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투표일 6월3일)가 지난 21일 공식 선거기간 시작과 함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모두 7822명이 시도지사, 기초단체장, 지방의회의원(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포함)을 놓고 한 표를 호소 중이죠. 지방선거 속 체육(스포츠)은 어떨까요? 크게 두 축인 것 같습니다. 직접 선거를 뛰는 체육인의 이야기가 있고, 각 후보들의 체육관련 공약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체육인에게 전자는 미담으로 들리지만, 후자는 좀 아니다 싶은 게 많습니다.
# 선수 출신 후보자로는 경북도의원(영덕군)에 도전하는 임민혁(32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눈길을 끕니다.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6시즌 동안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2024년 1월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했다’는 은퇴의 글을 올려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습니다. 이후 뭐 하나 싶었는데, 정치로 방향을 설정한 것 같습니다. 1980년대 세계적인 명궁으로 활약했던 정재봉 강서구의회 의원(63 국민의힘)은 재선에 도전합니다. 은퇴 후 강서구청에서 35년 넘게 근무했고, 의원으로 변신한 겁니다. 선수 출신으로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 회장을 역임한 허철(59 청주시의회 의원) 후보도 재입성을 노립니다. 사실 선수의 기준이 명확치 않아서 그렇지 유명하지 않은 선출은 이외에도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체육인의 범위를 체육행정가(체육회, 경기단체), 교수 등으로 넓히면 이번 지방선거의 체육인 후보는 일일이 세는 것이 번거로울 정도로 많습니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체육단체의 장을 겸직하는 것을 제한하면서, 이미 지역 체육회장은 차기 단체장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김명식 진천군수 후보(49 더불어민주당)가 주목을 받습니다. 지역수재 출신으로 스포츠기자, 사업가를 거쳐 최근 진천군체육회장을 지냈습니다. 진천군을 도민체전 정상으로 이끄는 등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진천에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는 것을 활용해 ‘진천체육특별시’를 표방하며 "스포츠를 단순한 운동을 넘어 진천의 새로운 미래먹거리이자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 서울 금천구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최기찬 금천구청장 후보(68 더불어민주당)는 탁구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금천구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실업팀(금천구청)까지 여자탁구의 일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교육위원장을 맡아 스포츠 대안학교인 금빛나래학교를 만들어 체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즐기다가 어린 학생선수들을 후원했고, 이들의 성장과 함께 실업팀이 만들어지도록 도왔는데, 이제 구청장까지 도전하게 된 겁니다. 최 후보는 "청계천 수해로 금천 판자촌으로 이주한 뒤 가방 공장 소년공, 아이스케키와 신문을 팔며 어렵게 자랐습니다. 탁구후원회(금빛나래후원회) 멤버로 금천구의 탁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이와는 반대로 쏟아지는 자극적인 체육관련 공약은 볼썽사납습니다. 당장의 표에 눈이 멀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돔구장 건설, 혹은 시민구단이나 프로팀 창단까지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모두 당선돼 공약이 모두 실행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들의 공약에는 지역민과의 충분한 소통, 안정적인 재원확보, 향후 자생력 강화, 해당 프로단체와의 조율 등 필요한 대부분 요소가 결핍돼 있습니다. 또 인기종목인 야구(돔구장), 축구(시민구단)에 집중되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떨어지고, 선거용 체육공약임을 반증하는 듯합니다. 심지어 인천 서구는 지난 4월 ‘축구레전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을 앞세워 프로축구단 창단을 발표했다가 큰 반발이 일자 실제 공약에서는 슬그머니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 ‘스포츠활동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 3달러가 절약된다’는 유네스코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체육복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서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각 지역의 스포츠인프라를 확충하고, 건강한 체육활동을 장려하는 게 지방선거의 기본이니까요. 다양한 체육계 경력을 가진 체육인들이 지방정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적극 권장하고, 도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예전 권위주의 시대의 ‘고무신’과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무분별한 선심성 공약은 불쾌합니다. 오히려 국민을, 그리고 체육인을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투표를 꼭 하고, 후보들의 지역 체육공약도 한 번씩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