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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살벌 'H&M-발망 대란'…결과는 '리셀러' 대박
입력: 2015.11.06 11:20 / 수정: 2015.11.06 11:20
5일 오전 8시께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H&M 눈스퀘어점에서 발망-H&M 컬렉션을 판매, 속칭 발망 대란이 일어났다. 1그룹으로 들어갔던 소비자들은 황급히 나오며 살벌한 내부 상황과 리셀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민지 기자
5일 오전 8시께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H&M 눈스퀘어점에서 발망-H&M 컬렉션을 판매, 속칭 '발망 대란'이 일어났다. 1그룹으로 들어갔던 소비자들은 황급히 나오며 살벌한 내부 상황과 리셀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민지 기자

'발망 대란' 그 후, 웃돈 2~3배 높여 파는 리셀러

[더팩트 ㅣ 명동=서민지 기자] "5일 이상 기다리면 웬만한 사람 월급 배로 벌 걸요?"

발망-H&M 컬렉션 판매가 종료되면서 '7일간의 노숙' 또한 끝났다. 노숙까지 하면서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진이 이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자 한 고객이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판매가 끝나고 난 뒤 인터넷상에는 기존가에 '웃돈'을 얹어 파는 '리셀러'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5일 오전 8시께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H&M 눈스퀘어점에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과 고급 의류 브랜드 발망이 협업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께 350명 가량의 인원이 그룹당 30명씩 묶여 번호표 팔찌를 받았고, 7시 40분께 5그룹까지 매장에 들어가 대기했다. 한 그룹당 10분의 쇼핑 시간이 주어졌고, 물건 구매가 끝나면 5분간 휴식을 취하며 직원들은 매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6그룹부터는 입장 시간 20분 전에만 오면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은 대기 시간 동안 근처 카페 등 건물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7일간의 노숙', 알고 보니 리셀러 때문?

노숙까지 감행한 소비자 중 다수가 리셀러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숙까지 감행한 소비자 중 다수가 '리셀러'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랜 기다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친 내색 없이 즐거워 보였다. 5년째 H&M 협업 제품을 구매하러 온다는 권모(26·여) 씨는 역시 구매를 앞두고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5일 동안 기다리고 있다는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전혀 힘든 게 없다. 오히려 재밌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2~3일 정도만 일찍 와도 여유롭게 선두 그룹에 포함돼 10번대 순번을 유지했다"며 "올해는 5일 전에 왔는데도 40번대 번호를 받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H&M 관계자 역시 "역대 콜라보 중 장기간 노숙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 세계 어느 H&M 매장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쇼핑을 마치고 난 뒤 나온 구매자들의 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
쇼핑을 마치고 난 뒤 나온 구매자들의 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

'저가', '희소성' 등을 감안해도 7일간의 노숙은 적잖은 궁금증을 유발했다. 몇몇 고객들은 이에 대해 리셀러들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다는 김담수(25) 씨는 이날 1그룹 쇼핑을 마치고 급히 나왔다.

28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는 그는 "사려고 했던 제품 중 절반 정도밖에 구매하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금방 가져가 물건이 금방 빠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오래 기다린 앞줄 사람들의 대부분은 리셀러다. 한정판 제품을 구매해 기존가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가 많다"며 "5일 정도 기다리고 웬만한 사람 월급의 몇 배까지 벌 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 있는 한정판 제품은 기존가에서 3~4배 정도 뛰어 판매되지만,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내부 상황에 대해서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빨리 나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찍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나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앞 그룹 구매자들은 한 손에 쇼핑백 4~5개를 드는 등 유독 대량 구매를 하고 있었다.

