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자금조달 3276억 원 달해
조달자금 대부분 박 대표·임직원 보수로 지출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전일보다 5.44%(270원) 오른 5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고점(3만8483원)보다 86.40% 하락한 주가다. /진원생명과학 |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백신 개발업체 진원생명과학이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을 연례행사 수준으로 지속하는 와중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회사는 앞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주가가 2000% 넘게 오르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조달한 자금이 대부분 대표와 임직원 보수로 지출되고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이 나오고 있다.
◆ 820억 원 '또' 조달...성과 없는 대규모 자금 조달 '수 차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전일보다 5.44%(270원) 오른 5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고점(3만8483원)보다 86.40% 하락한 주가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달 들어 꾸준히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앞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700% 넘게 주가가 치솟으며 주목받았다. 당시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 개발사로 기대를 모으며 2020년 1337원이었던 주가는 1년 7개월 후(2021년 7월 8일) 3만8483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회복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상증자 등 매년 자금조달을 이어가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나 호재가 잠잠한 상황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16일 발행주식총수(7775만1599주)의 28.37%인 2200만 주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며 발행가액(3720원) 기준 818억 원 규모다. 구주주 대상 청약은 오는 7월 7일부터며 실권주는 10~11일 일반공모를 통해 발행한다.
회사는 지난 4년 동안 24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또다시 운영자금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나섰다. 2020년 1월 198억 원의 유상증자 이후 지난해 4월까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발행 등을 통해 2457억 원을 조달했다. 이번 유증까지 더하면 총 3276억 원으로 회사 시가총액(4051억 원, 23일 기준)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회사는 공시에서 이번 자금조달의 목적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등의 사용이라고 밝혔으나 파이프라인 개발 등 실제로 회사 가치 상승을 위한 투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코로나19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하겠다며 내건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1월 23일 회사는 공시를 통해 다음 해인 2022년 코로나19 DNA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 임상 3상 연구 승인 획득과 허가에 나서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먹는 치료제 개발 진행은 올 들어서도 정체 중이다.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027'은 임상 2상을 지난해 12월 종료한 뒤 결과를 분석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박영근 대표이사는 56억1300만 원의 보수를 받아갔다. 박 대표가 지난 2020년부터 받아간 급여는 164억2700만 원에 이른다. /진원생명과학 |
◆ 주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대표 주머니로...박 대표 지난해 56억 수령
특히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이 박영근 대표와 임직원 보수 등 운영비로 지출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 3276억 원 중 연구개발에 사용된 비용은 320억 원으로 정부보조금을 제외할 경우 254억 원에 그친다.
지난해 이사와 감사의 1인당 평균보수액은 16억6500만 원이었다. 작년에만 박영근 대표이사는 56억1300만 원을, 조병문 전무이사는 9억6700만 원의 보수를 받아갔다. 박 대표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받아간 급여가 164억2700만 원에 이른다.
진원생명과학이 지금처럼 성과 없는 자금조달을 이어나간다면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책 중 하나로 꼽히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발행은 시행할수록 주주가치가 희석된다.
진원생명과학의 한 종목 토론방에는 "15년 동안 사장 배만 채우고 주주 등골만 휘었다", "이 회사는 바이러스 관련 이벤트마다 백신개발한다고 홍보하고 유증을 반복하는 회사다. 매번 적자인데 유증으로 살아난다"며 성토하는 글 들이 올라오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상장 직후인 지난 2005년부터 18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401억1084만 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380억6217만 원으로 이 역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올해 1분기에는 1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지속으로 결손금은 1503억 원이 쌓였다. 다만,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4.14%로 재무상태는 타 제약바이오 기업 대비 우량한 편이다. 매년 자금조달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 개발 계획과 주가 부양책 등에 대한 입장으로 "회사는 공격적으로 자금조달을 하고 이는 결국 CDMO(위탁개발생산)사업에 투자하기 위함이다"며 "그 사업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주주들이 생각하는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감염병에 대해 꾸준히 백신을 개발 중이므로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신규 공장이 휴스턴에 건설됐는데 관련 부문 실적 개선 시 회사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며 "살인진드기 약 개발도 조만간 임상에 진입하려고 하며, 최근 미국 위스타연구소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연구에도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