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과 융합…차량 공간활용도·편의성 '극대화'
자율운항 선박으로 선박 효율성 개선·인건비 절감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 중인 공항 카헤일링 서비스용 PBV의 내부 콘셉트. 트렁크 공간을 없애고 주거 공간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
교통 분야에 ICT와 혁신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기존의 '이동(移動)'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모빌리티 혁신이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이미 도로를 다니고 있으며, 그 기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상에서도 부분적인 자율운항 기술을 탑재한 선박이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하늘에선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 사람들의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모빌리티에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와 관련 기업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모빌리티 혁신은 어디쯤 왔을까요. <더팩트>가 올해 세 번째 혁신 포럼을 앞두고, 그 주제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육상과 해상 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혁신이 진행 중이다. 차량의 경우 앞으로 운전석 공간이 불필요해짐에 따라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차내에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캠핑카, 움직이는 사무실 등 사용 용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차량을 설계할 수 있고, 모둘 형태로 상황에 맞게 교체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에서는 선박 자율운항으로 정시성, 연료 효율이 개선되고, 탄소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간 내맘대로 '커스터마이징' 가능…자율운행·AI 물류관제로 효율성 제고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을 콘셉트로 한 전기트럭 'ST1'을 출시했다.
ST1은 차량 뼈대(새시)와 승객실(캡)만으로 구성된 새시캡(Chassis-Cab) 형태를 기반으로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구매자의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 카고, 카고 냉동,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팜, 애완동물 케어숍 등 다양한 특장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기술이 탑재됐다. ST1 내외부에 별도 커넥터를 구성해 고객사가 특장 차량에서 차량 전원, 통신 데이터 등을 비즈니스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ST1은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지원해 외부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객사나 파트너사는 데이터 오픈 API를 활용해 실시간 차량 운행 정보(차량 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나 차량 운행 분석 데이터 등을 전달받고, 더욱 효율적으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ST1 신차 발표회에서 정유식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ST1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 부사장, 민상기 현대자동차 PBV사업실 실장, 오세훈 현대자동차 PBV Development실 상무. /더팩트 DB |
자동차업계에서는 ST1의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이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목적기반차량(Purpose-Built Vehicle, PBV)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PBV는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와 제작·운행에 이르기까지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다.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형 차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목적에 맞게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PBV 초기 개발 과정에서 콘셉트를 '카헤일링'과 '딜리버리'로 잡고 있다. 카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며, 딜리버리는 식음료나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실제 PBV가 상용화된다면 소비자들은 카헤일링 서비스를 활용해 공항으로 이동할 때 PBV 차량을 부르고, 서비스 운영사는 제공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차량 내부 공간 활용 구도를 변경해 반려견이 편히 탑승하는 반려견 택시, 유모차나 휠체어 수납 공간을 마련한 요양 서비스, 대형 테이블을 설치한 이동식 사무실 등 다양한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22년 현대차그룹은 PBV의 플랫폼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공항까지 여행객들과 짐을 실어 나르는 '공항 픽업용 PBV'를 공개했다. 조수석 대신 캐리어 거치대를 마련하고, 트렁크 공간을 없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좌석 낭비를 줄이고 최대 5명이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교통 약자의 탑승 편의를 고려해 휠체어가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 폭을 넓힌 도어 시스템도 탑재했다.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현대자동차 ST1의 신차 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다양한 사양이 적용된 ST1이 전시돼 있다. 왼쪽 위 시계 방향으로 LP전시 차량, 구급차, 전기바이크 충전차량, 스마트팜 차량, 택배차량. /더팩트 DB |
현대차그룹의 일원인 기아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기술 박람회 'CES 2024'에서 PBV 사업과 관련한 비전을 선보였다.
기아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lit Vehicle)'라는 PBV의 기존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한번에 제공한다는 비전을 담았다.
우선 기아의 PBV는 '나만의 차량'을 만들 수 있는 액세서리 모듈인 '레일 시스템(Rail System)'과 '타일 시스템(Tile System)'을 제공한다.
고객은 차량의 천장, 바닥, 사이드 패널은 물론 차체 외부에도 장착이 가능한 '레일'과 '타일'을 통해 특정한 목적에 최적화된 차량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다양한 개인 물품들을 차량에 거치함으로써 나만의 취향을 반영한 차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기아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위치한 전시부스에서 PBV와 관련한 다양한 콘셉트카와 선행기술을 공개하고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은 기아의 중형 PBV 콘셉트 모델 PV5 모습. /김태환 기자 |
여기에 차량 간 상호 연결성과 호환성을 높일 수 있는 '캐비닛(Cabinet for Logistics)'과 '프레임(Frame for Lifestyle)'도 지원한다.