◆판매 종료 후, 제품 가격 2~3배 폭등

한 포털 사이트 카페에 발망이라 검색하니 35분 동안 약 30개의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 카페에 '발망'이라 검색하니 35분 동안 약 30개의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망 대란'이 끝난 후 인터넷상에는 제품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는 '리셀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개인 거래 마켓 카페를 들어가 봤다. 이곳에 '발망'이라고 검색했더니 수많은 게시글이 쏟아졌다. 약 35분 동안 30개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제품은 기본가에서 2배 가까이 웃돈을 얹어 판매되고 있다. 4만 9000원이던 티셔츠는 9만 원에 여성 드레스(9만 9000원→17만 원), 퍼 재킷(15만 9000원→25만 원), 실크 재킷(11만 9000원→21만 9000원), 남성 바지(34만 원→50만 원) 등도 가격이 부풀려 책정돼 있다.

심지어 발망 제품 중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바지 '레더 바이커진'의 경우 4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기존가 11만 9000원이던 이 바지는 리셀러들을 통해 구매할 시 47만 원에 달한다.

한 고객에 따르면 '리셀러' 다수가 자리한 앞줄은 15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의 구매의사를 보였다. 평균적으로 가격을 2배 높여 판매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리셀러들은 적어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가까이 이익을 얻게 된다.

리셀러들은 '7일간의 노숙'으로 직장인들의 월급 3~4배까지 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회원도 적지 않다. 카페를 이용하는 한 회원은 "불필요한 사람들은 사재기하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웃돈 주고 구매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카페 내에서 H&M-발망 상품 판매금지, H&M 중고가 거래 외에 웃돈 판매금지 등을 건의했다.

H&M 관계자는 "매년 한정판 제품을 팔고 나면 웃돈을 얹어 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도 우리 고객이라 사측에서 따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다리며 쌓은 친분, 내부서 '산산조각'

구매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앞다퉈 매장에 들어왔다.
구매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앞다퉈 매장에 들어왔다.

리셀러뿐만 아니라 매장 안의 살벌한 분위기 또한 소비자들의 불만족을 높였다.

며칠간의 동고동락으로 대기자들은 저절로 친분을 쌓게 됐다. 매장에 입장하기 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서로의 짐을 챙겨주기도 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도 다툼이나 잡음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기자들의 안전을 관리하던 H&M 경호원은 "사고나 특이 사항은 전혀 없었다. 조용하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전날 방문했을 당시에도 대기자들은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하기보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격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 중 식사나 휴식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울 때 물건을 봐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쇼핑을 끝내고 나온 소비자들은 저마다 내부에 벌어진 소동에 대해 전했다.

웹 디자이너라고 밝힌 엄유진(25·여) 씨는 H&M-발망 컬렉션 구매를 위해 회사 휴가까지 내고 지난달 31일부터 기다려왔다. "가장 비싼 제품은 뭔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재킷"이라며 쇼핑백에서 꺼내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판매하고 있던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이라는 이 재킷의 가격은 53만 9000원이다. 발망 재킷이 적어도 2~300만원, 자수가 들어간 건 500만 원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 탓에 쫓기듯이 나왔다. 엄 씨는 "원하는 제품을 사지 못했다고 직원에게 욕하고, 화내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직원들이 불쌍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간 다툼도 있었다. 원하는 제품을 서로 가져겠다고 서로 욕을 하는가 하면 멱살까지 잡고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룹별 쇼핑이 끝나면 인기 제품이 있던 공간은 텅텅 비었다.
그룹별 쇼핑이 끝나면 인기 제품이 있던 공간은 텅텅 비었다.

H&M 관계자에 따르면 1, 2그룹 쇼핑 때 다툼과 고객 항의가 일부 있었다. 한정 수량 아이템을 두고 경쟁하는가 하면 과격해진 상황에 안전상의 이유로 제품을 리필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3번째 그룹 이후로는 진정돼 안정적인 쇼핑이 이뤄졌다.

발망-H&M 컬렉션은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 롯데잠실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 4개 매장에서 판매됐다. 롯데잠실점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 여성 제품만 판매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H&M은 여성용 의류 44종을 비롯해 여성 악세서리 25종, 남성용 의류 31종, 악세서리 9종 등을 발망과 협업해 구성했다.

발망 제품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티셔츠와 청바지는 한 장에 수백만 원, 재킷은 천만 원대를 호가하지만 H&M과 발망의 협업으로 제품의 가격은 약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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