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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어디에③] '티끌 모아 티끌'…청년, 집 사기 어려운 시대
입력: 2024.11.28 00:00 / 수정: 2024.11.28 00:00

월급으로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 사려면…숨만 쉬고 30년
尹 대통령, "임대주택 그냥 주는 정책 아닌, 자산형성 도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내 집 마련.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네 글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4년 이내(전국 기준) 첫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평균 연령은 45세다. 사실상 젊을 때 주구장창 돈을 모아야 내 집 하나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월급(20대 중후반 평균 기준)만으로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 장만을 꿈꾼다면 30년간 숨만 쉬면서 모으면 된다. 신혼부부들은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많게는 억대의 대출을 받고 있다. 결혼생활 시작부터 거액의 빚을 떠안는 셈인데, 명의만 내 집이고, 실상은 은행집이다. 윤석열 정부가 청년을 국정의 동반자라고 강조하며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집권한 지 2년 반 동안 청년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마련 가구주 연령(4년 이내 집 장만)은 계속 올랐다. 지난 2010년 41.8세에서 4년 뒤 42.5세로 오르더니, 2022년에는 45세가 됐다. 이마저도 하위소득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50대 중반이 돼서야 내 집을 가져서다. 2010년(54.3세)부터 지금까지 50대 미만으로 내려간 경우가 없다. 연령별 주택 소유자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개인 중 50대가 25.2%로 가장 많았다. 60대(22.8%), 40대(21.2%), 70대(12.0%), 30대(9.5%)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청년들이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몇 년이 걸릴까. 단 조건은 숨만 쉬고 월급을 모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25세~29세)의 평균 연봉은 3678만원이며, 30대(35세~39세)는 5256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액(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달 27일 기준)은 10억8631만원이다. 계산하면 20대는 30년, 30대는 21년이 걸린다. 서울 강남구(26억1896만원)로 보면 20대는 약 72년, 30대는 50년이 소요된다. 사실상 죽을 때까지 월급을 모아도 강남에 집을 못산다는 소리다. 이 월급으로는 수도권에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기 아파트의 평균 호당매매가격은 6억373만원, 인천은 4억2768만원으로 서울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집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서울 집값은 3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전주와 같은 0.06%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역세권·신축 등 인기 단지는 매수문의가 꾸준하고 상승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는 보합(0.00%), 인천(0.04%)은 하락 전환했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대상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등 대출 규제 여파로 매수 원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엄태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엄태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달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청년·신혼부부 집 살 때 고액대출 받아

집을 구할 때는 대출을 끼고 산다. 앞서 설명했듯이 매달 월급을 모아도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액대출을 받는 청년·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층의 고액대출 증가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엄 의원은 "5억원 이상 고액대출이 2021년에는 전체의 8%에 그쳤지만, 올해는 39%에 달한다"며 "고액대출의 45%는 2030세대, 40%는 40대다. 청년층이 고액대출에 몰리면서 주요 소비층인 이들이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다보니 소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액대출 거래가 부동산 광풍이 불던 2021년을 넘어서는 등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며 "청년층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지난 2014년~2018년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의 절반 이상(50.2%)이 결혼할 당시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대출 비중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가장 필요한 결혼 관련 지원으로 '신혼집 마련 지원'(33.7%)을 1순위로 꼽았다.

보사연 관계자는 "주거 부담은 청년세대의 결혼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자납부, 대출상환 등으로 결혼 이후에도 계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출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대 중후반 평균 연봉(3678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사는데는 약 7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20대 중후반 평균 연봉(3678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사는데는 약 7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尹정부, "청년은 국정의 동반자"…주거정책 큰 방향은?

정부가 청년 주거정책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국정과제에 청년정책을 포함시키며, 이들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22년 7월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청년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의 다리를 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요 과제로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 등 주거사다리 복원을 꼽았다. 청년·신혼·생애최초 계층에 원가주택 등 50만 가구를 공급하고, 청약·특별공급 제도 개선으로 이들의 집 장만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의 내 집 마련과 자산형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0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청년들의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저와 국무위원, 우리 정부에 있다"며 "임대주택과 현금을 그냥 쥐어주는 정책이 아니라,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메시지가 나온 뒤, 2주 만에 '청년정책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여러 대책 중 주거 분야만 보면 임대주택 중심에서 내 집 장만 단계까지 주거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청년·생애최초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역세권·신도시 등 우수입지에 저렴한 가격의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밖에 50년 만기 초장기 정책모기지 도입, 청년 친화형 청약제도 개편,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구입·전세대출 확대, 전세사기 피해 예방·지원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큰 틀의 정책 방향성을 담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청년 등 국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청년 내 집 마련 1·2·3'을 발표하며, 청년층을 위한 특단의 내 집 구하기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청약통장과 전용대출로 전생에 자산형성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희망의 청년 주거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 요점이다. 먼저 1은 준비기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통해 자산을 불리고,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2는 해당 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청년 주택드림 대출로 분양가 80%까지 저리·장기 자금을 지원, 3은 청약 당첨 이후 결혼·출산 등 생애주기별 우대금리를 추가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소극적 접근 말고, 해법 적극 마련해야"

이렇듯 정부가 청년주거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급 중심의 정책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정부학회가 발행한 '주거정책의 양적 확대는 청년 주거빈곤을 완화시켰는가?'에 따르면 청년 주거정책의 양적 확대가 청년 주거빈곤 완화에 의미가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결국 대출을 받고 집을 사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형·박순만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서울의 부담가능성, 어떻게 달라졌는가?' 자료에 따르면 "청년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 없다면 낮은 근로소득만으로 주택을 사는 것은 어렵다"며 "주거지원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를 단순히 엄살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현 사회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식하고, 그 해법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내 집은 어디에①] 우리는 왜 이토록 '내 집 마련'에 사활을 거는 걸까?

[내 집은 어디에②] 미국도 높은 집값에 몸살…청년들 "집 사기 어렵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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