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실점' 모레노의 다음 수, 베네수엘라전에서 무엇이 달라질까 [최순호의 축구세상]
  • 최순호 전 국가대표
  • 입력: 2026.10.01 09:48 / 수정: 2026.10.01 09:48
같은 포메이션, 달라져야 할 움직임…공간·수적 균형·패스 타이밍이 시험대에 오른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9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9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로베르토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 대표팀 임시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에콰도르전 3-0 승리와 우루과이전 1-4 패배. 두 경기의 결과만 보면 한국 축구는 불과 나흘 사이에 기대와 실망을 오갔다. 하지만 지도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점수판 뒤에서 살펴야 할 대목이 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시도한 전술의 변화다.

우루과이전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포메이션 자체보다 그 안에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역할을 바꾸려는 선택이었다. 같은 대형으로 출발해도 누가 전진하고 누가 뒤를 받치는지, 어느 위치에서 공을 받고 어디로 상대를 유인하는지에 따라 축구는 달라진다. 포메이션이 집의 골격이라면 전술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생활하는 방식이다.

이 선택에 현실적인 판단과 미래를 향한 고민이 함께 담겼다고 본다. 임시 감독에게는 익숙한 방식으로 당장의 결과를 확보하는 편이 부담이 적다. 그럼에도 다른 움직임을 요구했다는 것은 선수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더 익혀야 하는지 확인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물론 의도가 좋다고 경기 내용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전에서는 공간을 쉽게 내주고, 공 주변에서 수적 열세에 놓이는 장면이 나타났다. 동료가 움직이는 순간과 패스를 내주는 순간이 어긋나 공격이 끊기기도 했다. 실험의 가치는 실패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서 무엇을 고쳤는지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9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9월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축구를 만드는 토대는 공간, 숫자, 타이밍이다. 빈 공간을 먼저 활용하고, 동료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공간을 열어야 한다. 공이 있는 쪽에서는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적 우위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움직임과 패스의 시점이 맞아야 비로소 공격이 이어진다.

한 선수가 앞으로 나가면 다른 선수는 그 뒤를 채워야 한다.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선수가 있으면 누군가는 상대 수비 뒤로 뛰어야 한다. 모두 공 쪽으로 모이면 공간이 사라지고, 모두 전진하면 공을 잃었을 때 방어할 힘이 없어진다. 전술은 이 관계를 함께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 선수들의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해외 무대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도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개인 기술의 향상이 곧 팀 전술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좋은 패스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언제, 누구에게 그 패스를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은 함께 길러야 한다.

지도자 생활을 돌아보면 가장 어려웠던 일도 선수들에게 이러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전술판에 선을 긋는 것은 쉽지만, 선수들이 경기 속에서 같은 상황을 읽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유소년 때부터 ‘어떻게 공을 다루는가’와 함께 ‘왜 그곳으로 움직이는가’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2일 베네수엘라전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도 그 변화다. 전진하는 동료 뒤를 받치는 움직임, 공 주변의 지원, 한 박자 빨라진 패스가 얼마나 연결되는지 살펴보고 싶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로워지려면 어제의 부족함을 오늘의 배움으로 바꿔야 한다. 우수한 기술과 해외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 현대 축구를 구현하려는 감독의 시도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자산을 하나의 경기로 묶는 공통의 이해다. 전술은 감독이 지시하는 모양을 넘어,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만들어가는 힘이어야 한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