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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놨는데 안 된다고요?" 은행권 대출 옥죄기에 실수요자 혼란 가중
입력: 2024.09.06 10:49 / 수정: 2024.09.06 10:49

은행권 대출 규제 도미노…당국 "실수요자 제약 없게 관리"

은행권이 최근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에 돌입하며 억제책을 내놓자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팩트DB
은행권이 최근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에 돌입하며 억제책을 내놓자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최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추가 구입하려는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연 소득의 120~130% 수준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주담대 등 주택 관련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도 오는 9일부터 주택 보유자에게 서울 등 수도권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데 대출을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일에는 모든 유형의 소유권 이전 조건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케이뱅크도 전날부터 구입 목적 아파트담보대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 처분을 서약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취급 중단뿐만 아니라 주담대 만기도 줄이고 있다. 주담대 만기를 단축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KB국민은행은 최대 50년에 달하던 기존 주담대 만기를 지난달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최대 30년으로 줄였다. 신한은행도 3일부터 모든 주택의 주담대 만기를 30년 이하로 제한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오는 9일부터 최대 40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대한 발언을 하자 은행권은 한 달 새 20번 넘게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더팩트 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대한 발언을 하자 은행권은 한 달 새 20번 넘게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더팩트 DB

이같이 은행권이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있다.

가계대출은 연일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값 상승세가 이어진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9월 전에 주담대를 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도 8조9115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금융당국은 우회적으로 은행들에게 금리인상을 압박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은행들은 한 달 새 20번 넘게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들은 또다시 주담대 만기 축소, 전세대출 중단 등 제각각의 대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 모 씨(30·여)는 "전세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는 중인데,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대출 관련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와서 주시하고 있다. 은행마다 조건도 다르고 계속해서 제약도 생기다 보니 이곳저곳 은행 어플만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장들과 만나최근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장들과 만나최근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이같은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해 금리를 손봤지만,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오히려 지적의 부메랑이 되어 은행만 질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산업인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국이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올렸던 측면도 있는데, 질타를 받게 되니 억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당국의 말에 공감은 하지만, 조건부 전세대출의 경우 어디까지가 실수요자인지 갭투자 목적인지 나눠야 하는 기준 등도 모호하다"며 "우선 당국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규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가계대출 정책 관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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