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3위’는 현실
- ‘야구 5연패, 축구 4연패 도전’ 등 다양한 시선 필요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제20회 아시안게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9월19일~10월4일). 지난 9월 3일에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이 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43개 종목, 71개 세부 종목에 총 46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에서 약 1만 5,0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합니다. 아시안게임은 한국의 도약을 세계로 알린 86 서울 대회, 5년 연속(1998~2014) 종합 2위 등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성적이 빼어났죠.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변한 듯합니다. 아시안게임 즐기기는 이제 메달 수와 같은 성적중심이 아닌, 질적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 먼저 대회 개최를 보죠. 아시안게임을 치른 국가는 취소된 대회를 떠맡곤 한 태국이 4회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포함하면, 한중일이 각각 3회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서울-부산-인천, 베이징-광저우-항저우, 도쿄-히로시마-아이치). 태국을 빼면 아시안게임 개최 장소 자체가 3개국의 과점 현상이 뚜렷합니다. 이밖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각 2회, 필리핀, 이란, 카타르가 1회씩입니다. 총 20회 중 한중일이 절반에 가까운 9회를 맡아온 것입니다.

# 한중일 쏠림현상은 성적이 더 심합니다. 역대대회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톱3’에 든 국가는 한중일을 제외하면 인도, 이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5개국뿐입니다. 심지어 1978년 방콕 대회(8회) 이후에는 무려 45년간 톱3는 한중일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누적 메달로 봐도 3위 한국과 4위 이란의 격차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역전될 일이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큽니다. 또 역대 최우수선수(MVP)도 모두 한중일에서 나왔습니다. <표참조> 이러니 ‘한중일 운동회’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입니다.

# 종합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중국과 일본 뿐입니다. 일본은 1회부터 8회까지 싹쓸이 했고, 7회 대회에 첫 출전한 중국은 9회부터 지금까지 11회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은 2위만 9차례 기록했죠. 중국이 출전하기 전 2번(5,6회) 있고, 1986년 서울 대회(10회)에서 중국과 금메달 1개 차이(93-94개)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1990년 베이징 대회(11회)도 ‘넘버 2’를 지켰습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개최국 일본에게 2위 자리를 내줬지만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일본을 제치고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2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 문제는 최근입니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 2023 항저우 대회에서 모두 일본에 뒤지며 3위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의 ‘중-일-한’ 순위는 당분간 철옹성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국은 하계올림픽에서 미국과 정상을 다툴 정도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일본은 최근 두 번의 하계올림픽에서 연속으로 3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섰습니다(한국은 도쿄 16위, 파리 8위).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일본이 개최국 이점까지 안고 있으니 2위 탈환은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히도 3위 자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이란 카자흐스탄 인도 등 4위권과는 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국가별 메달순위에서 관전포인트는 ‘한중일의 격차’일 겁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1(중국)-2위(일본) 격차는 줄고, 2-3위(한국) 격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최국 일본은 역대 최다 메달(1994 히로시마, 총 메달 218개)을 경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내심 안방에서 만리장성을 허물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만 대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전력이 강합니다. 한국은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까닭에 ‘2위’라는 단어는 꺼내지도 못하고, 금메달 40∼45개를 따내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종합 3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대한체육회). 위에서 설명했듯 3위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달성되는 일입니다. 격차 줄이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니 아시안게임의 국가별 순위경쟁은 이제 너무 빤해서 흥미가 떨어집니다.
# 어쩌면 종합 스포츠이벤트에서 국가별 순위에 집착하는 것은 후진적일 겁니다. 명승부로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는 2개의 금메달(동메달4개)을 땄는데, 나라가 들썩였습니다. 최고 인기종목인 축구에서 정상에 올랐고, 농구는 미국의 드림팀을 제쳤으니까요.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크리켓과 빠델을 제외한 41개 종목에 선수 792명을 비롯해 1,052명의 선수단을 꾸렸습니다. 양궁(목표 금메달 5개)과 수영, 사격, 펜싱, 태권도(이상 4개), 배드민턴(3개) 등이 강세 종목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야구는 5연패, 남자축구는 4연패에 도전합니다. 메달의 숫자나 색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그 동안 흘린 땀만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아쉬움 없이 기량을 펼쳤으면 합니다. 그것이 ‘뉴노멀 아시아 3위’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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