 납부하던 계좌에 납부할 수 없었고,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A씨는 두 달간 연체 중이다.
업계에서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임대료를 받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위탁관리사 관계자는 "20년 넘게 이 일을 해왔지만, 들어본 적 없다. 계약이 법대로 이행돼 있는 단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HDC자산운용 "사실무근"…에이커트리 '무응답'
반면 HDC자산운용 측은 A씨가 제기한 강제 퇴거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전 소유자가 건물 리모델링을 위해 당시 임차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포함한 명도 요청을 했고, A씨만 유일하게 거부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다. 건물을 인수하면서 관련 권한을 인계받은 후에도 매각을 거부해 조율 중으로 현시점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다고 설명했다.
HDC자산운용 관계자는 "(강제 퇴거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이전 소유자가 리모델링 등 재개발 계획을 세웠고 당시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명도 요청을 시행했으나, 당시 한 군데서 절대 못 나가겠다고 해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 이에 (그 상가와) 임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서상 A씨의 계약은 종료된 상태다. 그러나 A씨는 앞서 계약 연장을 거부한 게 아니며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임대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초 계약 당시 이전 소유자와 5년 계약을 했고, 임대차보호법에 의거해 기존 계약대로 5년 연장과 임대료 등을 3%가량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대인에게 제안했으나 위탁사에서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당시 위탁사에서 1년 연장, 임대료 5% 인상, 관리비 21.0% 인상 등을 제시하면서 관련법령에 따라 특별히 부당하게 제안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명백히 임대차보호법이 있는데 받아들일 수 없지 않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인상에 의한 계약연장 약정을 제안했고 그대로 납부했다. 여태껏 그렇게 납부하다가 올해 소유권이 바뀌면서 계좌도 변경됐고,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납부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HDC자산운용은 그간 임차인이 정상적인 계약 범주 내에서는 임대료 등을 모두 납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만약 임차인이 연체로 인한 불이익을 주장한다고 해도 엄연히 계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해석이다.
HDC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전 소유자가 리모델링 등 계획을 세워 인수했고, 그 당시에도 임대차 계약이나 이런 부분들을 조정하려고 했는데 임차인과 원하는 금액이 서로 안 맞거나 하는 사유 등으로 협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는 그걸 떠나서 건물 자체가 좋은 건물이기 때문에 인수한 것"이라며 "(계약상으로는 A씨 상가는 임대료 등을) 모두 납부했다. 일방적인 주장이라 또 다른 이슈로 확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 현시점에서는 이 사안을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간 모든 계약이나 납부 문의 등을 위탁사인 에이커트리와 해왔고, HDC자산운용에도 여러 차례 내용증명이나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A씨는 고의적 시간 끌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이런 상황이 지속돼 불이익이 발생하면 HDC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남산스퀘어 위탁사인 에이커트리는 <더팩트>의 취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에어커트리의 남산스퀘어 건물 관리 위탁 계약 기간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