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에 대한 촘촘한 지원
젊은 국가대표의 일탈, 문제는 기득권 국가대표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지난 10월 16일 고 김진석 소방위는 퇴근을 10분 앞두고, 경기도 부천의 화재현장으로 출동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2주 뒤 아내, 7살 외동딸과 함께 새집으로 이사할 예정이었죠. "아빠는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다. 아빠가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걸 알고 있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19일 영결식 때 딸의 편지가 공개됐고,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김 소방위처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은 국가유공자로 지정됩니다.
#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체육계에도 국가유공자와 꼭 닮은 제도가 있습니다. 일명 ‘대한민국 체육유공자법’입니다. 자칫 헷갈릴 수 있는데 1973년부터 시행돼온 ‘체육발전유공자’와는 다릅니다. 후자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올림픽,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등 체육발전에 헌신한 인물에게 국가 차원의 명예를 부여하고, 연금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최근 이슈가 된 ‘아파트 특별공급’도 포함돼 있지요. 반면 체육유공자는 국가대표 선수나 지도자가 국제대회 참가를 위한 경기나 훈련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중증장애를 입은 경우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와 보상을 합니다.
# 체육유공자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체육인 출신인 이에리사 국회의원이 오랜 시간 관계 부처를 설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끝에 2013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2015년 11월 4명의 1호 체육유공자(승마 김형철, 레슬링 김의곤, 양궁 신현종, 체조 김소영)가 선정됐고, 이후 3명(2016년 빙상 노진규, 2018년 축구 이광종, 2025년 육상 오창석)이 추가됐습니다.
총 7명 중 장애유공자는 김소영(현 대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1명뿐이고, 6명은 사망유공자입니다. 사고 당시 선수는 김형철, 김소영, 노진규 3명이고, 지도자는 4명입니다. 김소영 및 유가족에게는 연금, 간호수당, 의료지원, 요양지원, 교육지원 등 다양한 항목으로 2025년까지 총 12억4,000여만 원이 지급됐습니다(유가족 평균 연간 1,500만 원, 김소영 5,400만 원). 어렵게 만들어진 참 좋은 제도입니다.

# 대한민국은 이제 국가대표 선수에게 아주 좋은 나라가 됐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면 국가가 포상합니다. 남자의 경우 병역혜택까지 주어집니다. 소속팀, 경기단체 등의 포상, 그리고 호성적 이후 따라오는 높은 인기 및 고소득과는 별도로 말입니다. 심지어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경우 국가유공자급 처우를 받습니다. 모든 운동선수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국가대표에게만 주어진 혜택입니다. 운동을 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가대표 운동선수는 군인 경찰 소방관만큼 생명을 걸 정도로 위험에 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에 준할 정도로 국가대표를 예우합니다. 그만큼 국가대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죠.
# 따지고 보면, 과학기술, 문화예술, 경제, 국방 등 다른 분야도 국가대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만큼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든든하게 지원을 하는 분야는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대표선수촌을 운영합니다. 국가대표에게는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가 모두 무료입니다. 국가대표의 훈련 및 대회출전 비용은 모두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경기단체가 지불합니다. 또 그들이 해당종목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는 과정에도 국가와 사회의 직간접적 지원이 큰 역할을 합니다. 보통 ‘국가대표’ 하면 대부분 체육인으로 인식될 정도로 국가대표 지원 시스템은 촘촘하고 견고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체육이 선도적으로 국위선양을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최근 국정감사 이슈로도 등장했는데, 2026 아시안게임에서 남자축구 4연패를 달성한 선수들 중 일부가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을 저질렀습니다. ‘딴 건 모르겠고, 군면제를 받게 돼 기쁘다’는 겁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그들의 언행 때문에 50년이 넘는 병역특례제도는 축소를 거쳐 폐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축구 성인 대표팀에서는 주요선수들 간의 갈등이 외부로 흘러나왔고, 일부는 국가대표 은퇴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박문성 축구해설위원은 ‘국가대표 자리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 어린 국가대표들의 철없는 행동이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또 이를 빌미로 어렵게 마련한 국가대표에 대한 후한 처우를 애써 줄일 필요도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 혜택을 다른 분야로 넓히는 것이 보다 좋은 사회로 발전하는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어린 선수들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거울입니다. 우리 체육계에는 우월감에 도취된 오만한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들이 제법 있습니다.
부와 명예, 특별대우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메달 권력'을 바탕으로 사익을 위해 규정을 위반하고 힘없는 이들을 억누르기도 합니다. 평소 언행에 문제가 있고, 사생활이 엉망인 경우도 있습니다. 결코 존경받지 못하는 삶이죠. 이런 일부 ‘기득권 국가대표’들이 체육단체 임원이나 지도자로 일하고 있으니 못된 이데올로기가 일상에서 아래로 퍼지는 겁니다.
# 메달리스트는 특정 종목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을 뿐입니다. 그만큼만 인정받고, 사회가 주는 혜택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 합니다. 또 혜택만큼 태극마크의 품위를 지키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야 합니다. 특히 타인을 배려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국가대표 현역선수들에 대한 소양교육도 필요하겠지만, 기득권 국가대표에 대한 교육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혹시라도 이들이 도를 넘은 행동을 할 경우, 체육계 내부에서부터 따끔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이기적 행태가 오히려 해당종목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스포츠윤리센터 등 다양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또 체육계 내부 사정에 어두워 인지도만 보고, 능력에 상관없이 그들을 중용하는 위정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대표의 가치가 진정으로 존중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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