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법원'의 조국과 '국회'의 조국…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정채영 기자
  • 입력: 2025.12.11 17:25 / 수정: 2025.12.11 17:25
법정의 '약자'에서 국회의 '인사권자'로
조국, 피해자 보호 원칙 돌아봐야
2022년 8월1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의혹을 따지는 속행 공판 기일이 열렸다.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2025전국당원대회에서 조국 당대표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8월1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의혹을 따지는 속행 공판 기일이 열렸다.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2025전국당원대회에서 조국 당대표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2022년 8월1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의혹을 따지는 속행 공판 기일이 열렸다. '조 전 장관 측은'. 당시 쓴 내 기사에는 조 전 장관의 의견 대부분이 이 주어로 적혔다. 법정에서는 조 전 장관의 목소리를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여느 피고인과 다를 것 없이 변호인을 통해 말했다. 법정 안에서는 약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시 허리디스크를 앓던 정 전 교수는 구속 상태로 낙상사고까지 겪어 좋지 않은 몸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왔다. 재판을 온전히 받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이날은 특히 힘들어 보였다. 결국 정 전 교수는 통증을 호소했고 재판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이 끝나자 정 전 교수는 법정에서 나가기 위해 휠체어에 올랐다. 그리고 정 전 교수의 휠체어가 법원 내 문턱을 넘자 충격에 통증이 심해진 정 전 교수는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쳐다보던 조 전 장관은 '윽'하고 소리를 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혼자만 구속 상태인 정 전 교수를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인물도 피고인이 되자 법정 안에서 함부로 소리 낼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조 전 장관 부부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자녀 조민 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통상 일가족이 같은 의혹에 연루된 경우 가족 중 일부를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가족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는 검찰의 관례를 들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검찰의 수사를 '표적수사', '과잉수사'로 규정했고, 비판이 거세졌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2년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2년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아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내가 법원에서 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당시 내가 본 조 전 장관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조 전 장관에게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입장이 돼봤으니 적어도 피해자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피해자 보호 원칙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혁신당은 지난 9월 성 비위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동안 의혹에 연루됐던 당직자들은 사태에 책임지고 자리를 내놓았다. 겨우 3개월 후인 지난 8일 황현선 전 사무총장이 당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 대표는 직접 그를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사과와 반성의 시간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론도 뒤바뀌고 있다. 조 대표의 결정에 당내 분위기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조 대표의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 투성이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황 전 사무총장을 '문고리 권력'이라고 표현했다. 황 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지만, 그게 당을 떠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당에 복귀하겠다는 말이다.

법원의 조 전 장관은 말할 수 없었지만 국회의 조 대표는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자리도, 권한도 달라졌다. 침묵하던 피고인의 기억이 권력을 쥔 정치인의 선택 앞에서 지워져서는 안 된다. 바로잡을 수 있는 자리에 선 지금이 그가 그때의 조국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가 없을 때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라고 할 수 없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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