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32.4%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려워"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층(25~34세) 인구가 42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층(25~34세) 인구가 42만명을 돌파했다. 10명 중 3명은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교육을 받거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족이 급증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한국은행은 2일 '11월 경제 전망'의 일환으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과 이수민 과장이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 중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단순히 쉬고 싶어 활동하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
경제 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는 2842만명이며 실업자는 78만명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20만명으로 사유는 육아·가사(682만명), 교육·직업훈련(392만명), 연로·심신장애(312만명) 비중이 높았고 그다음이 '쉬었음(235만명)'이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14.5%를 차지했다. 문제는 '쉬었음' 인구가 팬데믹 당시 등락을 보인 후 올해 들어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쉬었음'은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25.4%나 늘었다. 특히 취업을 경험한 이후 더 이상 구직을 하지 않고 '쉬었음'으로 이탈한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보고서는 청년층 자발적 '쉬었음'의 배경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등 직업 안정성과 근로시간 부족, 실직 위험 등 고용의 질이 크게 하락한 점도 원인이다.
청년 '쉬었음'은 교육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눈높이가 높지만 이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청년층 4년제 대졸자 비중은 48.4%로 핵심 연령층(35.3%)보다 높았다. 자발적 일자리 선택 비율도 81.6%로 핵심 연령층(76.5%)을 상회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지난해 기준 '쉬었음'의 사유로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려움'을 선택한 이들이 청년층에서는 32.4%로 '다음 일 준비(23.9%)'보다 높았다. 핵심 연령층에서는 20.1%로 건강상의 이유(44.4%)와 기타(26.5%)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쉬었음' 장기화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니트족'화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니트족은 일을 할 의지가 없는 무직자다. 과거 사례를 볼 청년층의 1년 미만 '쉬었음' 증가는 1년 이상 '쉬었음'의 증가로 이어지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실제 취업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지 1년 이내인 청년층의 경우 근로 희망 비율이 90% 수준이었지만, 1년이 지나면 50% 내외로 하락했다.
이수민 과장은 "최근 나타난 청년층 고용상황 둔화와 '쉬었음' 증가가 고착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