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 2차전지 급락 관련 인터뷰서 본인 주식 계좌 공개
"현 시장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가치 인정받는 기회 올 것"
'배터리 아저씨'로 일컬어지는 박순혁 작가가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마포 상암동 소재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박순혁 작가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2차전지 열풍의 선봉장으로 선 그는 '배터리 아저씨'라고 불려왔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외치며 금융당국에 맞서면서 '증권가 다윗'이라는 이름표도 달았다. 2차전지부터 공매도까지 증권가 뜨거운 감자에 서 있는 그를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만났다. 6개월 전 <더팩트>와 인터뷰 당시 계좌를 공개한 박 작가는 이번에도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최근 2차전지 종목이 약세장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6개월 전과 다름없이 의연한 태도였다. 오히려 좋은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를 줘서 더 샀다고 했다. 공매도 특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격정적으로 진행된 2시간여 인터뷰를 <상>, <중>, <하>편으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박순혁 작가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주식 계좌를 공개했다. /선은양 기자 |
[더팩트 | 윤정원·이한림 기자] 지난 10월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박순혁 작가를 만났다. 9월 27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앞에서 '박지모(박순혁을 지지하는 모임)와 금융선진화' 카페 회원들의 주도 하에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촉구 규탄집회' 이후 한 달 만이자, 그가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하던 올해 4월 <더팩트>와의 인터뷰 이후 반년 만이었다.
이 사이 박 작가는 '개미 선봉장', '개미들의 리더' '주식계 임영웅', '증권가 다윗', '의인' 등 추가로 여러 별명을 얻었다. '배터리아저씨'를 제외하고도 '별명 부자'가 된 셈이다. 이에 박 작가는 "제 MBTI가 INTP, 극도의 아웃사이더다. 고독하게 혼자 있는 걸 가장 즐긴다. 선봉에 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며, 지금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웃어 보였다.
박 작가는 지난 인터뷰 때 보여준 보유 종목과 수익률을 다시 공개했다. △에코프로 △POSCO홀딩스 △에코프로비엠 △LG화학(우) △SK이노베이션 △나노신소재 등으로 구성된 박순혁 작가의 전체 수익률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2차전지 8개 종목은 그가 집필한 책은 물론 얼굴을 직접 비춘 방송과 강연 등에서 입에 닳도록 추천했던 종목이다.
최근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으면서 일부 종목은 '파란불'을 피해 가지 못했으나, 박 작가는 오히려 저점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수 단가를 높였다. 2차전지주가 급락하던 10월 말에도 5000만 원을 더 투자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홀딩스 LG화학(우)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뜨거운 감자' 에코프로 역시 더 사들였는데도 150%대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박 작가는 "(주식을) 3년 갖고 갈 것 아니면 사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에코프로는 3년 뒤 500만 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서슴지 않았다. 현 시장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가치 투자로 접근하게 되면 언젠가 가치를 인정받는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박순혁 작가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2차전지 산업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언급했다. /임영무 기자 |
박 작가는 근래 에코프로의 하락세가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장은) 적정 가치와 가격 간에 괴리가 있다. 원래 이 회사가 받아야 할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데 가격에 비해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이다. 원래 가격이 1만 원짜리인 것이 3000원에 거래되는 시장이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셈이다. 그런데 내가 주식을 사자마자 다음 날 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으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이 더욱 비합리적으로 변해서 주가가 2000원이, 1500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는 비효율적 비합리적 시장에서 용기를 내 투자를 하면 결국 시간이 흘러 시장이 합리적으로 본질적 가치를 찾아갈 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살 때이지 팔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방송이나 유튜브, 증권가 등 여러 곳에서 2차전지와 함께 거론되는 자신에 대한 언급이나 논란 등에 관해서도 별명처럼 초연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 8개 종목을 얘기했는데 에코프로와 포스코그룹주만 조금 올랐고 나머지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나는 예언가가 아니다. 그러나 (예측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에코프로도 80만~90만 원 당시 매수를 추천했지, 오히려 120만 원을 넘어갔을 때는 위험하다고 얘기했다"며 "주가가 오른 종목은 가치를 먼저 인정받은 것이고 오르지 않은 종목은 아직 가치를 인정받는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이다. 2차전지 산업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발 고금리 기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내림세를 이어가는 국내 증시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박 작가는 "3년 뒤 주가를 예측하는 게 3일 뒤 주가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면서 "당장 눈 앞의 주가를 예측하기보다 장기 투자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최근 내리막길을 걷는 것 또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작가는 "만약 1만 원짜리가 10~20년 이상 계속 2000원으로 간다면 본인은 이 방법으로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3년 정도면 시장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본다. 가치를 인정받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기업의 성과와 밸류에이션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 3년간 기업이 얼마나 벌어들이는지와 성장하는지만 보면 주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3일 뒤 주가는 시장 수급이나 심리, 전쟁 같은 돌발 악재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예측을 잘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박 작가는 말했다. "여기에 밸류에이션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개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강좌를 만들고, 책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황을 전한 이후 박 작가는 이내 금융당국에 날 선 비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배터리아저씨'보다는 '증권가 다윗'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는 주식이나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줄이고 '여의도 특권 카르텔'를 꼬집는 데 집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나 이복현 금감위원장 등 금융부처 주요 인사들의 행보나 태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현 공매도 제도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는 한탄 섞인 비속어도 마다치 않았다.
☞<중>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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