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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동빈 롯데 회장, 국감 증인 관련 '수십억' 협박 시달려
입력: 2019.10.01 14:25 / 수정: 2019.10.01 16:26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롯데푸드가 갑질을 했다며 민원을 넣은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 대표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국정감사 증인 신청 이후 롯데 측에 수십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더팩트 DB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롯데푸드가 갑질을 했다'며 민원을 넣은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 대표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국정감사 증인 신청 이후 롯데 측에 수십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더팩트 DB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 일반증인 채택

[더팩트 | 서재근·이성락 기자]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기업인 압박 수단인가. 기업인에 대한 국회 국감 증인 채택이 정·재계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 채택 과정에서 수십억대 합의금을 요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재계 총수들이 국감을 빌미로 한 무리한 증인 신청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사례여서 파문이 예상된다.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 대표 전 모 씨는 '롯데푸드가 갑질을 했다'며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지역구 충남 아산)에게 민원을 넣은 뒤 이 의원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자 곧바로 롯데 측에 수십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1일 확인됐다. 전 씨는 지난달 23일 롯데푸드 측에 수십억 원의 추가 합의금과 자신의 채무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이 의원이 신 회장을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이에 대해 이 의원 역시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 씨가 수십억 원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롯데 측에서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신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실제로 진행했다. 증인 채택 이후 이 의원은 <더팩트> 취재진에 "수십 억이 너무 많으면 적당한 선으로 합의하고 갈등을 끝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전 씨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보건위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된 배경과 관련해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보건위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된 배경과 관련해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7억 원 합의금의 5배 훌쩍 넘는다" 무리한 요구 어떻게 가능했나

전 씨가 롯데푸드에 수십억 원 규모에 달하는 합의금을 요구한 시점은 불과 일주일여 전이지만, 이 사건의 시작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계 안팎에서는 오랜 기간 이어진 갈등 속에서 이미 7억 원의 합의금을 챙긴 전 씨가 롯데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또다시 문제를 제기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세워졌던 후로즌델리는 지난 2004년부터 롯데푸드에 빙과 제품인 '뉴팥빙수꽁꽁'을 만들어 납품해왔다. 양사 간 갈등이 불거진 시점은 6년 후인 2010년으로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 취득을 요구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2010년까지 매출 1억 원 이상, 종업원 수 6인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HACCP 설비 인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당시 롯데푸드에 연간 기준 40억 원 규모의 제품을 납품한 후로즌델리도 해당 기준에 포함됐다.

그러나 후로즌델리는 롯데푸드 측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롯데푸드는 납품 계약을 해지했다. 이때 후로즌델리가 만든 제품에서 식중독균의 일종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후 후로즌델리는 지난 2013년 롯데푸드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당해 피해를 봤다며 신 회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다음 해인 2014년 이 의원은 김용수 롯데푸드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롯데는 국감에서 질타를 받자 후로즌델리와 합의를 추진했다. 합의 내용은 롯데푸드가 후로즌델리 대표 전 씨에게 7억 원의 합의금을 주고, 이후 전 씨가 소유한 회사가 품질과 가격 기준을 충족하면 거래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합의금을 챙긴 이후에도 전 씨는 롯데 측이 '거래 재개'에 대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정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 씨는 식용유를 만드는 원유와 분유 종이박스 납품을 제안했지만, 롯데 측이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줄 수 없고 무리한 조건을 들어주면 배임의 우려가 있다"며 거절하자 이번엔 거액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영세업자인 전 씨가 이미 합의금을 받은 상태에서 재계 5위 그룹을 상대로 거액의 추가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의원의 역할이 컸다. 이 의원이 이 문제를 이유로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롯데가 느끼는 압박감이 점점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 회장은 이 의원의 요청으로 복지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7일 출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 씨는 롯데가 압박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행위를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롯데 측에 신 회장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경우 지난 2016년 신 회장의 국정조사 청문회 내용과 2018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감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질의 내용을 담은 방송을 선거 유세 차량을 통해 틀고 다니겠다고 롯데푸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전 씨를 이 의원은 각별하게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올해에만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에게 수십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또 직접 전 씨와 롯데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양측 사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롯데 측에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대다수 민원을 보좌진에게 시키지 않고 이렇게 직접 잘 챙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의원은 "민원 때문에 (전 씨가) 자주 찾아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친해진 건 맞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 민원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며 "롯데 측에 계속 이야기를 한 것도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권유' 또는 '촉구' 차원이었다. 절대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 씨가 롯데 측에 수십억 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원래 7억 원으로 합의를 봤는데, 추가로 달라고 할 때 수십억 원은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전 씨에게도 전달했다"며 "전 씨가 롯데푸드와의 갈등 이후 굉장히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피해액과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됐다. /더팩트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됐다. /더팩트 DB

◆ "유권자를 어떻게 이기느냐" 민원 해결용 국감 소환 사실상 인정

이 의원이 "전 씨와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이미 재계 안팎에서는 "개별 계열사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불거진 문제에 관해 해당 계열사 대표도 아닌 그룹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지역구 민원 들어주기'를 위한 압박이자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중대 사안이 아닌 일로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씨는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 의원에 롯데푸드 건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그때마다 이 의원은 롯데 측에 "롯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4월 전 씨가 건강상 이유로 충남 소재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병원을 직접 찾아 전 씨와 민원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이 의원은 국감 시즌이 다가오자 롯데푸드에 "국감 전에 (전 씨와) 합의하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 씨가 갑질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지역구 의원으로서 민원 대응은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가 후로즌델리를 상대로 다시 납품을 하면 받아주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음에도 납품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후로즌델리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선출직은 결국 유권자를 이기지 못한다. 민원을 들고 찾아오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씨가 납품을 요구하는 제품이 HACCP 설비 인증 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롯데푸드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제품 품질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 이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양측 간 주장의 시비를 따져 물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신 회장이 이전 청문회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동빈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배경과 관련해 신 회장이 이전 청문회에서 (롯데푸드 갑질 의혹)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동빈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배경과 관련해 "신 회장이 이전 청문회에서 (롯데푸드 갑질 의혹)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음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그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팩트 DB

◆ 롯데 "특정 업체에 특혜 제공하는 것 자체가 배임이고 불법"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는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측은 "특정 업체 또는 특정인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 소지가 있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 수가 너무 많은데 이들 업체보다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제품을 납품해 달라는 (전 씨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전 씨가 소유한 회사가 품질과 가격 기준을 충족하면 거래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기존 합의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비용을 들여서 제품 검증도 되지 않은 특정 업체의 물품을 납품받는 것 자체가 배임에 해당한다"며 "합의 이후 제기된 원유·종이박스 납품 업체도 후로즌델리가 아니고, 전 씨 소유 회사도 아니라 합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노골적으로 그룹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 이야기를 꺼내 들면서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데 어떤 기업에서 이를 '압박'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특정 계열사의 개별 사안에 관해 민원이 발생했다면, 해당 회사 실무진이나 계열사 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으면 된다. 지역구 표심잡기에 대기업이 희생양이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번 갈등과 관련한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전 씨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likehyo85@tf.co.kr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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