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고성·욕설 난무' 정치권, '창조적 파괴' 절실
  • 이철영 기자
  • 입력: 2025.10.21 00:00 / 수정: 2025.10.21 00:00
'적폐청산' '내란척결'…자기 정치 몰두 한심
왜 정치를 할까? 누구를 위한 정치일까?
여야 정치권이 민생보다는 정쟁에 치중하며 국민들의 눈쌀을 찌리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회를 선언한 뒤 이석하는 추미애 법사위원장. /배정한 기자
여야 정치권이 민생보다는 정쟁에 치중하며 국민들의 눈쌀을 찌리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회를 선언한 뒤 이석하는 추미애 법사위원장.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파괴, 깨뜨리거나 부수는 행위. 완전히 사라지는 소멸과는 다르다. 우리는 살아가며 외적 그리고 내적 파괴가 필요하다 생각할 때가 있다. 파괴는 무언가를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소멸과는 다르게 다소 희망적이게 느껴진다.

"성장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발생한다." 지난 13일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에 조엘 모키어(79·네덜란드)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69·프랑스)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79·캐나다) 미 브라운대 교수 등 3명을 선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존 해슬러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창조적 파괴를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정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가 주목한 '창조적 파괴'는 단순히 경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사회 전반과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이제는 AI(인공지능)으로 이어진 혁신은 기존 관념을 파괴했다. 이러한 혁신은 동시에 오래된 것들의 상업적 가치를 파괴한다. 그럼에도 노벨위원회가 '창조적 파괴'에 주목한 이유는 사물이 발전하거나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그치는 '정체'(停滯) 때문이다.

노벨위원회가 주목한 '창조적 파괴'가 우리에게도 이미 제시된 바가 있다. 정치 영역에서 말이다. 2015년 4월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창조적 파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진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0년 전 여당 의원이었던 그의 연설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명연설"이라며 극찬했다. 반대로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선 강한 비판을 받아야했고, 유 원내대표는 끝내 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 /배정한 기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였다. /배정한 기자

10년이 지난 2025년 우리의 정치는 뭐가 달라졌을까.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적폐청산'과 '내란척결' 그리고 정치권의 정쟁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진영을 대표하는 강성 지지층과 이에 편승하며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정치인만 양산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국민이 보는 앞에서 욕설하고 그러면서도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 자인한다. 입에는 혁신과 변화를 외치는 정치권이지만 이들에게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영화 '스파이 게임'에서 "현실에서는 누가 옳은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를 지금 우리 정치권에 벌어지는 행태에 비유해 보자. 자기 정치에 매몰된 정치인에게 꼭 맞는 말이 아닌가. 말로는 '국민'을 외치며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밑도 끝도 없이 정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적기일지도 모른다. 정치를 제외한 사회 대부분에 대한 혁신이 이뤄졌음에도 정치만은 늘 예외거나 제자리일까. 정치권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우리 정치 행태를 보며 "창조적 파괴를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정체할 것"이라는 존 해슬러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장의 말이 경고처럼 들렸다. 그리고 유 전 의원이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원내대표를 사퇴하면서도 했던 그 말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여야 정치인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라.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