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김승규를 탓할 필요 없다...내가 본 멕시코전 '희망'
  • 최순호 전 국가대표
  • 입력: 2026.06.19 14:06 / 수정: 2026.06.19 14:06
19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0-1 멕시코전 관전평
한국의 캡틴 손흥민(오른쪽)이 19일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강한 밀착 마크에 시달리고 있다./과달라하라=KFA
한국의 '캡틴' 손흥민(오른쪽)이 19일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강한 밀착 마크에 시달리고 있다./과달라하라=KFA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 아닐까. 이 정도면 나무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잘 싸웠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좋았으며 공수 연결도 매끄러웠다. 다만 딱 하나, 실점 장면이 아쉬울 수 있는데 큰 경기에서는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19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는 집에서 TV로 시청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해진 같은 조의 체코와 남아공의 1-1 무승부 소식은 한국에 유리한 결과여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멕시코전에서 이기기만 하면 한국은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본선 2차전 승리를 거두며 조 1위 확정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0-1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후반 만회골을 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벤치와 선수들./과달라하라=KFA
0-1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후반 만회골을 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 벤치와 선수들./과달라하라=KFA

후반 5분 루이스 로모에게 결승골을 내주기 전까지 한국의 플레이는 멕시코를 서서히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축구의 큰 요소인 공간 활용과 선수 숫자를 늘리고 줄이는 경기 운영, 그리고 공수 전환 타이밍에서 1차전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전환 패스와 득점 기회 창출,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공격수들의 배후 침투 등은 멕시코 벤치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수비 실수로 먼저 골을 내주면서 끝내 만회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 또한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중볼을 처리하던 골키퍼 김승규와 센터백 이기혁의 동선이 겹치면서 쇄도하던 루이스 로모에게 실점하고 말았는데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김승규가 펀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격려를 해주고 싶다. 그동안 김승규의 선방으로 얼마나 많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겼는가 말이다.

후반 추가 시간 조규성의 결정적 헤더가 멕시코 골키퍼 랑헬의 선방에 막히고 있다./과달라하라=신화.뉴시스
후반 추가 시간 조규성의 결정적 헤더가 멕시코 골키퍼 랑헬의 선방에 막히고 있다./과달라하라=신화.뉴시스

100% 완벽한 경기가 어디 있겠는가. 월드컵 본선에서 처음 가동한 이한범-김민재-이기혁의 백3 라인은 멕시코의 전략 무기인 훌리안 퀴뇨네스와 라울 히메네스를 꽁꽁 묶는 뛰어난 수비력을 보였다. K리그의 이기혁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수비 안정에 기여했으며,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 조직력에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한 경기에서 조금 실수했다고 선수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수비 실수를 탓하기보다 득점 기회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 대목이다.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려 배후 침투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후반 조규성의 헤더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실점 후 손흥민을 일찍 황희찬으로 교체한 것은 감독의 판단이므로 존중한다. 승리를 원하는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믿는다.

또한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약 2년 동안 지도한 아기레 감독의 맞춤형 전술도 한국을 어렵게 했다. 아기레 감독은 한국의 키 플레이어인 이강인과 손흥민으로 가는 패스워크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볼을 잡으면 거칠게 달라붙으며 정상적 경기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이강인은 전반 4분 만에 경고를 받아 적극적 경기의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의 경기는 늘 어렵다. 쉬운 경기가 단 하나도 없다. 한국이 지금까지 치른 12차례의 월드컵 2차전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4무 8패에 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2차전 무승 징크스'는 월드컵에서의 승리가 얼마나 힘들고 값진 결과인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제 남아공과 3차전을 펼친다.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흐름이었는데, 오히려 이제는 더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무조건 이겨서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면 토너먼트 대진상 오히려 1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실패를 예방주사 삼아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더 강해질 대한민국 대표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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