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을 위한 다자논의’ 광복절 제안과 6자회담 유용성 [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6.08.17 00:00 / 수정: 2026.08.17 00:00
노무현 정부 때 ‘남·북·미·중·러·일 6자회담’, 핵과 함께 ‘평화체제 전환’ 논의
최근 북-러시아 관계 주목...‘무한한 가능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포용적·안정적·책임있는 평화공존이라는 대북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포용적·안정적·책임있는 평화공존'이라는 대북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서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포용적·안정적·책임있는 평화공존'이라는 대북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던진 화두를 들으면서 필자는 2008년 말에 동력을 잃었던 6자회담을 떠올렸다. 특히 당사국간의 다자대화를 돌파구로 삼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면서 이 과정에서 북핵 중단 방안까지 모색해보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들으면서 특히 그랬다.

6자회담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봄부터 시작된 6자회담이 실질적으로 종말을 고할 때까지 6년간의 거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그 결과를 2009년 ‘북핵 6자회담 현장의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알려진대로 6자회담은 남북한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한반도 관련 6개국이 참여해 북핵 문제 뿐 아니라 정전체제에 머물러 있던 한반도 질서를 평화체제로 변화하는 일을 추진했다. 그래서 필자는 2009년 6자회담의 틀을 ‘참 잘생긴 협상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를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6자회담이 도출한 합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에는 ‘6자는 동북아시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방도와 수단을 탐구할 것을 합의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한국전쟁을 공식 종결하는 평화협정 체결 등 현안을 논의할 ‘별도의 포럼’이 합의문에 명시됐다.

이 별도의 포럼은 이후 6자회담 산하 실무그룹의 하나였던 ‘동북아 평화체제 실무그룹회의’로 실현됐고, 의장국이 러시아였다는 점은 현재적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농밀해진 러시아의 역할은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상호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당사자들간의 논의’는 과거 추진된 적이 있었던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 협상’틀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마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광복절을 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기념 축전에서 "오늘날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올라섰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양국 및 국제사회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건설적인 공동 사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된 러시아는 한국과의 ‘경제협력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라는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연결고리로 푸틴의 역할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안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향후 국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는 김정은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자는 평소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3개의 동심원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남북 관계 인정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종전선언, 그리고 바깥에서 남·북·미·중에 러시아와 일본까지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가 중첩되는 동심원을 의미한다.

물론 이 작업은 핵문제와 긴밀히 연계돼있다. 필자가 2009년 6자회담을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평가한 것처럼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이 작업은 다시 ‘무한한 창의력’을 요구하며, 숱한 인내와 역경을 이겨낼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몰고올 ‘새로운 동심원’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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