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월미도에서] 1000만 노인시대…고령자 통계에 나타난 초고령사회 현주소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10.07 11:58 / 수정: 2025.10.07 11:58
살던 곳에서 임종까지…'AIP' 노인정책 도입돼야
돌봄 편견 탈피 선배시민 인식·세대통합 교육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100세를 맞은 장수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을 증정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100세를 맞은 장수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을 증정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올해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더 가속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25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까지 영국은 무려 97년, 캐나다는 65년이 소요됐다. 20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현재 노인인구가 30%에 육박하는 일본도 36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빠르다. 그만큼 노후와 노년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단 의미다.

통계청이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발표하는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는 전체 20.3%인 1051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27.4%)을 비롯한 경북, 강원, 전북, 경남 충북, 충남과 부산, 대구 등 9개 지자체의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노인 인구 1000만 명의 본격적인 초고령사회가 열린 것이다.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는 100세가 된 2568명(남자 499명, 여자 2069명)의 장수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100세 이상 인구는 8891명으로 집계됐다. 고령 인구는 늘어나지만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 갈 것인지 노후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인구 고령화의 대표적인 원인은 출산율의 저하와 평균 기대수명의 연장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고령층 진입이 인구 고령화를 촉진시킨 요인 중 하나다. 인구 고령화는 국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장에서 인력 공급이 줄고,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는 노동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진다. 저축과 소비가 둔화되고, 연금 급여,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노인부양비는 29.3명으로 생산연령 인구(15~64세)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수준이다. 10년 후에는 2명이 1명, 25년 후에는 1.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돼 청장년 세대의 담세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3년 65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19.2년, 여자 23.6년으로 점진적인 향상을 나타냈다. OECD 주요 38개국 중 여성의 기대여명은 일본, 스페인 다음으로 길다. 이대로 간다면 100세를 바라보는 보편적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멀지 않았다.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노인 가구주의 순자산액은 4억 6594만 원으로 전년보다 1054만 원이 늘었다. 대부분 부동산 자산(80.1%)이고 금융자산 저축액 비중은 14.2%에 불과해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올해도 소득수준이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인 상대적 노인빈곤율은 39.8%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빈곤율을 나타냈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83으로 멕시코, 미국, 칠레 다음으로 높다. 노인 간 빈부 격차가 너무 넓다는 반증이다. 노동력의 질적 확보 등을 통해 고질적인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취약 노인계층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논현노인복지관 시니어 남성합창단이 한국노년교육학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연세대 백양관 대강당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형수 선임기자
지난해 12월 6일 서울 논현노인복지관 시니어 남성합창단이 한국노년교육학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연세대 백양관 대강당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형수 선임기자

2023년 연금수급율은 90.9%로 월평균 수급금액은 69만 5000원이다. 대부분 기초(장애인)연금 수급자이고, 11종의 연금 중 2개 이상 동시 수급자는 10명 중 3명 정도이다.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 124만 원에 한참 모자란 월평균 수급액이다. 지난해 노인 고용률은 38.2%이다. 올해 65~79세 고령자의 57.6%가 일자리를 원하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한 이유가 가장 앞섰다.

'누가 노인인가'라는 질문에 객관적인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다. 노인 개인별 신체·심리적 차이, 사회적 역할 등에 따라 일목요연한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에서 역연령을 기준으로 주관적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로 나타났다. 노인집단에서 58.3%가 세대갈등을 느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이용 노인 비중은 76.9%로 디지털 포비아 현상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2023년 집계에 따르면 노인 가구주의 67.8%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주택 만족도와 주거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4점 척도에서 2.93점으로 전년보다 다소 낮아졌다. 건강검진 수검률은 69.3%로 나타났으며, 보행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체 보행 교통사고 사망률의 3.5배나 높게 나타났다. 장수의 버팀목이 될 건강검진 수검 항목을 확대해 건강한 노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올해 고령자 통계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노인 현주소는 장수, 빈곤, 일자리, 건강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충분한 소득대체율 달성을 위한 다중 연금 운용 체제를 소개하는 등 일찍부터 전반적인 노후 준비를 위한 노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편리하고 안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노인 주거시설에 도입할 때도 됐다. 더욱이 영국, 덴마크,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 고령 인구 국가에서는 재택 임종 케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아닌 거주하던 집과 생활하던 지역 사회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임종에 이를 수 있도록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Ageing-in-Place)' 노인 정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노후는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생애 사이클이고, 노인은 잠재된 인생의 목표다. 노인은 우리 사회의 편견이 작용하는 돌봄의 대상이 아닌 선배시민으로 인식돼야 한다. 특히 갈등과 반목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이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대통합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2025 고령자 통계에 나타난 노인들이 삶에 만족하는 비율 35.5%를 대폭 뛰어넘을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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