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엎치락뒤치락' MBK 운명은?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04 00:00 / 수정: 2025.02.04 00:00
의결권 제한에 주총 표 대결 불리해져
최윤범·SMC 공정거래법상 위법 주장
SMC는 강력 반발…정기 주총 한 달 남아
고려아연 정기 주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 DB
고려아연 정기 주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일부 반대 여론에도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 최대주주에 올라 분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어떻게든 경영권을 지키려고 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연이은 대응으로 분쟁을 종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간 확보한 의결권 지분을 활용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의 종착지로 불리던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주총)마저 최 회장이 꺼내든 순환출자 카드에 막히면서 연장전에 돌입하고 있다. 더욱이 집중투표, 이사 수 상한 등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들은 주총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오히려 분쟁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3월 정기 주총까지 한 달여가 남은 가운데 막판 판도를 바꿀 묘수가 남았는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MBK파트너스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는 방침이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에서 법무법인 태평양 등 법률 대리인단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이 열린 다음 날인 24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더팩트> 취재진의 질문에 "남은 10%가량 지분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손발이 묶인 상태다. 지분은 46.7%에서 18% 수준까지 줄어들었으며, 고려아연 측이 꺼낸 안건들에 반대표를 행사하지도 못했다. 임시 주총은 최 회장 측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고 정기 주총까지 유리한 판을 짜놓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최 회장 측이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면 상대방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법을 활용한 묘수가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자금을 활용해 주총 전날 밤 515억원을 들여 영풍 지분 10.3%를 주식을 취득했고, 상법에 따라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배제돼 고배를 마셨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의 주총 승리가 묘수가 아닌 악수라는 해석도 있다. 그간 자사주 공개매수, 일반공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에게 경영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던 최 회장 측이 가장 수세에 몰렸을 때 꺼낸 카드가 SMC를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 재편이어서다. 국내에서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 변경이 공정거래법상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 사용하지 않았으나, 의결권 지분에서 밀려 승기를 내주게 되자 과징금 등 제재를 감수하고라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지연되자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지연되자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서예원 기자

MBK파트너스도 이 부분을 강조하는 중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주총 이후 최 회장과 SMC 전현직 이사진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는 기업집단이 100%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법상 의결권 제한의 외관을 작출하고 동시에 상호출자 제한 등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 최초의 사례이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탈법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완패로 끝난 임시 주총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게 대표적이다.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논리에 따라 이뤄진 주총이기 떄문에 마땅히 취소되거나 무효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도 MBK파트너스의 남은 행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검찰 등의 판단에 따라 선택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최 회장 측의 상호주 제한 행위로 영풍의 의결권을 막은 것이 위법이라고 보면 그대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이들의 판단이 합법 쪽으로 기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이사진 최 회장 중심의 지배 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오는 정기 주총에서 최소 1인이라도 이사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남은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쪽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현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 수 상한도 19인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법원 등의 판단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결국 모든 경영권 분쟁은 주총 표 대결을 통해 승부가 나야 끝난다. 정기 주총 전까지 가처분과 고발 결과 등을 신중하게 기다리면서 남은 주주들에 호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SMC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MC는 주식회사이며, 시장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영풍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영풍 지분 매입 행위가 국가기간산업을 다루는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이기 때문에 오로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취득한 행위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SMC 관계자는 "SMC는 기본적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가 그가 가진 주식의 인수가액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다. 국내 법원의 여러 하급심 판결에서도 'Pty Ltd'를 '비공개 주식회사'라고 기재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호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여 온 회사로서 합리적인 경영판단 아래 자기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 이런 주식 매입이 탈법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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