'캐비닛'은 물류 운송을 보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크기, 종류, 배송 지역 등에 따라 분류된 상품들을 규격화된 보관장(캐비닛)에 탑재해 PBV로 운송할 수 있다. 여기에 차량 관제 시스템(FMS)을 적용하면 AI에 기반한 물류의 자동화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프레임은 PBV에 탑재 가능한 이동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쇼룸 △벤치테이블 △조리기구 △스타일러 △엔터테인먼트 사양 등으로 활용 가능한 여러 종류의 프레임들 중 원하는 프레임을 골라 차량에 실은 뒤, 목적지에 도착해 꺼내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렇게 되면 PBV 차량 한 대만 구매해도 아웃도어 카페를 운영하다가, 주말에 쉴때는 캠핑카로 프레임을 변경해 야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새벽에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커피 재료를 구매할 때는 카고 프레임을 장착해 물건을 운송할 수도 있다.
기아의 PBV 콘셉트카 'PV5'의 다양한 활용 모습. 휠체어 적재, 내부 주거 공간 극대화 등으로 사용 목적과 상황에 맞게 내부를 구성할 수 있다. /기아 |
현대차의 ST1과 더불어 기아의 PBV 콘셉트가 적용된 'PV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만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 택시, 버스, 회의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불필요한 운전석을 제거,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핸드오프'를 지원하는 첨단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AHDA, Advanced Highway Driving Assist)과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 Highway Driving Pilot System), 원격 스마트 주차 등의 기능을 확보했다.
해당 기능들을 활용하면 차량은 스스로 횡단보도와 교차로 등을 인식하고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제동을 한다. 내리막길을 가거나 터널 진입 등 감속이 필요한 상황도 스스로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 기능으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주행을 하며, 방향지시등을 넣으면 따로 운전대를 돌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한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구간단속 지점에서는 속도를 자동으로 맞춘다. 이는 자율주행 '레벨3'에 해당하는 기술력으로, 궁극적으로는 운전자의 완전한 개입이 없는 '레벨4'까지도 기술 개발을 한다면 차량과 AI 기술만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솔루션이 탑재될 해상택시 조감도. /HD현대 |
◆자율운항 실증 본격화…에너지 효율·인건비 절감 '기대'
해상 부문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이 스스로 항해하는 '자율운항(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MASS)'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자율운항은 레이더와 GPS 신호, 선박자동식별장치 등을 활용해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며 운항하는 기술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총 4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2단계는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선원이 승선해 비상운항 상황 시 즉시 개입하여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단계는 본격적으로 선박을 원격 제어하는 단계로, 선원이 배에 타지 않고 장애 예측 및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이고, 4단계는 완전 자율 운항하는 수준을 말한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2~3레벨을 실증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자율운항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융합 규제특례를 허가 받았다. 국내 조선 3사는 자율운항 선박의 충돌 회피 및 원격 제어에 대한 성능 실증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국내 조선 3사는 8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3척의 선박이 타선과의 충돌을 회피하고 속도, 방향, 주위 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항로를 찾는 충돌회피 및 원격제어를 실증한다. 또 지상관제와 더불어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하여 다양한 원격제어 방식을 같이 시험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엔 자율운항 2단계를 탑재한 초대형 LNG운반선으로 태평양 등을 횡단했다. 총 운항거리 2만km 중 AI 기반 자율운항은 절반인 1만km에 달했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날씨, 파고 등의 해상 환경 및 선박 상태를 인지하고 선박의 조타를 제어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 9월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18만톤급 LNG 추진 벌크선을 인도하며 자율운항 관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다양한 크기의 섬이 많고 대형선박이 자주 다녀 자율운항선박의 운행이 어렵다고 알려진 남중국해 1500km 구간에서 자율운항 실증을 성공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노르웨이 콩그버그와 자율운항선박 개발 협약을 체결해 초대형 자율운항 LNG 운반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2년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시험선을 건조해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시험 운항을 성공했으며, 자율운항 솔루션인 'DS4'를 직접 개발해 기술 검증을 끝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시험선을 시험 운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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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