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자율주행차, 가시권에 들어온 UAM 상용화
국내 최초 자율주행버스 '판타G버스'가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판교에서 운행되고 있다. 판타G버스는 국내 최초 레벨3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 대중교통 수단이다. /경기도 제공 |
교통 분야에 ICT와 혁신 기술이 융·복합되면서 기존의 '이동(移動)'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모빌리티 혁신이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이미 도로를 다니고 있으며, 그 기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상에서도 부분적인 자율운항 기술을 탑재한 선박이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하늘에선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이 사람들의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모빌리티에 급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와 관련 기업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모빌리티 혁신은 어디쯤 왔을까요. <더팩트>가 올해 세 번째 혁신 포럼을 앞두고, 그 주제 '모빌리티 혁신'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이제 심야시간 귀가가 두렵지 않다. 이전에는 회사 회식 등을 마치고 지하철 막차를 탄 뒤 집과 가까운 역에서 내려서, 15분 이상 걸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하철역 도착 예정 시간에 맞춰 호출한 '자율주행 셔틀'이 역까지 마중을 나오고, 이 셔틀을 이용해 안전하게 집 앞까지 갈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9월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서 2025년 모빌리티 미래상의 예시 중 하나로 이같은 일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정부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대중교통 체계 대전환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국내 모든 지역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만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부 지역에선 가까운 미래에 레벨 3(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 버스를 만나는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자율주행 셔틀 외에도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서비스 개시 및 AI(인공지능) 기반의 드론을 이용한 무인 배송 정확도 제고도 이뤄질 것이라 예고했다.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한 국내 최초 대중교통 서비스는 이미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레벨3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판타G버스'는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함께 제작한 판타G버스는 두 대가 주 5일 출근 시간인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간 간격으로 하루 24번 운행 중이다. 탑승할 수 있는 좌석은 14석뿐이지만, 운행 4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1만명을 돌파했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함께 제작한 '판타G버스'는 두 대가 주 5일 출근 시간인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간 간격으로 하루 24번 운행 중이다. 탑승할 수 있는 좌석은 14석뿐이지만, 운행 4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 1만명을 돌파했다. /뉴시스 |
다만 아직은 판교 내에서 제한된 구간(판교역~기업성장센터, 5.9km)에서만 운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수도권 전체 지역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관련 시스템 마련 등을 위한 사전 절차와 예산이 필요하고, 이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시범운행도 거쳐야 해서 준비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의 자율주행 대중교통 체계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국내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자체 무인 자율주행 셔틀의 양산 목표 시기는 내년 3월로 제시했다. 우선은 기업 간 거래(B2B) 제품을 이때부터 양산한 뒤 2027년께 대량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 2024 자율주행·모빌리티 산업전' 콘퍼런스에서 "내년 3월 우리가 선보인 무인 자율주행 셔틀을 양산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레벨4(자율주행 고도화) 이상의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시기는 2027년이다. 이때가 되면 자율주행 셔틀 양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개발 중인 12인승 무인 셔틀 '프로젝트 MS'/오토노머스에이투지 |
UAM과 관련해선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KT·현대건설이 참여한 'K-UAM 원팀' 컨소시엄이 상용화를 위한 첫 실증사업에 지난 4월 성공했다. 이들은 약 5주간 진행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 1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이번 실증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기체개발 및 제품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통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UAM 기체 S-A2의 실물을 최고로 공개하고 2028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을 중심으로 UAM '버터플라이'를 개발했으며, 올해 시험비행을 거쳐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의 포문을 연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와 운전자와 관련한 제도 등을 정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자성 한국항공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한국항공보안학회 대외협력이사)는 "개인이 비행기를 구매해 자동차처럼 운전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라면서도 "UAM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험비행과 구조 강도 테스트 등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본격적인 UAM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몇 년 더 걸릴 것 같다. 그런데 1인용 레저 UAM은 2025년 상용화가 가능하고, 바로 1인용 레저 UAM이 UAM 상용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라남도 고흥항공센터에서 인천공항공사가 UAM 교통관리 시스템을 통해 항공우주연구원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오파브(OPPAV) 기체가 비행하는 모습. /인천공항공사 |
해상 모빌리티와 관련해선 자율운항 선박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자율운항 선박은 시스템이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1단계를 지나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2단계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2022년 6월 LNG 운반선의 세계 최초 대양횡단 자율운항(선원이 승선하지만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는 2단계, 총 운항거리 약 2만km 중 1만km를 자율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는 자율도를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최대 15%에 이르는 연료 절감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연료 절감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도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기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와 함께 아비커스는 지난해 7월 부산광역시 해상택시 운항사업자인 KMCP와 '친환경·자율운항 해상택시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내년부터 부산 원도심 지역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을 적용한 친환경 해상택시를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화오션은 2022년 말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시험선을 건조해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시험 운항한 것을 시작으로 자율운항 솔루션인 DS4까지 직접 개발해 기술 검증을 끝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시험선을 시험 운행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6월 남중국해 1500km 구간에서 자율운항 2단계 실증을 사고 없이 통과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8일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자율운항 선박 실증을 위한 과제를 승인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국내 조선 3사는 자율운항 선박의 충돌 회피와 원격제어 실증에 나설 방침이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될 해상택시 조감도. /HD현대 |
이 외에 국내 대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대리운전 호출, 주차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최근에는 자율주행 및 UAM 실증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한 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에 더해 정부도 모빌리티 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삼고 여러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혁신 기술이 적용된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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