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월세 거래 월세 비중 57.4%…5년 연속 증가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부동산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세와 매매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다. 전통적으로 비선호 주거 형태였던 월세의 거래량이 늘어나며 월세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7.4%로 집계되며 지난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사기가 심각하지 않았던 2020년(40.5%)과 비교했을 때 16.9%p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전체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0.1%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월세 비중은 전 주택 유형에서 늘어났다. 아파트 43.8%, 연립·다세대 55.5%, 오피스텔 66.6%로 나타나 23년 대비 각각 0.4%p, 4.4%p, 4.3%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거래량 증가가 눈에 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토대로 지난해 주택 유형별 임대차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국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이 각각 6%,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파트, 연립·다세대,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이 2023년(176만1624건)보다 11% 하락해 155만 9578건을 기록한 가운데 비아파트 시장 월세만 증가한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이뤄지며 월세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4.87로 2023년 2월(100.84)부터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101.58로 같은 해 1월(100.9)부터 11개월째 올랐다.
반면 매매와 전세는 각종 지표가 하락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11월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 거래량은 7만9892건으로 전월 대비 12.6% 줄었다. 전국 주택 매매량은 4만9114건으로 전월보다 13.2% 떨어졌다. 특히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3만6399건으로 전월보다 15.2% 줄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량(3773건)이 5.7% 감소하며 4개월째 거래량이 축소됐다.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첫째 주(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1%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서울 전세값이 내린 것은 2023년 5월 넷째 주 이후 86주 만이다. 또한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일 기준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9544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3월 이후 처음 1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며 생겨난 '전세포비아' 현상은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가와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월세로 갈아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전세보다 월세가 대세가 되며 전세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취임 이후 전세제도 폐지론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월세의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전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금액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일부 소형 평수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는 근로소득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 상한선이 있다"며 무주택자들에게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