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상봉 시한 한계, 북한 지도자가 나서야

추석 명절, 반가운 가족을 만난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사이에 가장 소중한 삶의 버팀목이 된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된다. 그렇지만 그리운 가족 상봉의 한을 품은 이산가족들은 23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산가족의 날'(매해 추석 전전날)을 맞이할 뿐이다.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매월 수백 명의 고령 상봉 신청자가 사망하는 가운데 상봉의 시간을 재촉하고 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통일부 남북이산가족교류현황의 지난달 이산가족신청자료에 따르면 1988년부터 현재까지 3촌 이상 신청자는 13만 4843명이다. 이 중 현재 생존자는 3만 2948명에 불과하다. 90세 이상 고령자는 1만 1007명으로 전체의 33.4%이며, 10명 중 8명은 70세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2월 장만순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실제 1세대 이산가족 규모가 70만∽8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속돼야 할 민족적 과제다.
이산가족은 냉전시대의 비극을 상징하는 한반도 분단의 가장 큰 상처다. 매년 고령자의 사망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시간적 한계는 축소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고령에 따른 사망률 증가를 감안하면 이산가족 상봉의 돌파구를 시급하게 마련할 때다.
이산가족의 일차적인 문제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생사 확인의 과제임에도 좀처럼 남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985년 9월 20일 첫 상봉인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행사가 치러졌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이후 2018년까지 정기적으로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회의 화상 상봉이 있었지만 남북의 정치적 이슈에 따라 중단되길 반복했다. 금강산 관광 박왕자 씨 총격 사망, 천암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등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되게 만든 정치적 사건들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 인권의 차원에서 정치적 이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문제로 추진돼야 할 사안임에 분명하다.

2018년 4월과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북측 '평화의 집', '통일각'에서 번갈아 정상회담을 열었다. 9월에는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세 번째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을 천명한 가운데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적십자 회담을 통한 화상상봉·영상편지 교환을 우선 실현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현재까지 중단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살아생전 이산가족의 애환과 고통을 치유할 상봉 행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잃어버린 30년을 아파했던 KBS1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 이후 40여년이 흘렀다. 이제 혈육의 생사마저도 모른 채 잃어버린 70여년이 됐다. 전쟁 실향민과 납·월북자, 북한이탈주민 등이 겪고 있는 절망적인 혈육과의 이별은 단장의 고통과도 같은 것이다.
최근 통일부는 북한 평양시 강동군 신설 병원에 의료장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북한 지원사업이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되는 인도적 사업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야말로 정부의 인도주의적 사업의 우선순위로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관의 지속사업이다.
임진강 하구부터 고성 지역까지 인천, 경기, 강원의 17개 시·군은 통일의 최전선에 위치한 접경지역이다.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의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안의 통일촌, 서울 용산 등지의 해방촌, 강원도 속초의 아바이마을, 강화 교동 대룡시장 등은 실향민의 마을로 이산의 애절한 역사를 담고 있다.
북녘과 맞닿은 교동에서 바라본 남북의 교동평야, 연백평야에 가을이 무르익는다. 교동은 제비집의 마을이다.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제비를 고향의 전령으로 여긴다. 교동은 언제라도 올 것만 같은 이산가족을 기다리며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한다. 올 추석 교동 망향대의 망배단에는 고향의 추억과 혈육의 그리움이 물길 건너 잡힐 것만 같은 연백평야에 다다를 것이다.
추석 명절에 또 한 번 망향의 애환을 달랠 이산가족 상봉이 국가·사회적 이슈로 다시 떠오르길 기대한다. 이산의 아픔을 치유할 혈연 상봉은 이제 후대로 이어져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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