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탁의 인사이트] 시진핑의 ’투키디데스 함정‘ 수사학, 왜 이번엔 확답일까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6.09.27 00:00 / 수정: 2026.09.27 00:00
지난 5월 ’극복할 수 있을까‘에서 4개월 만에 ’극복할 수 있다‘로 단정
’중화민족의 부흥과 MAGA 공존‘ 강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중앙)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문서보관소 박물관에서 양 국 영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중앙)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립문서보관소 박물관에서 양 국 영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은 극복할 수 있다."

세계인의 관심 속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식 연설에서 한 이 말은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충돌하지 않고 대결하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면서 "두 강대국이 옳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필자도 여러번 소개했듯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2017년 출간한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패권경쟁에 돌입한 미중관계를 조명한 분석틀이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의 역사에서 일어난 16차례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를 살펴봤는데, 12차례는 전면전으로 이어졌지만 4차례는 전쟁이 아닌 공존이 실현됐다고 서술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자문자답이다. 지난 5월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성사된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중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졌었다. 그러니까 4개월 만에 스스로 던진 질문에 ’극복할 수 있다‘는 단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 주석으로 하여금 ’확언‘을 할 만한 자신감을 부여했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최강 미국의 국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현실을 목도한 베이징의 기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이란 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덕이는 미국이 지난 5월 이후 이어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매달리는 모습에서 시 주석에 힘이 쏠린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미중 관계라는 큰 배를 안정적으로 멀리 인도하고 싶다"고 말한 시 주석을 보면서 지난 2013년 6월 갓 주석에 오른 직후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런데 다시 10여년 만에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도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광활한 대양과 엄청난 거리, 수많은 차이를 넘어 양국 국민을 연결했다"고 화답했다. 더 나아가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미중 양국이 "동맹이 되기도 했다"면서 "우리 국민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함께 일한 것처럼 시 주석과 나는 양국의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했다.

탄력이 붙은 시 주석은 미중 경제협력 문제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문은 언제나 미국 기업에 활짝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미래를 좌우할 인공지능(AI) 이슈에 대해서도 "AI를 선한 방향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함께 다하자는 화법을 구사한 셈이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장담처럼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앨리슨이 분석한 사례중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은 영국과 미국의 관계는 문화적 동질성과 이념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례였다. 미국과 소련처럼 동서 냉전 시절에는 대리전으로 긴장을 우회활 완충지대가 존재했었지만 미중 양국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던져야할 질문은 분명해진다. 시 주석이 반복해서 소환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로운 대국관계의 답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충돌을 잠시 유예하는 수사학에 그칠 것인가이다. 냉철하게 볼 때 미중 관계를 엮고 있는 구조적 갈등 요인은 조금도 해소되지 못했다. 관세 휴전이 두달 연장된 것은 잠시 안도감을 줄 뿐 내년 1월10일이 지나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결국 현재의 미중 관계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메운 것이 아니라 그 위에 한 겹의 임시다리를 놓은 것이 가깝다. 그래서 향후 미중관계는 당분한 화려한 수사학 만큼이나 애매한 균형 위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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