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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AI시대⑩] "이 기둥에 콘트리트 균열 있어요"…더 똑똑해진 건설업계
입력: 2023.08.21 00:00 / 수정: 2023.08.21 00:00

스마트홈부터 부동산 시장 분석까지
AI 시공품질 확보 기술 적용 '활발'


AI(인공지능)가 건설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정용무 기자
AI(인공지능)가 건설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정용무 기자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 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최지혜 기자]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기술은 국내 건설업계에도 광범위하게 접목되고 있다. AI를 적용한 스마트홈부터 부동산 시장 분석 모델까지 등장했다. 집 안의 조명과 가전을 음성 명령으로 조작하는 미래형 스마트홈이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나아가 AI가 지역별 주택 수요를 예측하거나 분양가를 산정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과 시공품질 향상에도 AI가 빠지지 않는다.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를 예측하고 콘크리트에 균열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건설 산업계의 AI 활용 범위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기술 역시 빅데이터 분석의 층위가 고도화됨에 따라 한층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시장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주택공급과 스마트홈 구축을 통한 주거 질 개선은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공품질과 안전관리 분야에서도 신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I는 부실시공과 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 등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총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알아서 불 끄고 환기하는 우리집"…AI가 완성한 스마트홈

집 안에 설치된 월패드나 스피커로 한정된 기기를 제어하는 기존 스마트홈과 달리, AI가 접목된 '지능형 홈'은 가전·조명·출입문 등 가정 내 기기를 연결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지능형 홈 관련 글로벌 시장이 해마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챗GPT와 같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생성형AI'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사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홈 기술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AI 기반의 음성인식 시스템 '보이스홈(voice-Home)'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하이오티'와 연동해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이오티는 집안의 가전, 조명, 전기 등과 단지 안의 엘리베이터, 공동 현관문 등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를 보이스홈과 연동해 더욱 편리한 주거시설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이스홈은 AI 클라우드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로, 거실과 주방에 각각 설치된 월패드와 음성인식 거치대, 각 침실의 '빌트인(내장)' 스피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음성인식스피커를 사서 전원과 인터넷에 연결해야 했지만 보이스홈은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음성인식 스피커를 빌트인으로 설치했다. 더는 집안에 돌출된 스피커 기기가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내장된 장치로 음성인식 기능은 한층 향상됐다.

음성인식 기기에 '하이, 알라딘'이라는 호출 명령어를 건네면 가전기기들이 작동된다. 통상 호출 명령어는 일상어와의 구분을 위해 보통은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다. 가령 입주민이 집안 어디에서든 "하이 알라딘, 안방 불 꺼줘"라고 명령할 경우 조명 조작이 가능하다. 또 미세먼지 농도나 날씨 등 생활 정보를 묻거나 '기상 모드' 등을 설정하면 특정 시간에 자동으로 창호와 조명 등이 자동으로 조작되게 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능은 입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기술"이라면서 "하이오티와 보이스홈을 효율적으로 연동해 미래형 스마트홈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스마트홈 구축 지원에 나서면서 향후 관련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국내 '지능형(AI) 홈' 시장 규모를 4조3000억 원까지 성장시킨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선도적 '지능형 홈'의 모델·서비스 발굴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지능형 홈이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바꿀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듣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AI가 부동산 시장 분석…지역별 상승·하락 요인 파악한다

AI를 통한 부동산 시장 분석 모델도 개발되고 있다. 건설사가 AI 기술이 적용된 부동산 시장 분석 기술을 개발해 아파트 공급에 활용하기도 한다. 주택 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찾아내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AI 기반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 업체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달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AI모델을 개발하고 한국표준협회(KSA)의 'AI+ 인증'을 받았다. AI+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제표준에 근거해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포스코이앤씨의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은 매매가격과 매매수급동향 등의 지표를 데이터화해 시장 현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분석 모델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영향인자를 도출하고 사업성을 분석한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지역을 파악할뿐 아니라 적정 공급규모와 공급시기까지 도출하는 것이 골자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 지역의 부동산 정보를 활용해 시장 정보를 빠르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분석 결과를 통해 분양시장 전략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주택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AI 기반 부동산 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도 있다. 부동산 개발 수익 AI 솔루션 스타트업 '제너레잇'은 사업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사업성 검토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중견 건설사 신영과 호반 등을 고객·협력사로 두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업체다. 지난해에는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 선정위원회'가 꼽은 유망 스타트업 100개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너레잇은 건축 전 건물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고,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AI 솔루션을 통해 건물의 형태·크기·조망 등을 고려한 건축 디자인을 제시한다. 수많은 건물의 형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성을 조합해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또 지역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통해 해당 건축물의 분양가도 산출할 수 있다. 지역의 부동산 시장과 건축할 건물의 구조를 통해 개발수익을 예측하는 서비스다.

신봉재 제너레잇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국내의 주상복합, 오피스텔, 상가 등의 프로젝으를 수행하며 최소 3%에서 최대 25%까지의 분양·임대매출의 증가를 달성했다"면서 "미국 USC 기숙사 프로젝트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1만5000개의 대안을 기반으로 기존보다 임대수익을 8%, 수용 인원을 기존 752명에서 44명 증가시켰다"고 소개했다.

