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더팩트 혁신 포럼 연사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인터뷰
"초거대 AI 생태계 '서막'...국가 인프라 차원 접근 필요"
네이버의 AI 기술 연구를 이끌고 있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초거대 AI는 기존 AI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산업과 사회를 좌우할 수 있다"며 "국가 인프라 개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센터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23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
[더팩트|최문정 기자] "대 인공지능(AI) 시대는 이제 그 서막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2023년 8월 현재 한국 산업계를 지배하는 가장 큰 화두를 꼽자면 '초거대 AI'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초거대 AI와 기존 AI의 가장 큰 차이는 응용력이다. 초거대 AI와 일반 AI를 학생에 비유해보자. 초거대 AI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여러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데다 인간의 사고 활동을 모방한 알고리즘을 갖췄다. 초거대 AI는 정해진 답변을 내놓는 것을 넘어서 이미 입력된 데이터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의 답변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반 AI는 국어면 국어, 수학이면 수학 등 한 과목밖에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이다. 특정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데이터 학습을 시켰고, 모델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초거대 AI는 활용도가 남다르다 보니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초거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표 기업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24일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네이버는 이를 무기로 AI 시대의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있다.
하 센터장은 24일 <더팩트> 서면 인터뷰에서 초거대 AI 시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네이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하 센터장은 지난 2015년 네이버에 합류해 AI 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AI 시대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해 AI미래포럼 공동의장,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초거대 공공AI 태스크포스(TF)장 등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 어깨가 무거운 인재이기도 하다.
하정우 센터장은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을 주제로 <더팩트>가 두 번째로 여는 '혁신 포럼'에 연사로 참석한다. 하 센터장은 이날 '초거대 AI 시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네이버의 방향'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무료 행사로 AI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 초거대 AI 활용도 무궁무진…'국가 인프라' 개념의 접근 필요
하 센터장은 우선 초거대 AI가 기존 AI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잘 만든 초거대 AI 모델 하나가 IT업계를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는다고 구분지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AI는 안면인식, 음성인식, 번역, 상품추천 등 개별 사례에서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면서 "그러나 초거대 AI는 범용 기술로서 IT뿐만 아니라 유통, 교육, 공공, 전문 분야에서 기업의 생산성 도구와 AI 서비스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가령, 네이버가 지난 2021년 5월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는 네이버의 검색, 쇼핑, 음성기록 서비스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양한 서비스에 모두 적용돼 있다. 또한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한 노코드(코딩을 직접 하지 않고도 앱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 AI 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를 700여 개 스타트업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하 센터장은 "초거대 AI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다양한 직업군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초거대 AI를 활용해 전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7%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글로벌 리포트도 있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초거대 AI가 강력한 범용성과 생산성을 지닌 만큼, 국가 인프라 확보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거대 AI 모델 확보가 개별 기업의 기술확보를 넘어 국가 경제와 안보 등에 직결되는 이슈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을 육성해 왔다. 지난 2021년 3월 공개된 미국 인공지능 국가 안보 위원회(NSCAI)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AI를 향한 관심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중국 역시 오래전부터 AI를 국가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독립적인 초거대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9억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을 국가차원에서 투자해 '브릿GPT'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까운 일본 역시 최근 디지털청을 설립하고, 초거대 AI 정부조직을 신설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하 센터장은 "한국도 지난해 12대 전략기술에 AI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전략 기술로서 AI를 바라보고, 관련된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며 "저 역시 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AI 분야에서 국가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조언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초거대 AI라는 인프라를 이용해 서비스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중국 등과 경쟁할 수 있는 AI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나라의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고려하면, 한국도 지금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고 빠르면서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8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AI 서비스 출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
◆ '하이퍼클로바X' 등에 업은 네이버, '풀스택' AI 역량 갖춘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가 그동안 쌓아온 초거대 AI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AI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 2021년 5월 첫 번째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하고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등 외부 파트너도 확보했다. 네이버는 이날 두 번째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기존 모델보다 업그레이드 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네이버표 초거대 AI 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선다는 구상이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초거대 AI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중소상공인(SME), 기업고객 등 플랫폼 파트너들과 더욱 확장된 AI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이 생성형 초거대 AI를 이용해 자체 AI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내부 업무 생산성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의 서비스 고도화, 네이버 생태계의 창작자와 SME의 성장, 외부 기업 활용 등 3가지 방향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모델로서 초거대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소프트웨어부터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초거대 AI 생태계 전반을 자체 운영할 수 있는 '풀스택' 역량을 갖춘다는 목표다.
대표 사례가 지난해 발표한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개발 협력이다. AI 반도체는 말 그대로 초거대 AI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기존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비해 전력 효율성과 연산 능력이 뛰어나다.
하 센터장은 "네이버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등 우수한 인프라 기술력을 자체 갖추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더욱 확장될 초거대 AI 서비스 생태계를 안정되고 효율있게 운영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AI 반도체는 지속가능한 초거대 AI 생태계의 핵심 요소 기술이자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초거대 AI 특화 반도체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아직 초거대 AI를 둘러싼 경쟁에서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에서 발빠른 기술 확보를 통해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초거대 AI를 둘러싸고 여전히 거짓된 정보를 실제처럼 제시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편향성, 악용에 대한 안전장치, 설명 가능성 등 풀어야 하는 난제들도 많이 있다"면서 "기술 측면이나 사업 측면에서도 초거대 AI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는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모든 산업에 잘 녹아들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 혹은 국가가 글로벌 AI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훌륭한 AI 연구자나 기술자가 되기 위해선 수학, 물리, 확률과 통계, 영어 등의 기초 역량을 쌓으면서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네이버 |
◆ 미래의 AI인재, 수학·물리·영어 등 기초 역량과 경험 쌓아야
하 센터장은 AI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기본 역량을 탄탄히 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자가 꿈이라면 수학, 물리, 확률과 통계, 영어와 같은 기본 학문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튼튼한 기반 위에서 혁신하는 놀라운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AI를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실제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AI를 적용해 보고, 현실 데이터를 많이 다뤄보며 가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코드를 짜는 것은 AI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시스템의 기본 설계나 AI가 짠 코드를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센터장은 '팀 네이버'의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을 이끌며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거대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어디에서 성공 사례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올지 알지 못하면서 서로를 탐색하는 단계"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초거대 AI 시대 기술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이 초거대 AI라는 도구를 창의성있게 활용하며 실제 데이터도 만들어 보고, 데모를 제작하며 성능평가를 해보며 문제 해결을 해본 사람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사회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실현하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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