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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어디에②] 미국도 높은 집값에 몸살…청년들 "집 사기 어렵다"
입력: 2024.11.25 00:00 / 수정: 2024.11.25 00:00

코로나19 이후, 미국 집값 50% 가까이 급등
지난해 8월~올해 7월까지 주택 구매자 평균 연령 56세


미국 집값이 코로나19 이후 5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MZ세대들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미국 집값이 코로나19 이후 5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 MZ세대들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내 집 마련'의 목마름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공통된 '희망사항'이 된지 오래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상황만 봐도 생애 첫 주택 마련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 MZ세대(밀레니엄+Z)조차 '이번 생에 내 집 장만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높은 집값에 내 집을 꾸리기 어려운 건 한국이든 미국이든 똑같은 셈이다.

미국의 집값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뛰었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Redfin)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2020년 이후 47.1% 급등했다. 중위매매가격은 39만4000달러(22일 기준·한화 5억5160만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통상 20만 달러(2억8000만원)짜리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치솟은 집값에 이제는 내 집 마련이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 7월 폭스비즈니스방송에서는 "주택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 비싸졌다"며 "미국 전역의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격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부동산 중개플랫폼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20만 달러 이하에 판매된 주택의 비중은 전체 매매의 약 절반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심지어 현재 미국의 4470만가구가 기본적인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주택에 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집다운 집에서 생활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자 주택 구매자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최근 CNBC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연례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간 미국의 주택 구매자 평균 연령은 56세였다. 이는 전년(49세)보다 7세 더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도 38세로 전년(35세) 대비 소폭 미뤄졌다.

미국 집값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주택시장이 밝지 않아서다. 주택시장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주택시장지수는 지난 5월부터 여섯 달째 50을 밑돌고 있다. 4월만 해도 51을 기록했지만, 5월(45)→6월(43)→7월(42)→8월(39)→9월(41)→10월(43)→11월(46) 등 기준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9월부터 점차 수치가 개선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MZ세대들은 집을 사겠다는 갈망은 컸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뉴시스
미국 MZ세대들은 집을 사겠다는 갈망은 컸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뉴시스

◆ 미국 MZ세대, '집 쉽게 마련 가능' 응답 10% 그쳐

이렇다 보니, 미국의 MZ세대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모양새다. 반드시 내 명의로 된 집을 사겠다는 열망은 높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셈이다. 뱅크레잇닷컴에 따르면 현재 집이 없는 MZ세대의 82%는 내 집 장만을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고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64%)보다도 18% 높았다. 또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Z세대의 63%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꿈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집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함께 미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아메리칸 드림'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89%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필수적이거나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집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에 그쳤다.

이들이 집을 사기 힘든 이유는 계약금을 마련하는 것에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전체 평균 연봉은 올해 기준 5만3490달러(7501만4376만원)이다. 반면 미국 평균 계약금은 주택 가격의 18%인 7만8300달러(1억977만6600원)에 달한다. 연봉만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부모 세대에 손을 벌리는 가구도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넬라 리처드슨 ADP(경제연구기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 집 마련은 중산층 창출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며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산층으로 가는 길이 막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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