롯데건설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촬영해 이를 태블릿PC에서 확인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AI 분석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확인하는 크랙뷰어를 건설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롯데건설
롯데건설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촬영해 이를 태블릿PC에서 확인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AI 분석으로 콘크리트 균열을 확인하는 '크랙뷰어'를 건설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롯데건설

◆ "이 기둥에 콘트리트 균열 있어요"…AI가 검토하는 안전·시공품질

AI를 통해 시공품질을 개선하는 기술도 속속 구현되고 있다. 시각데이터를 통해 콘크리트 균열을 파악하거나 레미콘에서 나오는 시멘트의 품질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롯데건설은 AI 기반 시각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했다. 솔루션은 유디엔에스와 공동개발한 '크랙뷰어(Crack Viewer)', 지와이네트웍스와 공동개발한 '스테이지(Stage)' 등으로 구성됐다. 크랙뷰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콘크리트의 머리카락 굵기 만한 미세 균열까지 식별한다. 균열의 크기를 측정해 자동으로 균열 관리대장도 만들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균열을 확인하는 기존 방법 대비 사다리 작업을 줄일 수 있어 안전성도 높였다. 또 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거푸집 자국, 그림자 등을 균열로 인식하는 오류도 개선했다.

스테이지는 타워크레인이나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을 AI가 분석해 공사 진척도를 자동 산출하는 기술이다. 이미지 상의 거푸집과 철근 등 객체 분석을 통해 공사단계를 유추하고, 그에 맞는 색상으로 표현함으로써 한눈에 공사 진행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에서 근로자 수를 확인해 공사 진척도와 함께 분석해 층별 생산성도 산출할 수 있다. 향후 작업의 예상 소요기간을 예측하고 인원 투입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공기도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오랜 기술 안전관리 경험과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 기술의 자체 개발을 접목한 해당 기술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각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공사 속도를 높이고 현장의 안전관리와 시공품질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지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업무 자동화 기술 개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 AI 기반의 현장관리 솔루션인 '디비전(D.Vision)'을 적용해 시공 오류를 예방하고 있다. 디비전은 자율주행에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과 사각지대가 없는 '360도 카메라'를 접목한 솔루션이다. 먼저 카메라가 세대마다 공정별 사진을 촬영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한 세대를 촬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가량이다. 이어 AI가 촬영된 사진을 기반으로 기존 BIM(빌딩정보모델링) 정보와 자동 비교 분석을 통해 설계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선별한다.

솔루션을 통해 작업의 진행 현황을 명확하게 추적하고, 인력 투입을 줄여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이상영 DL이앤씨 주택BIM팀 팀장은 "건설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개발·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가 장비협착방지시스템이 적용된 지게차를 설명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AI 영상인식을 기반으로 사물과 사람을 구분해 협착방지음을 울린다. /더팩트 DB
현대건설 관계자가 '장비협착방지시스템'이 적용된 지게차를 설명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AI 영상인식을 기반으로 사물과 사람을 구분해 협착방지음을 울린다. /더팩트 DB

현대건설은 '레미콘 품질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고 건설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레미콘의 품질과 안전성을 검토하는 기능을 갖췄다. 우선 카메라가 레미콘 차량에서 나오는 레미콘을 촬영하면 AI가 이미 학습한 이미지와 비교, 분석해 재료분리 등 불량 여부를 파악한다. 불량으로 판정되면 AI가 자동으로 알림을 울리고 콘크리트 타설을 중단시킨다.

아울러 회사는 '콘크리트 균열진단 알고리즘'을 마련했다. 타설한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하면 균열의 부위·위치, 양상, 발생 시기, 타설 정보 등을 도출해 AI가 원인을 분석한다. 또 균열에 대한 재발방지와 보수방안 등을 포함한 대책 보고서도 제공해 준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AI 기술도 접목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AI를 활용한 '장비협착방지시스템'을 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기존 장비협착방지시스템으로 쓰이는 초음파 방식의 단점을 개선한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다. 기존 초음파 방식은 사람과 사물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작업시간동안 지속해서 불필요한 알람이 발생해 현장에서 활용성이 낮았다. 그러나 AI 영상인식 기반 장비협착 방지시스템은 중장비의 주된 사각지대인 측후방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AI가 분석해 사물과 사람을 구분하고, 중장비에 사람이 접근했을 때만 알람을 제공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우리회사는 지난 2018년 기술연구원 내 빅데이터와 AI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적용 중인 다양한 AI 접목 기술이 효율성과 안전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건설현장에 적합한 양질의 데이터와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건설 기술 개발에 점차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분석 능력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에 건설업계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영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 자동화, 안전관리, 시공품질 향상 등 건설현장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최근 생성형AI가 등장하면서 건물의 목적성과 부지 조건, 예산 등을 고려해 새로운 설계를 제공하는 기술, 혹은 근로자의 연령대, 날씨, 시공 단계 등을 반영한 과거의 안전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사고와 예방 방법을 도출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위원은 "AI는 기존에 확보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사고를 예측하는 기술인 만큼, 데이터 축적이 중요한 요소"라면서 "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주체가 사고의 주체이기도 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고 발생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고 사례를 기록해야 하므로 이를 위한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사회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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