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공매도가 역대 최장기간 금지 기간을 겪고 5년 만에 다시 투자자들을 만난다. 기관과 외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의미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떼고,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과 투자금 유입·거래량 증가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투자자는 금융당국이 제도를 제대로 손봤을지 우려하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 종목 공매도 재개가 미칠 영향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물론, 불법 공매도 감시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공매도 주문을 당국에 직접 제출하는 증권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임시회의를 열고 오는 31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후 이달 18일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마침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유예된 공매도 금지가 종료됐다.
공매도는 1996년 9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후 중단과 일부 허용 등을 반복해 왔다. 전 종목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증시가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전면 재개됐다가, 2021년 5월 코스피 200·코스닥 150 등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 허용했다.
공매도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배경은 투자자들의 불신이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인정하나 한국 자본시장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구조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전 종목 공매도를 허용(부분 허용 제외)하지 않으면서까지 집중적으로 손봤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국은 지난 17개월가량 공매도 금지 기간을 유예하면서 다양한 제도 개선이나 불법 공매도를 잡아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불법 행위 적발과 제재 수위 강화 등에 집중했다.
공매도 재개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한국거래소 중앙점검시스템(NSDS) 출범이 대표적이다. NSDS는 공매도 거래 기관들이 각 사 잔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잔고 정보를 거래소에 제출하면 거래소가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와 매매 정보를 비교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당국은 모든 매도 주문과 기관이 보고한 잔고 등을 전산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논리로 모든 공매도 주문을 관리·통제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매도 주문을 직접 받는 증권사도 감시와 책임 기능이 강화됐다. 증권사는 공매도 거래와 독립된 부서에서 1년마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고, 이 결과를 1개월 이내에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증권사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관련 임직원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출범한 대체거래소(ATS)에서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경우에도 공매도 주문을 명확히 표시하고 ATS가 접수된 공매도 주문 내역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개인과 기관의 주식 대여 조건(대차거래 상환 기간 90일, 연장 포함 최장 12개월) 통일, 기관의 대차와 개인의 대주 담보 비율(105%) 통일 등도 이번 공매도 재개를 통해 개선되는 부분이다. 무차입 공매도 관련 벌금형은 부당 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늘어나고, 부당 이득액이 5억원 또는 50억원 이상일 때 징역 가중처벌이 도입되는 등 제재 수위도 강화됐다.
당국은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자본시장법상 불법으로 규정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NDSD의 의존도가 다소 높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NDSD에서 전산적 오류가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면 해당 시간만큼은 불법 공매도를 적발할 수단이 없다.
증권사별 업무 부담 가중도 일부 감지된다. 최근 ATS 출범 등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증권사들이 공매도까지 신경 써야 하면서 당국이 기대하는 감시 기능 강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해석이다. 자본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불법 공매도 근절에는 동의하나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매도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일부 시장 분위기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때 부당으로 취득한 이득액의 배수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해당 법인이나 기관이 연간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년 만에 재개되는 공매도의 핵심은 NDSD를 통해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장치를 마련했고 우선 시행된다는 점에 있다"이라며 "실제로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당국이 공언한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이 가시화되고, 순기능인 증시 활성화도 함께 이뤄진다면 부정적 인식이나 우려 등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