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투자 유치로 건전성 확보
3분기 누계 EBITDA 2000억 원
"초기 투자비용 영향…성장성 기대"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사명변경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한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체질전환에 나섰던 SK에코플랜트가 새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챙기지 못해 어깨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사업에 발을 내딛으며 초기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몸값 10조 원 목표와 함께 내년 앞두고 있는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5월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기존 건설 중심의 사업에서 환경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했다. 같은 해 9월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M&A(인수‧합병)를 담당했던 박경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문제는 아쉬운 수치다. 사명변경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한 후 SK에코플랜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에코플랜트 실적을 보면 회사의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계 매출은 4조89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1284억 원보다 17.2% 감소했다. SK건설 시절인 2020년의 3분기 누계 매출 5조6115억 원과 비교하면 24.3% 줄어든 실적이다.
기존 플랜트 사업부문이 별도 회사로 독립하며 회계상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기존 플랜트 사업부문이 SK에코엔지니어링으로 물적 분할하며 회계상 변화가 있었다"며 "이를 고려한 작년 3분기 누계 매출 4조5904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이 6.6%가량 성장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2월 기존 플랜트 사업부문을 SK에코엔지니어링으로 떼어냈다. 이에 지난해까지 회계에 포함됐던 플랜트 사업부문의 실적이 올해부터는 제외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반영해도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회사는 올해 3분기 누계 169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실적에서 SK에코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을 소급 제외한 2314억 원보다도 27% 뒷걸음질 친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감소세다. 지난 2019년 3158억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20년 1745억 원, 지난해 1160억 원으로 2년 만에 3분의 1이 됐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2000억 원대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이 4분기 손실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자회사가 일부 사업부문을 처분하면서 회계상 이익이 발생해 3분기 누계 당기순이익은 늘었다. 같은 기간 SK에코플랜트의 당기순이익은 7111억 원으로 전년의 두배가 됐다. 연결기업 K-솔루션스와 SK티엔에스의 중단영업이익이 6020억 원 발생했다. 이를 제외하면 회사의 올해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1091억 원이다.
체질전환 이후 1년 넘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환경과 에너지 사업부문의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환경 사업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121억 원에서 57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에너지 사업부문 역시 지난해 120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1억 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는 회사닥 환경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며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환경과 에너지 사업 전환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AI(인공지능)와 디지털전환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새로운 솔루션을 마련하면서 구축비와 용역비 등이 판관비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올해 2월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에서 테스의 최대주주인 나비스 캐피탈 파트너스의 로드니 뮤즈 매니징 파트너와 테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 |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소 연료전지 수주 물량이 반영되고, 싱가포르 테스에 이어 삼강엠앤티의 인수 절차도 마무리돼 자회사 실적에 본격 반영되고 있어 향후 실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이 늘며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1분기 462억 원, 2분기 527억 원에 이어 3분기 703억 원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사업 모델 전환으로 1분기 10% 수준이던 환경과 에너지 사업의 매출 비중을 3분기 약 17%까지 끌어올렸고, 향후 연간 20% 이상까지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사업에서 수익성을 챙기지 못하며 기업가치(EV) 10조 원이라는 목표치에도 먹구름이 꼈다. EV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회사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8500억 원 수준이다. EBITDA에 업계별 배수를 곱해 EV를 산정하는데, 회사는 이 배수를 11~12배 수준으로 가늠하고 있다. 8000억 원대 EBITDA에 12배를 하면 10조 원 EV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목표 EBITDA 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상각비 외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이익이 줄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연결 EBITDA는 1421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EBITDA를 산출하면 2056억 원이다. 4분기 영업이익이 반영되면 지난해보다는 EBITDA가 늘겠지만, 목표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잇따른 투자 유치로 재무건전성 개선에 성공한 점은 희망적이다. 폐기물, 에너지, 환경업체 등을 대거 인수하며 부채는 늘었지만 부채비율은 대폭 줄였다. 3분기 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총계는 9조5553억 원으로 작년 말 6조9008억 원보다 2조 원 넘게 늘었다.
대부분의 부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사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업체 테스와 에너지 사업 기업 삼강엠앤티 등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고, 지난해부터 환경관련 업체를 10여 개 이상 끌어 모았다. 현재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하거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회사의 회계에 포함된 연결회사는 101개로, 작년 37개에서 2배 넘게 불어났다.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빚이 늘었지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을 키웠다. 올해 6월 4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한 데 이어 7월에도 600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했다. 이로써 3분기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263.5%로 지난해 말 572.9%에서 300%포인트 이상 축소됐다.
회사는 내년을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내년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며, 구체적인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께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재무안정성 개선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환경과 에너지 사업의 이익 창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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